오래 비워두었던 작은방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벽 한쪽을 가득 채운 붙박이장이었습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이 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막막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업체에 맡길지, 직접 해볼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두 가지 방법을 모두 경험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과 꼭 알고 있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문가에게 맡길 때의 장단점

붙박이장 철거는 구조에 따라 생각보다 복잡하고 위험한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부담이 적은 방법은 경험이 있는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입니다.

업체에 의뢰하면 보통 다음과 같은 장점을 느끼게 됩니다.

  •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철거 시간과 노동을 아낄 수 있습니다.
  • 벽, 바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철거 후 폐기물 처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입니다. 다만, 벽 안쪽에 전선이 지나가거나, 장이 매립형 구조로 시공된 경우에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업체를 고를 때는 다음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최소 두 곳 이상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합니다.
  • 후기나 지인 추천을 통해 실제 작업 만족도를 확인합니다.
  • 철거 범위(철거만인지, 폐기물 운반·배출까지 포함인지)를 구체적으로 묻습니다.
  • 벽·바닥 보수 가능 여부와 추가 비용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직접 철거를 고민할 때 체크해야 할 점

비용을 아끼고 싶거나, 집 구조를 스스로 손보고 싶은 마음에 직접 철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간단한 구조의 붙박이장은 혼자 또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충분히 철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며, 자신의 체력과 경험, 사용 가능한 공구를 냉정하게 점검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셀프 철거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 천장까지 높이가 높고, 문짝이 매우 크고 무거운 경우
  • 천장이나 벽 속으로 일부가 매립된 일체형 구조로 보이는 경우
  • 붙박이장 내부에 조명, 콘센트, 스위치 등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
  • 허리나 어깨에 무리가 있는 사람만 있는 집인 경우

작업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할 안전장비와 환경 정리

셀프로 철거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본격적인 철거 이전에 안전장비와 작업 환경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이 단계를 소홀히 하면 부상이나 집 내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우선 준비하면 좋은 안전장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전모: 상부 자재나 공구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합니다.
  • 안전화 또는 앞코가 단단한 신발: 발가락을 보호하고 미끄럼을 줄입니다.
  • 작업 장갑: 나무 가시, 날카로운 모서리, 금속 부품으로부터 손을 보호합니다.
  • 보안경: 나사, 톱밥, 파편 등이 눈에 튀는 것을 예방합니다.
  • 마스크: 톱밥, 먼지, 오래된 실리콘 분진 흡입을 줄여 줍니다.

작업 공간을 정리하고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붙박이장 주변 가구와 소품을 다른 방으로 옮기거나, 두꺼운 천이나 비닐로 덮습니다.
  • 바닥에는 두꺼운 천, 골판지, 합판 등을 깔아 낙하물과 긁힘에 대비합니다.
  • 장에 조명이나 콘센트가 연결되어 있다면, 분전반에서 해당 차단기를 내려 전원을 먼저 차단합니다.

필수 공구와 있으면 좋은 도구들

붙박이장 구조와 시공 방식에 따라 필요한 공구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도구를 준비하면 대부분의 작업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 드라이버(십자, 일자) 또는 전동 드라이버: 경첩, 선반, 옷봉 등을 고정하는 나사를 풀 때 사용합니다.
  • 육각 렌치: 일부 경첩이나 레일이 육각 볼트로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망치: 가볍게 두드려 고정된 부분을 틈을 만들어 분리하는 데 사용합니다.
  • 빠루(쇠지렛대): 틈새를 벌려 패널이나 몰딩을 떼어낼 때 유용합니다.
  • 커터칼: 실리콘, 테이프, 오래된 코킹을 절단할 때 사용합니다.
  • 줄자: 장의 크기와 자재 길이를 재어 운반 방법을 미리 결정할 때 필요합니다.
  • 청소도구: 철거 후 나사, 톱밥, 파편 등을 마무리 청소하는 데 필수입니다.

전동톱이나 직소기는 큰 부재를 자를 때 편하지만, 사용 경험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내에서 초보자가 전동톱을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가능하면 분해 위주로 철거를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붙박이장 구조 파악과 철거 순서 계획

막상 공구를 들고 바로 나사를 풀고 싶어도, 먼저 해야 할 일은 장의 구조를 눈으로 충분히 살펴보는 일입니다. 문 방식, 내부 구성, 고정 포인트를 미리 이해하면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게 되고, 벽 손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붙박이장 철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붙박이장 문 구조 확인(여닫이문, 슬라이딩 도어 등)
  • 내부 선반, 서랍, 옷봉 고정 방식 확인
  • 상부·측면·후면이 벽에 어떤 방식(나사, 브라켓, 실리콘 등)으로 고정되어 있는지 파악

문짝 분리: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철거의 첫 단계는 보통 문짝을 분리하는 일입니다. 특히 슬라이딩 도어는 무게가 꽤 나가고, 레일에서 빠지는 순간 중심을 잃기 쉬워 주의가 필요합니다.

  • 여닫이문 경첩 방식의 경우, 경첩 나사를 풀면서 한 사람은 문을 잡고, 다른 한 사람은 나사를 푸는 식으로 협력합니다.
  • 슬라이딩 도어는 상부 또는 하부 레일에서 탈거하는 방식이 각각 다를 수 있으므로, 레일 끝부분이나 하부를 먼저 살펴 사용설명서가 있다면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 크고 무거운 문은 반드시 두 사람이 들어 내려야 바닥과 벽, 그리고 허리 부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선반과 옷봉, 서랍 철거 방법

문을 모두 분리했다면, 내부 구조물을 하나씩 제거합니다. 이 단계에서 대체로 큰 힘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어디가 나사 고정이고, 어디가 단순 끼움식인지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선반은 양쪽 지지대에 얹힌 형태인지, 하부 브라켓과 나사로 고정된 형태인지 확인합니다.
  • 옷봉은 한쪽 또는 양쪽 끝에 나사로 고정된 타입이 있으므로, 마구 비틀기보다는 먼저 고정 나사를 찾아 풉니다.
  • 서랍은 끝까지 당겨 레일 고정 레버 또는 나사를 풀어 분리합니다.

이 단계에서 분리한 부품들은 한쪽에 가지런히 쌓고, 나사나 작은 부속품은 따로 모아 두면 이후 재활용이나 보수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프레임과 고정 부위 분리 요령

가장 어려운 단계는 벽과 밀착된 프레임, 상부 구조물, 측면 패널을 분리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무리하게 힘을 주면 석고보드가 뜯겨 나가거나, 콘크리트 벽면이 깨질 수 있습니다.

  • 먼저 눈에 보이는 피스나 브라켓을 드라이버나 전동 드라이버로 모두 풀어줍니다.
  • 벽과 붙박이장 사이에 실리콘, 코킹, 접착제가 보인다면, 커터칼로 여러 번 깊게 그어 접착력을 최대한 줄입니다.
  • 빠루를 벽과 패널 사이에 살짝 넣어 아주 조금씩 틈을 넓히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한꺼번에 큰 힘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상부 구조가 천장 몰딩이나 천장재와 연결되어 있다면, 그 부분부터 천천히 풀고, 몰딩은 가급적 손상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작업합니다.

벽이 석고보드인 경우, 피스 주변이 쉽게 부서질 수 있으므로 작업 중간중간 벽면 상태를 확인하고, 훼손이 커질 것 같으면 그 지점은 남겨두었다가 전문가에게 보수까지 함께 의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자재 운반과 정리 시 유의할 점

모든 프레임과 패널을 분리했다면, 이제는 자재를 방 밖으로 옮기고, 폐기 처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부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 긴 패널은 모서리가 벽이나 문틀을 긁지 않도록 두 사람이 앞뒤를 잡고 이동합니다.
  • 무게가 애매하게 무거운 부재를 혼자 들다가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금이라도 버겁게 느껴지면 두 명 이상이 함께 드는 것이 좋습니다.
  • 나사, 못, 금속 브라켓은 한곳에 따로 모아두어 발에 밟히는 사고를 예방합니다.

전기, 설비, 벽체 손상에 대한 주의사항

붙박이장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설비 요소가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집은 배선이 규칙적이지 않아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전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 작업 전, 장 주변 스위치나 콘센트 위치를 확인하고, 내부 뒤편으로 전선이 지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 벽면에 이상한 돌출부나 덧댄 자재가 보인다면, 그 뒤로 수도관이나 가스관이 지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조심스럽게 작업합니다.
  • 전기 관련 부품이 조금이라도 노출되었다면, 임의로 연결을 변경하지 말고 전기 기사나 전문가에게 점검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폐기물 처리 방법과 비용 절약 팁

붙박이장 철거 후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가 폐기물 처리입니다. 일반 생활 쓰레기로 배출할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 규정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 주민센터나 구청 홈페이지에서 대형 폐기물 배출 절차와 수수료를 확인합니다.
  • 목재, 합판, 금속 등 소재에 따라 분리 배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합니다.
  • 철거 업체에 의뢰할 경우, 철거 비용에 폐기물 처리비가 포함되어 있는지, 별도인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자재 크기를 줄이면 배출이 조금 더 수월해질 때도 있지만, 무리해서 자르기보다는 규정에 맞게 스티커를 부착하고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는 것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방법입니다.

셀프 철거를 결정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 볼 점

붙박이장 철거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사 몇 개만 풀면 끝날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시작해 보면 체력, 안전, 폐기물 처리까지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직접 해보면 성취감도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지만, 장의 크기가 크거나 구조가 복잡한 경우, 전기 설비가 함께 얽혀 있는 경우라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결국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본인의 체력, 가용 시간, 공구 보유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집 구조의 안전을 함께 고려해서, 어떤 방식이 지금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선택인지 천천히 판단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