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약속 장소에 늦어서 급하게 시외버스를 타야 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이미 버스표를 예매해 둔 친구가 대신 먼저 터미널에 와 있었고, 저는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가지고 있던 예매 내역을 어떻게 넘겨받으면 좋을지 순간적으로 헷갈렸습니다. 종이로 된 표인지, 휴대폰 화면으로 보여주면 되는지, 아니면 예매를 아예 취소하고 제가 다시 사야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막상 이런 일이 생기면, “버스 예매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게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버스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다른 사람이 가진 예매 정보를 받아서 내가 타고 싶을 때는 몇 가지 기본적인 원리를 알고 있으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헷갈리기 쉬운 부분을 실제 상황에 맞게 나누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직접 만나서 표를 주고받는 방법
서로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예매를 넘겨받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접 표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이때 표의 형태에 따라 조금씩 방법이 달라집니다.
먼저 종이로 된 실물 티켓이 있는 경우입니다. 버스 터미널 창구에서 발권한 종이표라면, 예매한 사람이 미리 창구에서 표를 찾아 두고, 만나서 그냥 그 종이표를 건네주면 됩니다. 버스 기사님이나 터미널 직원은 보통 종이표에 적힌 날짜, 시간, 노선, 좌석 번호를 확인하기 때문에, 표만 정확하다면 예매한 사람과 실제 타는 사람이 달라도 승차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일부 노선이나 회사에서는 이름 확인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애매하다 싶으면 미리 해당 회사에 규정을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모바일 티켓의 경우입니다. 요즘은 버스 회사 앱이나 예매 사이트에서 발급되는 모바일 승차권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때는 예매를 가진 사람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 예매한 사람이 직접 발권된 모바일 티켓을 자신의 휴대폰에 띄운 뒤, 탑승 직전에 함께 가서 버스 기사님께 화면을 보여주는 방법
- 예매처에서 ‘양도’나 ‘예약자 정보 변경’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상대방 정보로 바꾸는 방법
간혹 모바일 티켓 화면을 단순히 캡처해서 사진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방법은 조심해야 합니다. 예매 시스템에 따라 캡처 화면만으로는 승차가 안 될 수도 있고, 바코드나 QR코드가 한 번 쓰이면 다시 사용할 수 없게 설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캡처를 보내기 전에, 해당 버스 예매처가 “화면 캡처로 제시해도 승차 가능한지”, “반드시 앱 원본 화면이 있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직접 만나기만 가능하다면, 실물 티켓을 손에 쥐거나, 예매한 사람이 같이 가서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는 방식이 가장 단순하고 실수도 적습니다.
2. 온라인 정보만 받아서 내가 직접 예매하는 방법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직접 만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대방이 가진 예매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받고, 내가 새로 예매를 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때가 많습니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2-1. 상대방이 예매를 취소하고, 내가 새로 예매하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기존 예매를 취소한 뒤, 내가 같은 시간대 버스를 다시 예매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상대방이 나에게 알려줄 정보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출발 일시(몇 월 몇 일, 몇 시 버스인지)
- 출발 터미널과 도착 터미널 이름
- 버스 종류(우등, 프리미엄, 일반 등)
이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예매 사이트나 앱, 또는 터미널 창구에서 똑같은 시간대 버스를 다시 예매하면 됩니다. 다만, 기존에 친구가 잡아 둔 좌석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그 사이에 먼저 예매해 버리면, 같은 시간의 다른 좌석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아예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취소 수수료입니다. 출발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취소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매를 취소하기 전에, 예매처 안내나 앱 화면에서 “취소 수수료가 얼마인지”, “지금 취소하면 환불이 얼마나 되는지”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서로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2-2. 예매처의 “양도/변경 기능”을 이용하기
일부 버스 예매 서비스에서는, 이미 예매한 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예약자 이름과 연락처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 기능이 있다면, 예매를 취소하지 않고도 비교적 간단하게 예매를 넘길 수 있습니다.
양도나 변경 기능을 쓰려면 보통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칩니다.
- 예매한 사람이 예매처 앱이나 웹사이트에 로그인합니다.
- “예매 내역”, “티켓 관리”와 같은 메뉴를 눌러 해당 예매를 선택합니다.
- 양도, 공유, 예약자 정보 변경과 같은 버튼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안내에 따라 양도받을 사람의 이름, 연락처 등을 입력합니다.
이 기능은 모든 버스 회사나 예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곳은 양도가 완전히 금지되어 있고, 어떤 곳은 이름만 바꾸게 해주거나, 또 어떤 곳은 아예 앱 안에서 티켓을 다른 계정으로 보내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규정과 기능은 계속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용하기 전에 예매처 공지나 고객센터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전화나 문자로 예매 정보를 받는 방법의 주의점
상대방이 전화나 문자, 메신저로 예매 정보를 자세히 보내주고, 내가 그 정보를 들고 그대로 탑승하는 상황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몇 시, 몇 번 차, 무슨 좌석으로 예매해 뒀으니까 그냥 타면 된다”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이 방식은 듣기에는 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버스 기사님이나 터미널 직원이 요구하는 것은 보통 “유효한 티켓”이지 “구두 설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매 번호나 이름만 알고 있다고 해서, 현장에서 바로 태워주는지 여부는 회사 규정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곳은 예매 번호와 신분증만으로 확인해 주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반드시 모바일 티켓 화면이나 종이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화나 문자로 받은 예매 정보를 근거로, 직접 다시 예매를 하거나, 최소한 창구에서 직원에게 예매 확인과 발권을 요청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그냥 문자만 보여주고 타자”라는 선택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버스 예매를 주고받을 때 꼭 챙겨 봐야 할 것들
버스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넘겨받을 때는 몇 가지 공통적으로 체크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미리 알고 있으면, 당황할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4-1. 티켓 양도 규정 확인하기
버스 회사나 예매 사이트마다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도 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다릅니다. 다음과 같이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단순히 종이표만 있으면 누구나 탈 수 있게 해 두는 경우
- 예매자와 실제 탑승자의 이름이 달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경우
- 예약자 이름과 탑승자의 신분증 이름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경우
특히 장거리 노선이나 국제선, 또는 특정 고속버스 노선에서는 신분 확인이 더 엄격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매를 양도하기 전에, 자신이 이용하는 노선과 회사의 규정을 확인해 두면, 탑승 직전에 문제 생길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4-2. 취소 수수료와 환불 규정
예매를 취소하고 새로 예매하는 방식은 깔끔하지만, 그만큼 취소 수수료나 환불 규정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출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수수료가 커질 수 있고, 특정 시간 이후에는 아예 환불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예매를 취소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예매처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해당 노선의 취소·환불 규정을 먼저 읽어 본 다음, 서로 부담해야 할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취소하면 수수료가 얼마인지”, “출발 몇 시간 전까지는 전액 환불인지” 같은 정보를 미리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4-3. 탑승 시 본인 확인 가능성
일부 버스 회사나 노선에서는 탑승할 때 예매자 본인 확인을 요구합니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 모바일 티켓에 표시된 이름과 실제 탑승자의 이름이 같은지
- 예매에 사용된 전화번호로 인증 문자가 오는지 여부
-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지 여부
만약 예매자와 탑승자가 다르지만, 회사 규정상 이름 변경이나 양도가 가능하다면, 미리 예매 정보를 수정해 두거나 고객센터에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규정상 양도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면, 예매를 그대로 넘겨 받아 타려고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취소 후 재예매를 고려해야 합니다.
5. 상황에 따라 방법을 선택하는 기준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법을 살펴보았지만, 실제로 어떤 방법을 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로 직접 만날 수 있고, 시간이 충분한 경우에는 실물 티켓 전달이나 함께 가서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는 방식이 가장 단순합니다.
- 직접 만나기 어렵고, 예매처에서 양도 기능이나 예약자 정보 변경을 지원한다면, 그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깔끔하고 안전합니다.
- 양도 기능이 없고, 규정도 애매하다면, 취소 수수료와 좌석 상황을 고려해서 “기존 예매 취소 후, 새로 예매하는 방법”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전화나 문자에만 의존해서 티켓 없이 탑승하려고 하기보다는, 항상 유효한 티켓(모바일 또는 종이)을 갖춘 상태에서 버스에 타는 것이 좋습니다.
버스 예매를 주고받는 일은 한 번쯤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평소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다가도, 막상 시간이 촉박하거나 상황이 꼬이면 순식간에 복잡해지기 쉽습니다. 기본적인 규정과 방법을 알고 있으면, 누군가에게 표를 대신 넘겨줘야 할 때도, 다른 사람의 예매를 받아 타야 할 때도 더 차분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