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창문을 조금만 열어놔도 어디선가 “위이잉” 소리가 들려서 잠이 확 깨는 날이 있습니다. 아무리 이불을 뒤집어써도 모기는 집요하게 따라오고, 캠핑이나 산책을 다녀온 뒤에는 다리에 빨간 진드기 물린 자국이 올라와 간질거립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대체 어떤 살충제를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은지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강력한 제품”만 찾다가는 몸에도 안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성분과 사용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느끼게 되었습니다.

살충제라고 해서 전부 같은 것은 아니며, 모기나 진드기 같은 해충의 종류, 사용하는 장소, 사람과 동물의 안전까지 모두 생각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모기와 진드기에 주로 쓰이는 성분과 제품 유형, 그리고 실제로 사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살충제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과 특징

일반적으로 가정이나 야외에서 사용하는 모기·진드기 살충제에는 몇 가지 대표적인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에 따라 효과와 주의점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피레스로이드계 성분

시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살충제 성분이 바로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입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 퍼메트린 (Permethrin)
  • 비펜트린 (Bifenthrin)
  • 사이퍼메트린 (Cypermethrin)
  • 람다사이할로트린 (Lambda-cyhalothrin)
  • 프랄레트린 (Prallethrin)
  • 트랜스플루트린 (Transfluthrin)
  • 수미트린 (Sumithrin, 페노트린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성분들은 해충의 신경계에 작용하여 마비시키고 죽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작용 속도가 빠르고 살충력이 강하며, 일정 기간 잔류 효과도 있기 때문에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용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 고양이는 특히 퍼메트린에 매우 약합니다.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는 고양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반려동물용 제품인지, 사람용인지, 환경용인지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 꿀벌과 같은 유익 곤충에게도 독성이 있어, 꽃이 피어 있는 식물에 무분별하게 뿌리면 벌이 죽을 수 있습니다.
  • 물고기와 수생 생물에게도 해로울 수 있어 연못, 어항, 강가 주변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카바메이트계 성분

카바메이트계 성분으로는 프로폭술 (Propoxur) 등이 있습니다. 이 성분은 피레스로이드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충의 신경계를 방해하여 죽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피레스로이드계에 내성이 생긴 해충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이나 동물에게 독성이 비교적 강한 편이라 주로 전문가용이나 방역용으로 쓰이고, 일반 가정용 제품에서는 예전보다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일반 가정에서는 카바메이트계보다는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더 자주 접하게 됩니다.

사용 목적에 따른 제품 유형과 선택 방법

모기·진드기 살충제는 쓰는 장소와 목적에 따라 제품 형태가 달라집니다. 똑같은 성분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효과와 안전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쓰는 살충제 (정원, 마당, 캠핑장 등)

집 밖에서 모기와 진드기를 줄이고 싶을 때에는 해충이 숨어 살기 좋은 환경을 중심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잔디, 수풀, 덤불, 나무 아래, 캠핑장 주변 등이 대표적입니다.

정원·잔디용 살충제 스프레이

정원용 스프레이에는 보통 비펜트린, 람다사이할로트린, 퍼메트린 같은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제품은 다음과 같이 활용됩니다.

  • 잔디밭, 관목, 수풀, 텃밭 주변, 정원 가장자리 등 모기와 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곳에 고르게 살포합니다.
  • 호스에 연결하여 넓은 면적에 뿌리는 제품이나, 농축액을 물에 섞어 분무기에 넣고 사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사용할 때에는 비가 오기 전후를 피하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약한 날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모기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나 저녁 무렵에 처리하면 실제 체감 효과가 더 잘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막 살충제 (포거)

야외에서 바비큐나 가족 모임을 할 때, 짧은 시간 안에 모기 수를 확 줄이고 싶을 때 연막 살충제를 쓰기도 합니다. 휴대용 연막기나 가스형 포거 제품에는 보통 퍼메트린, 수미트린 같은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연막 살충제를 사용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 바람이 거의 없는 시간에 사용해야 연기가 흩어지지 않고 해당 구역에 머무르면서 효과를 냅니다.
  • 사람이 직접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 있고, 음식물이나 식기에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합니다.
  • 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경우에는 연막 처리 후 일정 시간 뒤에 해당 공간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과립형 살충제

과립형 살충제는 작은 알갱이 형태로 만들어져 잔디밭 등에 뿌리는 제품입니다. 주로 퍼메트린 같은 성분이 들어 있으며, 진드기 밀도를 줄일 때 많이 사용합니다.

살포 후에는 가볍게 물을 뿌려주면 알갱이가 녹아 토양으로 스며들어 해충이 사는 층에 도달하게 됩니다.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지만,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과량으로 사용하면 토양 생물이나 주변 환경에도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포장지에 적힌 사용량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내에서 쓰는 살충제 (가정용)

집 안에 들어온 모기나 기타 해충을 잡는 제품은 사람의 호흡기와 피부에 직접 닿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와 함께 안전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에어로졸 스프레이

가장 익숙한 형태의 살충제가 바로 분사형 스프레이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브랜드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프랄레트린, 사이퍼메트린 등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이 주로 들어 있습니다.

이 제품은 눈앞을 날아다니는 모기, 파리, 실내로 들어온 곤충을 바로 잡을 때 유용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신경 써야 합니다.

  • 사람이나 동물에게 직접 분사하면 안 됩니다.
  • 분사 후에는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식기, 장난감, 먹을 것 위에는 뿌리지 않도록 합니다.

액체 훈증기와 매트형 제품

콘센트에 꽂아서 사용하는 액체 훈증기나 매트형 살충제는 밤에 잠을 잘 때 모기를 지속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주로 프랄레트린, 트랜스플루트린 등의 성분이 사용됩니다.

이 제품들은 실내 공기 중에 살충 성분을 아주 소량씩 천천히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비교적 사용이 간편하지만, 다음 사항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 잠들기 1~2시간 전에 틀어두면 실내에 일정 농도가 형성되어 모기 유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문과 창문을 완전히 닫은 채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피하고, 중간중간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영유아가 있는 방에서는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 제품 설명서에 적힌 연령 관련 주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옷과 장비에 사용하는 진드기 전용 처리제

숲길을 걷거나 캠핑, 등산, 풀숲이 많은 곳에 갈 때에는 모기뿐 아니라 진드기도 큰 문제가 됩니다. 특히 진드기는 몸에 잘 보이지 않게 붙어 있다가 질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옷과 장비를 미리 처리해두는 방법이 많이 이용됩니다.

퍼메트린 의류·장비 처리 스프레이

퍼메트린은 피부에 직접 바르는 것이 아니라, 옷과 장비에 처리했을 때 진드기·모기에 매우 효과적인 성분입니다. 다음과 같은 용도로 사용됩니다.

  • 바지, 양말, 상의, 모자 등 야외 활동 시 입는 옷
  • 텐트, 침낭, 배낭, 야전 침대 등 장비

퍼메트린 처리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옷감에 묻은 퍼메트린은 일정 기간 동안 진드기와 모기가 달라붙지 못하게 하거나, 접촉 시 죽게 만듭니다.
  • 보통 몇 주 동안 효과가 유지되거나, 여러 번 세탁해도 어느 정도 효과가 남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정확한 지속 기간은 제품마다 다르니 설명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아주 분명합니다.

  • 퍼메트린 스프레이는 절대로 피부에 직접 뿌리면 안 됩니다.
  • 사용할 때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옷과 장비에 분사한 뒤,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린 후에 착용해야 합니다.
  • 고양이 주변에서는 액체 상태의 퍼메트린이 닿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마른 옷감은 고양이에게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조사 안내를 우선으로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이런 의류 처리용 퍼메트린 제품은 일부 국가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일반 소비자가 직접 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에도 표기된 사용법과 안전 지침을 꼼꼼히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살충제를 사용할 때 꼭 지켜야 할 안전 수칙

살충제는 해충을 죽이는 약이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에게도 일정 수준의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얼마나 강력한가”보다 “어떻게 안전하게 쓰는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제품 포장과 라벨을 끝까지 읽기

어떤 제품을 쓰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포장지와 설명서에 적힌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 어떤 해충에 사용하는지
  • 실내용인지, 실외용인지, 옷용인지 등 사용 대상
  • 희석해서 써야 하는지, 원액 그대로 쓰는지
  •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의 양을 사용해야 하는지
  • 인체와 반려동물에 대한 주의 사항

포장지에 적힌 농도를 임의로 높이거나, 사용 횟수를 늘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효과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면, 다른 방법(환경 정리, 모기장, 기피제 등)을 함께 사용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보호 장비 착용하기

살충제를 직접 분사하거나 희석해서 뿌릴 때에는 다음과 같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마스크: 약제가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줄여줍니다.
  • 장갑: 손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합니다.
  • 긴팔·긴바지: 피부 노출을 줄입니다.
  • 보안경: 강하게 분사될 때 눈에 튀는 것을 방지합니다.

사용 후에는 손과 노출된 부위를 깨끗한 물과 비누로 씻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실내에서는 꼭 환기하기

실내에서 스프레이나 훈증기를 사용할 때는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환기를 시켜야 합니다. 특히 스프레이를 많이 분사했다면 사람과 반려동물이 잠시 방을 비운 뒤, 창문을 열어 공기를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린이와 반려동물 보호하기

살충제를 뿌릴 때와 뿌린 뒤에는 어린이와 반려동물이 약제에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살충제를 뿌리는 동안에는 아이와 반려동물을 다른 방이나 다른 장소로 옮겨놓는 것이 안전합니다.
  • 바닥, 장난감, 반려동물 식기 등에 약이 묻지 않도록 하고, 만약 묻었다면 물로 잘 씻어내야 합니다.
  • 고양이는 피레스로이드계, 특히 퍼메트린에 매우 민감하므로, 고양이용으로 승인된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환경을 생각한 사용 방법

해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생태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정도로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꽃이 만개한 식물에는 되도록 살충제를 직접 뿌리지 않아 꿀벌과 나비의 피해를 줄입니다.
  • 바람이 강한 날에는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 주변으로 약제가 멀리 퍼지지 않게 합니다.
  • 연못, 어항, 하천 근처에서는 물고기와 수생 생물이 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막을 치거나 해당 구역을 피해 살포합니다.

살충제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기

살충제는 어디까지나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모기와 진드기를 줄이려면 생활환경을 함께 정비하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냅니다.

  • 고인 물 제거: 모기는 물웅덩이에 알을 낳습니다. 화분 받침, 양동이, 오래된 타이어 안의 물 등을 없애면 모기 발생 자체가 줄어듭니다.
  • 잡초·수풀 정리: 진드기는 풀숲을 좋아하므로, 집 주변의 풀을 정리하고 낙엽을 치우는 것만으로도 개체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 방충망 점검: 창문과 문에 방충망을 설치하고, 찢어진 곳은 수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실내 해충 차단 방법입니다.
  • 피부용 기피제 사용: 야외 활동 시에는 디에틸톨루아미드(DEET), 이카리딘(Icaridin), 레몬유칼립투스유(특정 농도) 등이 들어 있는 기피제를 노출된 피부에 바르거나 뿌려주면 모기와 진드기의 접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연령 제한과 사용 부위, 사용 횟수를 지켜야 합니다.

이처럼 살충제 성분과 제품 유형, 그리고 사용 방법을 이해하고 나면, “그냥 아무거나 강력한 걸로 사서 뿌리는 것”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모기와 진드기 때문에 불편을 겪더라도, 여러 방법을 적절히 조합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습관을 들이면 생활이 훨씬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