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친구가 어느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면서, 자기 회사 주식을 조금 들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증권사 앱을 열어 상장된 주식처럼 가격을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그 회사 이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분명 주식은 맞는데, 가격이 안 보였고, 도대체 이게 지금 얼마짜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비상장주식’이라는 세계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비상장주식을 어떻게 찾아보고,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장주식은 말 그대로 증권거래소(코스피, 코스닥 등)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입니다. 상장주식은 주가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누구나 같은 가격을 보고 사고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은 이런 공식 시장이 없기 때문에 명확한 시세가 존재하지 않고, 서로 흥정하면서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단서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여러 경로를 통해 대략적인 가격 수준이나 기업 가치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 시세가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운지

비상장주식 시세를 이해하려면 먼저 구조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상장주식은 거래소라는 한 곳에 주문이 모여서, 이곳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가 자동으로 만나고, 그 결과가 주가로 실시간 공개됩니다. 반면 비상장주식은 거래가 여러 군데에서 따로따로 일어나고, 거래량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 “이 주식의 정확한 현재 가격이 얼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약합니다.

또한 비상장기업은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매출, 이익, 부채 같은 중요한 정보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보가 적으면 투자자들이 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시세도 불명확해집니다. 결국 비상장주식의 시세를 안다고 할 때에는, 여러 조각의 정보를 모아서 하나의 그림을 추측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가격 단서 찾기

요즘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경로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매수하고 싶은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이 모여서, 각자 원하는 가격을 적어두고 거래를 시도합니다. 여기에서 보이는 가격이 곧 “참고용 시세” 역할을 합니다.

국내에서 많이 언급되는 곳은 다음과 같은 서비스들입니다.

먼저, 오래전부터 운영되어 온 비상장주식 정보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개별 종목별 게시판에 사람들이 직접 “얼마에 사고 싶다, 얼마에 팔고 싶다”는 글을 올립니다. 실제로 어느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었는지 추정하는 글도 종종 볼 수 있고, 회사의 기본 정보나 재무제표를 정리해 둔 자료가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보이는 가격은 대부분 ‘희망 가격’에 가깝습니다. 당장 거래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글을 올린 시점에서 시간이 많이 지나 시세와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증권 계좌와 연동된 비상장주식 거래 앱입니다. 예를 들어, 일부 플랫폼은 증권사와 제휴하여 실제 주식 계좌로 비상장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앱에서는 종목별로 매수 호가, 매도 호가가 정리된 호가창을 볼 수 있어, 어느 정도 상장주식과 비슷한 화면을 제공합니다. 거래가 실제로 체결되기도 하고, 체결 가격이 표시되기 때문에 이전 게시판 방식보다 가격 정보를 잡아내기에는 좀 더 편리한 편입니다.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는 다른 비상장 거래 플랫폼들도 있습니다. 이들 역시 기업 정보, 시세 추이, 최근 거래 동향 등을 함께 보여 주며, 사용자가 앱 안에서 직접 주문을 넣고 거래를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여러 플랫폼의 공통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거래량이 상장주식에 비해 훨씬 적고, 하루 종일 거래가 없는 날도 많습니다. 그래서 화면에 떠 있는 가격이 곧 “언제든지 이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동성이 낮다고 표현하는데,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증권사 IPO·비상장 전담 부서를 통한 정보 확인

규모가 큰 증권사들 중에는 비상장기업과 IPO(기업공개)를 전문으로 다루는 부서가 따로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 부서들은 상장을 준비 중이거나,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비상장기업 주식을 취급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시세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

  • 기업공개를 앞두고 기관투자자들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할 때
  • 상장 전 단계에서 일정 조건을 갖춘 투자자에게 비상장주식을 중개할 때

일반 개인이 직접 전담 부서에 연락해 구체적인 시세를 들을 수 있는지는 증권사마다 차이가 큽니다. 보통은 기관투자자나 자산 규모가 큰 고객을 우선으로 상대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는 실제 거래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다만 관심 있는 종목이 상장을 추진 중인지, 어느 정도의 기업 가치로 시장에서 이야기되고 있는지 정도는 문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으로 기업 가치의 기초 정보 살펴보기

비상장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완전히 비공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회사, 대기업 계열사, 또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의 상당수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올립니다.

DART에서는 직접적인 ‘주식 시세’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기업의 재무제표와 각종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기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이익 구조
  • 자산과 부채 규모, 자기자본(순자산) 수준
  • 어떤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인지, 주요 고객과 경쟁사 구조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간단한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슷한 업종의 상장기업들의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참고해서 비상장기업의 적정 가치를 대략 계산하는 식입니다. 물론 이런 계산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실제 시장에서 어느 가격에 거래될지는 결국 투자자들이 서로 어떤 기대를 가지고 협상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뉴스와 기사로 투자 유치 사례·기업 가치 평가 읽어보기

최근 몇 년 사이에 언론 기사에서도 비상장기업 관련 소식이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기술 중심 회사들에 대한 투자 유치 소식은 경제지, 기술 전문 매체 등에서 자주 다룹니다.

이런 기사 속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투자 라운드(시리즈 A, B, C 등)에서 책정된 기업 가치
  • 해외 투자자 또는 대형 벤처캐피털이 참여했는지 여부
  • 향후 IPO 계획에 대한 경영진의 발언이나 일정

기사에 나오는 “이번 투자 유치로 기업 가치는 약 ○○조 원으로 평가받았다”라는 문장은 사실상 그 시점의 시장 평가액을 보여 줍니다. 이 평가액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사고파는 가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투자 라운드에서의 가격은 주로 기관투자자와 회사가 협의를 통해 정한 것이고, 개인 투자자 간의 거래는 심리, 기대감, 정보 격차 등에 따라 더 높거나 낮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에게 가치 평가를 의뢰하는 방법

어떤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알고 싶을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계법인, 자산평가사, 일부 증권사 리서치 조직 등은 기업 가치 평가를 전문적으로 수행합니다.

이들이 하는 평가는 단순히 재무제표를 한 번 보는 수준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과거 재무 실적과 앞으로의 성장 전망
  • 해당 산업의 시장 크기와 경쟁 구도
  • 비슷한 업종 상장사의 주가와 가치 지표
  • 기업이 가진 기술력, 브랜드 가치, 지적재산권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자산

이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평가 기법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 비슷한 기업들의 주가 배수를 적용해서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런 평가는 M&A, 상속·증여, 기업 분할·합병처럼 법적·세무적인 근거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요즘 시세가 어느 정도일까” 정도를 알고 싶은 개인 투자자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 시세를 볼 때 꼭 생각해야 할 위험 요소들

비상장주식의 시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지만, 그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특히 다음 몇 가지는 항상 머릿속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

비상장주식은 사고팔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거래 플랫폼에 마음에 드는 가격이 보이더라도, 실제로 그 가격에 거래가 바로 체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급히 현금이 필요해 팔아야 할 상황이 와도,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고팔기 어려운 성질을 유동성이 낮다고 표현합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상장기업은 분기마다 실적을 공시하고, 각종 공시 규정을 지켜야 합니다. 반면 비상장기업은 이런 의무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사업이 잘되는지, 재무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같은 회사를 두고도 어떤 사람은 “곧 상장할 거라서 크게 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은 “실적이 생각보다 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할수록 소문과 추측에 휘둘리기 쉬워지고, 그만큼 투자 위험도 올라갑니다.

보이는 가격이 ‘진짜 시세’가 아닐 수 있다는 점

비상장주식 플랫폼, 게시판, 기사 등에 등장하는 숫자들은 대부분 참고용 가격입니다. 누군가가 그 가격에 사고 싶거나 팔고 싶다고 올려 둔 희망 가격이거나, 과거 몇 건의 거래를 바탕으로 추정한 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본인이 매수 또는 매도하려고 할 때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흥정하며 가격을 다시 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주식도 거래 시점, 상대방, 협상력에 따라 체결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격 변동이 생각보다 거셀 수 있다는 점

비상장주식은 소수의 거래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플랫폼에서 오랫동안 1주당 1만 원에 거래되던 종목이, 어느 날 누군가가 급하게 팔면서 7천 원에 거래가 한 번 이루어지면, 화면상 시세가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장 가능성이 부각되는 뉴스가 나오거나, 대형 투자 유치 소식이 들리면 거래량이 잠깐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동성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 대응하면 큰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큽니다.

비상장주식을 바라보는 태도

비상장주식은 종종 “상장 전에 미리 들어가서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존재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장까지 가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회사들, 혹은 기대와 달리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을 알아보고 투자 여부를 고민할 때에는, 단순히 플랫폼에 적힌 숫자 하나만 믿기보다는, 여러 출처의 정보를 차분히 모아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거래 플랫폼의 호가, 공시 자료, 기사 속 기업 가치 평가, 그리고 회사가 실제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면, 비록 완전히 정확한 시세는 알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어떤 가능성에 베팅하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