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밤늦게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던 가게 안에서 사람들 손마다 노란 봉지가 들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과자, 화장품, 전자제품, 캐릭터 굿즈까지 없는 게 없었고, 계산대 옆에는 ‘TAX‑FREE’라는 표지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아, 여기서 제대로 면세 쇼핑을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규칙을 잘 몰라서 아쉽게 놓친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 뒤로 관련 내용을 차근차근 정리해 두었고, 이번에는 일본 돈키호테에서 면세를 받을 때 알아두면 편한 점들을 한 번에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돈키호테 면세 서비스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보기
일본은 물건을 살 때 소비세라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현재 기본 소비세율은 10%이며, 일부 식품과 음료(알코올 제외) 등에는 8% 경감 세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쇼핑할 때 “10% 정도 세금이 붙는다”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는 않습니다.
돈키호테는 일본에 잠깐 머무르는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이 소비세를 내지 않게 해 주는 서비스, 즉 면세(Tax-Free)를 제공합니다. 보통 계산대 가격에는 세금이 포함되어 있지만,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이 세금을 빼 주거나 돌려주는 방식으로 쇼핑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누가 돈키호테 면세를 받을 수 있는지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면세를 받는 것은 아니고, 일본 정부가 정해 둔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돈키호테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조건을 확인합니다.
1. 일본에 오래 머물지 않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일본을 여행, 단기 방문 등으로 찾은 사람처럼 일본에 6개월(180일) 미만 머무는 비거주자가 기본 대상입니다. 일본 국적이 있더라도 실제 거주지가 해외이고,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때 일부 매장에서 면세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해외에서 온 관광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2. 여권에 단기 체류를 나타내는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여권을 열었을 때 ‘Temporary Visitor’, ‘단기 체재’ 같은 표시가 찍혀 있거나 스티커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이 표시가 있어야 “일본에 잠깐 머무르는 사람”이라는 기준이 확인되기 때문에, 면세 카운터에서는 이 부분을 꼭 확인합니다.
3. 반드시 본인 여권 원본을 가져가야 합니다.
사진으로 찍어 둔 여권 이미지나 복사본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여권 원본을 직접 보여줘야 하며, 다른 사람의 여권으로 대신 면세를 신청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4. 되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쓰기 위한 물건이어야 합니다.
선물, 집에서 사용할 물건, 여행 기념품, 가족에게 줄 화장품 등 일상적인 사용을 위한 물건은 괜찮지만, 물건을 대량으로 사서 일본 밖에서 상업적으로 판매하려는 목적은 면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같은 상품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사는 경우, 상점에서 면세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사야 면세가 되는지
일본의 면세 제도는 물건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돈키호테에서도 이 기준을 그대로 따르지만, 실제 계산할 때는 두 종류를 합쳐서 금액을 맞추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소모품(Consumables)이라고 부르는 것들
소모품은 한 번 열거나 사용을 시작하면 다시 팔기 어렵고, 금방 줄어드는 물건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소모품에 속합니다.
- 과자, 컵라면, 즉석식품, 조미료 같은 식품
- 음료수, 술(알코올 음료), 일부 드링크류
- 스킨, 로션, 팩, 메이크업 제품 등 화장품
- 비타민, 영양제, 일반 의약품
- 담배 제품
이런 소모품으로 면세를 받으려면, 세금을 빼기 전 기준으로 5,000엔 이상, 500,000엔(50만 엔) 이하를 같은 날, 같은 가게에서 한 번에 구매해야 합니다. 이 범위를 넘거나, 너무 적게 사면 면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소모품은 면세 처리가 되면 투명한 비닐봉투에 들어가 밀봉된다는 점입니다. 이 봉투에는 “출국할 때까지 열지 말 것”이라는 취지의 안내가 적혀 있고, 실제로 일본을 떠나기 전까지 뜯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본 안에서 이 봉투를 열고 물건을 사용하면, 일본에서 이미 소비한 것으로 보아 세금을 다시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품(General Goods)이라고 부르는 것들
일반품은 사용하더라도 바로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헤어드라이어, 전기면도기, 게임기 등 가전제품
- 옷, 신발, 모자
- 가방, 지갑, 액세서리
- 인형, 피규어, 캐릭터 굿즈, 기념품
- 필기구, 노트, 다이어리 같은 문구류
일반품은 세금 제외 가격 기준으로 5,000엔 이상만 넘으면 면세를 받을 수 있고, 상한선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상점이나 제도에 따라 너무 고가이거나 특수한 물건에는 다른 규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큰 금액을 쓸 계획이라면 미리 가게 직원에게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품은 소모품과 달리 반드시 밀봉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은 비닐이나 쇼핑백에 넣어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고, 일본 안에서 사용을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원칙적으로는 출국할 때까지 깨끗한 상태로 챙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모품과 일반품을 함께 샀을 때 생기는 차이
돈키호테에서는 소모품과 일반품을 따로 계산할 수도 있지만, 둘을 합쳐서 한 번에 면세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 소모품과 일반품을 같이 계산해서, 세금 제외 가격 기준으로 전체 합계가 5,000엔 이상 500,000엔 이하가 되면, 합산 금액으로 면세가 가능합니다.
- 이렇게 합산으로 면세를 받을 경우, 계산에 포함된 대부분의 물건을 소모품과 비슷한 방식으로 취급하여,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전용 비닐봉투에 밀봉하는 매장이 많습니다.
즉, 기념품이나 옷처럼 당장 쓰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다른 소모품들과 함께 합산 면세를 받으면 한 봉투에 전부 밀봉되어 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행 중에 바로 입고 싶은 옷이나 바로 쓰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미리 직원에게 “이건 따로 계산하고 싶다”라고 말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돈키호테에서 실제로 면세를 받는 순서
매장마다 구조나 동선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흐름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익혀 두면 다른 지점에서도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먼저 일반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마칩니다.
물건을 모두 골랐다면, 처음에는 그냥 일반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합니다. 이때 표시된 가격이 세금 포함 가격인지, 세금 제외 가격인지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종종 상품 가격표에 세금 제외 가격을 크게 쓰고, 세금 포함 가격을 작게 적어 두는 경우가 있어, 생각보다 계산 금액이 커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세금이 포함된 금액 그대로 결제를 진행합니다.
현금으로 내도 되고, 카드로 결제해도 되지만, 카드를 사용할 때는 카드 명의와 여권에 적힌 이름이 같아야 합니다. 만약 이름이 다르면 면세 절차가 거절될 수 있으니, 다른 사람 카드를 대신 쓰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영수증과 물건, 여권을 들고 면세 카운터로 이동합니다.
결제가 끝나면 계산대 직원이 영수증을 건네줍니다. 이 영수증과 방금 산 물건들을 모두 챙겨서 매장 안에 있는 면세 카운터를 찾아가면 됩니다. 보통 ‘TAX-FREE’ 또는 ‘免税’라고 크게 적힌 표지판이 있고, 층 안내판에도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세 카운터에 도착하면 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대형 지점은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너무 촉박한 일정에는 큰 쇼핑을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3. 직원에게 여권과 영수증을 보여주고 안내를 받습니다.
순서가 되면 직원에게 다음 세 가지를 건넵니다.
- 본인 여권 원본
- 일반 계산대에서 받은 영수증
- 방금 산 물건들
직원은 여권에 있는 입국 도장과 체류 자격(Temporary Visitor 등)을 확인하고, 영수증에 찍힌 금액과 물건 종류가 면세 기준에 맞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그 후 전자 시스템이나 종이 양식을 이용해 면세 관련 정보 입력을 진행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전자 방식이라, 화면에 이름이나 여권 번호가 표시되고, 직원 안내에 따라 서명하거나 터치로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물건이 소모품인지, 일반품인지, 합산 대상인지 등을 직원이 구분해 처리합니다.
4. 소비세에서 수수료를 뺀 금액을 돌려받습니다.
돈키호테는 대개 “세금을 전부 깎아주는 대신, 그 가운데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일본의 소비세가 10%라면, 그중 약 1.5% 정도를 수수료로 제하고, 나머지 약 8.5%를 돌려주는 셈입니다. 수수료 비율은 매장이나 시기, 행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일정 비율을 떼고 환급한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환급은 대부분 현금으로 즉시 이루어집니다. 카드로 결제했어도, 면세 카운터에서는 현금으로 돌려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에 쥐게 되는 돈의 양을 보고 “생각보다 적지 않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환급이 끝나면 영수증과 함께 여권도 돌려받게 됩니다.
5. 소모품과 합산 물품을 전용 봉투에 밀봉합니다.
면세 처리가 끝나면, 직원이 소모품에 해당하는 물건들 또는 합산 면세 대상이 된 물건들을 투명한 비닐봉투에 모아 넣고 밀봉합니다. 봉투에는 잘 뜯기지 않도록 스티커나 테이프로 단단히 봉인 표시를 하며, 세관 용 안내 문구가 함께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이 봉투는 출국할 때까지 열지 마세요”라는 안내를 다시 들을 가능성이 큽니다. 봉투가 너무 크거나 내용물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가방에 넣기 전, 포장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봉투가 찢어지거나 봉인 스티커가 손상되면, 나중에 세관에서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6. 일본을 떠날 때 세관에서 기록을 확인합니다.
공항이나 항구에서 출국 수속을 밟을 때, 여권에 전자적으로 기록된 면세 구매 내역을 세관이 확인합니다. 과거에는 영수증이나 서류가 여권에 직접 붙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전산으로 관리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세관 직원이 서류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키지만,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 물건을 보여 달라”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출국할 때까지는 면세 봉투를 수하물에 넣기보다, 꺼내기 쉬운 곳에 두거나 확인을 요청받았을 때 바로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돈키호테 면세를 이용할 때 알아두면 비교적 편해지는 점들
면세 카운터 이용 시간과 대기 시간을 생각해 두기
모든 돈키호테 지점이 24시간 면세 카운터를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장은 늦게까지 열지만, 면세 업무는 특정 시간까지만 받는 곳도 있습니다. 늦은 밤에 쇼핑을 많이 했다가, 막상 면세 카운터가 닫혀 있는 바람에 세금을 못 돌려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큰 쇼핑을 하기 전에는 면세 카운터 운영 시간을 한 번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관광 명소 근처에 있는 대형 지점은 특히 저녁 시간에 손님이 몰려 면세 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소에 돌아가야 하는 시간, 지하철 막차 시간 등을 생각해서 너무 촉박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여권은 항상 직접 챙기기
면세를 받으려면 반드시 본인의 여권 원본이 필요합니다. 같이 여행 온 사람 중 한 명이 여권을 모두 모아 들고 다니다가, 정작 면세 받을 사람은 여권이 손에 없어서 다시 숙소에 가지 못해 곤란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쇼핑을 나가면서 “오늘은 면세 받을 만큼 살 것 같다”라고 생각된다면, 여권을 꼭 챙겨서 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카드 명의와 여권 이름 통일하기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면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여권 이름과 카드 명의가 일치해야 합니다. 이름 표기가 다르거나, 다른 사람의 카드를 대신 쓰면 면세가 거절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의 카드를 편하게 빌려 쓰는 습관이 있다면, 면세 쇼핑을 할 때만큼은 본인 명의 카드를 사용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영수증은 일본을 떠날 때까지 보관하기
면세 카운터를 나온 뒤에도, 받은 영수증과 관련 서류를 지갑이나 여권 케이스 같은 곳에 잘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추가로 확인할 일이 없지만, 분실했을 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완전히 떠나 집에 돌아온 뒤에는 천천히 정리해도 늦지 않습니다.
가격표를 볼 때 세금 포함 여부를 눈여겨보기
돈키호테 상품 가격표에는 종종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가격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 큰 글씨: 세금 제외 가격(예: 1,000엔)
- 작은 글씨: 세금 포함 가격(예: 1,100엔)
계산대에서는 보통 세금 포함 가격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그다음에 면세 카운터에서 세금을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처음부터 “면세니까 가격표 그대로만 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실제 계산 금액과 차이가 날 수 있으니, 합계 금액을 한 번쯤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밀봉된 봉투는 일본 안에서 열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밀봉된 면세 봉투는 일본 안에서 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과자나 컵라면처럼 당장 먹고 싶은 물건들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봉투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만, 봉인 상태가 훼손되어 있으면 세관에서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커집니다.
여행 중에 바로 먹을 과자나 사용할 화장품을 따로 사고 싶다면, 처음부터 면세를 적용하지 않고 일반 구매로 처리하거나, 직원에게 별도로 계산해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엇을 언제 사용할지 미리 생각하고, 면세 대상으로 묶을 물건과 그렇지 않을 물건을 나누어 계산하면 여행 내내 좀 더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밤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 두고, 여러 가지 물건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어 여행 중에 한 번쯤 꼭 들르게 되는 곳입니다. 면세 제도와 가게 규칙을 미리 알고 있으면, 계산대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시간도 줄이고, 여행 경비도 조금 더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계산대 앞에서 세금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여기서 정리한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