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모여서 간식을 나누거나, 작은 벌칙을 정해야 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놀이가 있습니다. 종이에 세로줄을 몇 개 그리고, 가로줄을 아무렇게나 긋다가, 위에서 아래로 따라 내려가는 그 게임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 게임 덕분에 원하던 걸 얻고, 누군가는 예상 못 한 벌칙에 걸립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혹시 이거, 누가 살짝 결과를 조작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 말입니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 쌓이다 보니, 정말로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공정하게 사다리 타기를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다리 타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그림일 뿐인데, 실제로는 ‘무작위’와 ‘정보 비공개’라는 두 가지 중요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누가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에 도착할지, 미리 알 수 없다면 사람들은 결과를 받아들이기 훨씬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직접 사다리 타기를 해 보면서, 어떤 방식이 가장 공정해 보이고, 어떤 방식이 사람이 개입해서 조작하기 쉬운지 비교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다리 타기를 공정하게 만드는 핵심 생각

공정한 사다리 타기를 만들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합니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결과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누가 어떤 줄에 서서, 최종적으로 어떤 상품이나 벌칙에 도착할지 그 누구도 미리 알지 못해야 합니다.

둘째, 사다리의 구조 자체가 무작위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가로줄을 어디에 얼마나 그릴지, 특정 사람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구조가 되지 않도록 결정해야 합니다.

셋째, 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전체 결과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구조를 피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거나, 컴퓨터처럼 사람의 의도를 배제한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이제 이 원칙들을 어떻게 실제 방법으로 옮길 수 있는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간단한 선택: 온라인·앱 사다리 게임 활용

사다리 타기를 정말 빠르고 편하게, 그리고 조작 걱정 없이 하고 싶다면 온라인 사다리 게임이나 모바일 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보통 컴퓨터가 자동으로 사다리를 그려 주고, 어떤 세로줄이 어떤 결과에 연결될지 사람 눈으로 미리 알 수 없게 만들어 줍니다.

사용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먼저 참여자 이름을 입력합니다. 실제 이름을 적어도 되고, 이니셜이나 별명을 적어도 상관없습니다.

다음으로 상품이나 벌칙 같은 결과 목록을 입력합니다. 예를 들어 “1등, 2등, 3등, 설거지 당첨” 또는 “치킨, 떡볶이, 아이스크림, 벌칙 댄스”처럼 정해 둘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세로줄과 가로줄을 섞어서 사다리를 생성합니다. 이때 인간이 개입해서 특정 사람의 동선을 조작하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사람이 자신의 줄을 선택해서 사다리를 타고, 화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지켜보다가 최종 도착 지점의 결과를 확인합니다.

이 방식이 특히 공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다리 구조를 만든 주체가 사람 대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가 내부 알고리즘을 어떻게 구성했는지는 우리가 코드로 직접 확인하기 어렵지만, 대형 포털이나 많이 쓰이는 앱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하고 결과를 서로 비교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조작이 있다면 금방 문제 제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모임이나 소규모 행사에서 쓰기에는 충분히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인터넷 환경이나 스마트폰이 준비되어 있다면, 이 방법은 준비 시간도 짧고 규칙 설명도 쉬우며, 무엇보다 결과에 대한 불만이 적게 나오기 쉽습니다.

종이와 펜으로 진행할 때 지켜야 할 기본 원칙

하지만 언제나 디지털 도구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교실, 캠프, 체험 활동 현장처럼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는 곳에서는 여전히 종이와 펜만으로 사다리 타기를 하게 됩니다. 이때 “한 사람이 마음대로 그린 사다리를 그대로 쓰자”라고 하면, 결과가 나왔을 때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동으로 사다리 타기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먼저 세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다리를 그리기 전에, 누가 어떤 시작점에 설지, 그리고 아래쪽에 어떤 결과가 놓일지를 서로 모르게 해야 합니다. 즉, 사람 배정과 결과 배정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는 사다리 줄 자체를 그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작점과 도착점은 가능한 한 추첨을 이용해 무작위로 배정합니다. 제비뽑기, 번호 쪽지, 돌림판 등 눈앞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방식이면 신뢰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다리를 실제로 그리는 사람은, 위에서 이미 정해 둔 사람 배정과 결과 배정 정보를 모르는 상태여야 공정해집니다. 이 사람이 참여자가 아니라 외부인이라면 더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두 가지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완전 블라인드 방식으로 만드는 공정한 사다리

먼저 소개할 방법은, 한 사람의 의도적인 개입을 최대한 막는 방식입니다. 준비 과정이 조금 길 수 있지만, 그만큼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필요한 준비물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큰 종이와 펜, 이름과 결과를 적을 작은 종이들, 그리고 작은 종이들을 섞어 넣을 수 있는 불투명한 봉투나 주머니 정도면 충분합니다.

먼저 참여할 사람들의 이름을 정리합니다. 예를 들어 네 명이라면 A, B, C, D와 같이 이름이나 약칭을 종이에 적습니다. 동시에 어떤 결과를 줄지도 확정합니다. 예를 들어 “간식비 내기, 편의점 이용권, 물건 심부름, 자유 통과”처럼 선택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참여자들을 세로줄에 배정해야 합니다. 이때 사다리는 아직 그리지 않습니다. 작은 종이에 각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서 주머니에 넣고 충분히 섞은 뒤, 한 장씩 뽑습니다. 뽑힌 순서대로 첫 번째 세로줄, 두 번째 세로줄, 세 번째 세로줄처럼 번호를 붙입니다. 이 과정을 종이 위에 “1번 줄 = A, 2번 줄 = C …”처럼 기록해 둡니다. 중요한 점은, 이때도 아직 사다리 구조는 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결과도 같은 방식으로 배정합니다. 또 다른 주머니에 “간식비 내기, 편의점 이용권”처럼 결과를 적은 쪽지를 넣고 섞은 뒤, 한 장씩 뽑아서 아래쪽 도착 지점에 1번, 2번, 3번 순서로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1번 도착점에는 “자유 통과”, 2번 도착점에는 “간식비 내기”가 놓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모두 끝나고 나면, 사람마다 어느 줄에 서게 될지는 정해졌고, 각 도착 지점에 어떤 결과가 달려 있는지도 정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둘 사이를 잇는 사다리 선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누가 어떤 결과에 걸릴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사다리를 그릴 차례입니다. 이 작업을 맡는 사람은, 위에서 정해 둔 사람·결과 배정표를 보지 못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중립적인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다리를 그릴 때는 세로줄을 먼저 곧게 그립니다. 세로줄 개수는 참여자 수와 같게 맞춥니다. 그 다음 가로줄을 그릴 차례인데, 여기서 다시 무작위 요소를 넣어 주면 더욱 공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세로줄 높이를 위, 중간, 아래 세 구역 정도로 눈대중으로 나눕니다. 각 구역에서 몇 개의 가로줄을 넣을지 주사위를 굴려 정합니다. 예를 들어 위쪽 구역에서 주사위 눈금이 3이 나왔다면, 위쪽에는 가로줄을 3개 그립니다.

각 가로줄의 위치도 눈으로 임의로 정하는 대신, 간단한 규칙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로줄 사이의 칸을 여러 개로 나누어 번호를 붙이고, 주사위를 굴려서 “3번 위치에 가로줄을 긋는다”처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세로줄과 어떤 세로줄을 연결할지도, “왼쪽에서 1번과 2번 사이에 하나, 2번과 3번 사이에 하나”처럼 미리 대략의 개수를 정하거나, 마찬가지로 번호를 정해 두고 주사위를 굴려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다리를 그리는 사람도, 자신이 그린 선이 실제로 누구의 동선을 만들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사람·결과 배정표와 사다리 그림이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거나 유도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든 선이 그려지고 난 뒤에, 비로소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름이 배정된 세로줄 위에서 사다리를 타기 시작합니다. 가로줄을 만나면 방향을 바꾸며 끝까지 내려가고, 도착한 지점 아래에 적혀 있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모두가 함께 그리는 협력형 사다리 방식

조금 더 가볍게, 다 함께 참여하는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여러 사람이 각자 조금씩 사다리를 그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완전히 정보가 차단된 상태는 아니지만, 한 사람이 혼자서 사고를 치는 위험을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참여자와 결과 목록을 정하는 단계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이름을 정리하고, 줄 수를 맞추고, 어떤 상품이나 벌칙을 걸지 합의합니다.

시작점과 도착점을 배정하는 과정 역시 추첨으로 진행합니다. 단, 이 방법에서는 사람과 결과의 배정이 끝난 뒤, 그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합니다. 예를 들어 “1번 줄은 민수, 2번 줄은 지연, 3번 줄은 현우”처럼 말해 주고, 아래쪽 도착 지점도 “1번은 아이스크림, 2번은 벌칙 노래”처럼 공개합니다.

이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사다리를 그리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누군가 유리한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장치가 하나 더 들어갑니다. 바로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선을 그린다”는 점입니다.

먼저 세로줄은 진행자가 곧게 그어 둡니다. 그 다음 참여자 모두에게 펜을 나누어 주고, 차례를 정해 한 사람당 1~2개의 가로줄만 그리게 합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가로줄은 반드시 바로 옆에 있는 두 세로줄만 연결해야 하고, 이미 다른 누군가가 그어 둔 가로줄 위에 겹쳐 그리면 안 됩니다. 또, 대놓고 특정 사람만 피해 가거나 특정 사람만 좋은 결과에 연결되도록 하려는 티가 나면 안 된다는 약속도 미리 해 둡니다.

모두가 조금씩 섞어서 그리다 보면, 어떤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더라도 다른 사람의 가로줄 때문에 결과가 계속 뒤섞이게 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전체 구조를 설계하기 어려워집니다. 물론 앞의 완전 블라인드 방식만큼 완벽하게 중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결과를 크게 왜곡하기 힘들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 함께 사다리를 완성한 뒤에는, 각자 자신의 줄에서 출발해 도착 지점까지 따라 내려가며 결과를 확인하면 됩니다. 이 때 “누가 어디에 걸렸는지”를 보며 웃고 떠드는 즐거움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사다리 타기의 공정성을 지키는 세 가지 관점

지금까지 살펴본 방법들을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정리해 보면, 결국 세 가지 관점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첫째는 정보가 얼마나 가려져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사다리를 그리는 사람이나 추첨을 진행하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누가 무엇을 얻게 될지를 사전에 알지 못할수록, 공정성은 높아집니다. 온라인 도구가 강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는 무작위성이 얼마나 잘 확보되었느냐입니다. 시작점 배정, 도착점 배정, 가로줄 위치와 개수까지 가능한 한 다양한 추첨 도구를 활용할수록, 의도적인 패턴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주사위, 제비뽑기, 간단한 번호표 같은 것은 이런 무작위성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셋째는 중립성입니다. 특정 사람에게 잘해 주거나, 특정 사람을 골려 주려는 마음이 개입되면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다리를 그리는 사람을 중립적으로 정하거나, 아예 여러 사람이 함께 그리게 해서 한 사람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다리 타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모임에서 써 오던 가벼운 놀이이지만, 이렇게 원리를 찬찬히 따져 보고 나면 단순한 장난 이상으로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약간만 더 신경 쓰면, 결과를 받아들일 때 생기는 섭섭함이나 의심도 훨씬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단지 게임을 넘어서, 어떤 결정을 공정하게 내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