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 공항에 도착해 첫날 숙소로 이동하던 길, 지갑 안에 현금은 거의 없고 트래블 카드 한 장만 덜렁 들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공항 셔틀비를 결제하려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여행 전부터 그렇게 칭찬을 듣던 트래블 카드도 결국 ‘현금과 함께 써야 완성되는 도구’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카드와 현금을 어떻게 나눠 쓰는지, 어떤 상황에서 트래블 카드가 특히 빛을 발하는지 나트랑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이 잡혔습니다.
나트랑에서 트래블 카드를 추천하는 이유
나트랑에서는 대형 리조트, 호텔, 스파, 쇼핑몰, 유명 레스토랑 등에서 카드 사용이 꽤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이때 트래블 카드를 이용하면 일반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보다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해외 결제 수수료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상품이 많아, 결제 금액이 커질수록 체감 차이가 큽니다. 국내 카드로 결제하면 통상 1~3% 정도의 해외 이용 수수료가 붙는데, 트래블 카드는 이 부분을 크게 줄여줍니다. 단, 실제 수수료 구조와 환율은 카드 상품마다 다르므로 가입 전 상품 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편리했던 점은 실시간 환율에 맞춰 충전하고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트래블 카드는 앱에서 원화를 충전하면, 결제 시점에 자동으로 베트남 동(VND)으로 환전되어 계산됩니다. 별도로 환전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특히 편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장점은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나트랑은 관광객이 많다 보니 소매치기나 분실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기는 어렵습니다. 트래블 카드는 분실이나 도난 시 앱에서 바로 사용 정지를 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훨씬 안심이 되었습니다.
트래블 카드의 수수료와 환율, 실제로 체감한 부분
트래블 카드를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장점은 “예상보다 결제 금액이 덜 나온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동일한 금액을 결제했을 때 일반 카드 대비 수수료가 줄어들다 보니 며칠 지나 카드 승인 내역을 보면 소소하게 아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만, ATM 인출 수수료에 대해서는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카드사 자체 인출 수수료는 면제인 경우가 많지만, 베트남 현지 은행 ATM에서 부과하는 수수료는 별도로 붙습니다. 은행에 따라 2만~5만 VND 정도가 붙을 수 있으며, 이 부분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나눠 뽑기보다는 한 번에 어느 정도 넉넉히 인출하는 편이 더 유리했습니다.
또 하나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 바로 ‘결제 통화 선택’입니다. 결제 시 단말기에서 원화(KRW)로 결제할지, 현지 통화(VND)로 결제할지 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는 반드시 베트남 동(VND)로 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화를 선택하면 현지 가맹점 혹은 해외 결제 회사를 통한 별도의 환율이 적용되어,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금이 꼭 필요한 상황과 적절한 비율
나트랑이 카드 친화적인 도시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현금 없이는 불편한 순간이 꽤 많습니다. 길거리 음식, 로컬 식당, 재래시장, 소규모 카페, 노점, 길거리 마사지, 그리고 팁 문화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베트남식 바게트(반미)를 사 먹을 때, 또는 현지인이 주로 가는 쌀국수 집에서는 카드 단말기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곳에서까지 카드 결제를 기대했다가는 식사를 못 하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사지 숍의 경우 결제는 카드가 되더라도 팁은 현금으로 준비해야 자연스럽게 마무리됩니다.
여행 경비를 준비할 때는 대략적인 비율을 정해두면 편합니다. 경험상 전체 예산의 60~70% 정도는 트래블 카드(또는 신용카드)로 쓰고, 나머지 30~40% 정도는 베트남 동(VND) 현금으로 가져가면 비교적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길거리 음식이나 로컬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스타일이라면 현금 비율을 조금 더 높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나트랑에서 트래블 카드를 잘 쓰는 방법
트래블 카드는 “어디에서 쓰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나트랑에서 활용해 보며 나름대로 정리된 사용 패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호텔, 리조트, 대형 스파, 고급 레스토랑, 쇼핑몰, 면세점: 트래블 카드 위주로 결제
- 그랩(Grab) 앱 결제: 앱에 카드 등록 후 카드 결제 사용
- 길거리 음식, 로컬 식당, 재래시장, 길거리 마사지, 팁: 현금 사용
처음 도착했을 때는 공항이나 시내 환전소에서 소액이라도 미리 베트남 동을 준비해 두면 이동과 식사에 부담이 덜합니다. 이후에는 시내 은행 ATM에서 트래블 카드로 필요한 만큼만 인출해 사용하면 됩니다.
ATM 이용 시 알아두면 좋은 점
나트랑 시내 중심가(냐짱 센터, 해변 주변, 관광지 근처)에는 Vietcombank, BIDV, Agribank 같은 대형 은행 ATM이 많아 찾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늦은 밤이나 인적이 드문 골목에 있는 ATM은 가능하면 피하고, 사람이 오가는 큰 도로변이나 은행 건물 안에 있는 기기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했습니다.
ATM에서 돈을 뽑으면 대부분 고액권(예: 50,000 VND, 100,000 VND, 500,000 VND) 위주로 나오는데, 노점이나 소규모 가게에서는 큰 돈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다음과 같이 소액권을 확보하는 습관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 마트나 편의점에서 비교적 큰 금액을 결제한 후 잔돈을 소액권으로 받기
- 카페나 식당에서 계산할 때 미리 작은 돈으로 잔돈을 달라고 요청하기
예산 관리와 비상 상황 대비
트래블 카드는 충전한 금액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산 관리가 됩니다. 앱에서 실시간으로 남은 잔액과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오늘은 어디에서 얼마 썼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쉬웠습니다. 충동구매를 줄이는 데도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트래블 카드 한 장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카드가 갑자기 결제가 안 되거나, 분실했을 때를 대비해 일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한두 장 정도 따로 챙겨두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여기에 비상용 현금(달러 혹은 베트남 동)을 여권과 함께 다른 가방에 소량 보관해 두면 변수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나트랑에서는 트래블 카드와 현금을 적절히 섞어 쓰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스트레스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카드로는 큰 금액과 숙소·교통·관광을 해결하고, 현금은 사람 냄새 나는 로컬 경험과 작은 지출에 쓰면, 두 가지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