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하루 종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날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손목이 계속 욱신거렸습니다. 키보드는 딱딱하고, 마우스는 너무 작아서 손가락 끝으로만 잡게 되다 보니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어깨까지 뻐근해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어떤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느냐에 따라 업무 피로도가 정말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사무용 세트를 고를 때 어떤 점을 봐야 하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무실에서 쓰기 좋은 키보드·마우스 세트의 기본 개념부터,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제품들, 그리고 선택할 때 체크하면 좋은 기준까지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사무용 키보드·마우스, 왜 따로 신경 써야 할까요?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은 보통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 단위로 이어집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작은 불편함이 쌓여서 손목 통증, 어깨 결림, 심하면 두통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용 기기는 화려한 기능보다도 다음과 같은 요소가 훨씬 중요합니다.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 소음이 너무 크지 않은지, 오래 사용해도 쉽게 고장이 나지 않는지, 책상 위 공간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유선·무선, 키보드 방식, 마우스 형태를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유선 vs 무선: 책상 정리와 안정성의 균형

키보드와 마우스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유선인지 무선인지입니다. 두 방식의 특징을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무선 제품은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하기 좋습니다. 선이 없으니 노트나 서류를 펼칠 때 걸리적거리는 것도 적고, 키보드나 마우스를 자유롭게 위치를 바꿔가며 쓸 수 있습니다. 무선 방식에는 주로 두 가지가 사용됩니다.

  • USB 동글 방식: USB 포트에 작은 수신기를 꽂아서 연결합니다. 설정이 간단하고, 대부분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에서 잘 작동합니다.
  • 블루투스 방식: 별도의 동글 없이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기를 자주 바꿔가며 사용할 때 유리합니다.

유선 제품의 장점은 연결이 매우 안정적이고, 배터리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무선 제품은 간혹 배터리가 갑자기 부족해지거나, 주변 환경에 따라 간헐적으로 끊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특히 싫다면 유선 제품이 더 마음 편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 종류 이해하기

키보드의 내부 구조에 따라 타이핑 느낌과 소음이 크게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멤브레인, 기계식, 펜타그래프입니다.

멤브레인 키보드

멤브레인 키보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키를 눌렀을 때 부드럽게 들어가고, 소리가 비교적 조용한 편입니다. 구조가 단순해서 가격이 저렴하고,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환경에 잘 어울립니다.

다만 타건감이 다소 무른 느낌이라, 손가락에 분명한 “딸각” 감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음과 가격, 무난함을 생각하면 사무용 기본 선택지로 많이 사용됩니다.

기계식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는 각 키마다 개별 스위치가 들어 있습니다. 덕분에 키를 누를 때 “탁” 하고 분명하게 눌리는 느낌을 주고, 빠르게 치더라도 입력이 잘 빠지지 않습니다. 여러 키를 동시에 눌러야 하는 작업이나, 타이핑을 많이 하는 경우에 선호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는 소리가 큰 편이라,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눈치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소음을 줄인 저소음 스위치가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herry MX Silent Red 같은 스위치는 기계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에 속합니다.

펜타그래프 키보드

펜타그래프 방식은 주로 노트북 키보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키 높이가 낮고, 전체적으로 얇은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키를 깊게 누르지 않아도 입력이 잘 되기 때문에 손가락의 움직임이 적고, 소음도 비교적 적습니다.

책상 공간을 넓게 쓰고 싶거나, 노트북 키감에 익숙한 분, 또는 들고 다니며 사용할 일이 있다면 펜타그래프 제품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마우스 종류와 손목을 위한 선택

마우스는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센서 종류와 디자인에 따라 사용감이 꽤 달라집니다.

센서 방식: 광학 vs 레이저

광학 마우스는 대부분의 사무 환경에서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마우스패드나 책상 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입니다.

레이저 마우스는 더 다양한 표면에서 정교한 움직임을 인식합니다. 유리 책상이나 반짝이는 표면 위에서도 잘 작동하는 편이라, 환경이 자주 바뀌는 분들에게 유리합니다. 다만 사무용으로는 꼭 레이저가 아니어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체공학 마우스의 필요성

오래 사용할수록 중요한 것이 인체공학 디자인입니다. 손목이 자연스럽게 기울어진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마우스는 팔과 어깨에 가는 부담을 줄여 줍니다. 세로로 세워진 버티컬 마우스, 엄지 손가락이 편하게 올려지는 곡선형 마우스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사무 업무로 하루에 몇 시간씩 마우스를 계속 사용하는 분이라면, 처음에는 낯설더라도 인체공학 제품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추천 키보드·마우스 세트 정리

이제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세트들을 가격대와 특징을 기준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제품들은 국내외에서 사무용으로 검증된 편이며, 특별히 언급되지 않은 경우 기본적으로 무선 제품입니다.

기본 기능에 충실한 가성비 세트

처음 사무용 무선 세트를 사용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제품들입니다.

로지텍 MK270

로지텍 MK270은 가장 널리 알려진 무선 키보드·마우스 세트 중 하나입니다. USB 동글 하나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연결하는 방식이며, 설정이 매우 간단합니다.

  • 키보드: 멤브레인 방식, 생활 방수 기능이 있어 실수로 물을 조금 쏟아도 어느 정도 버텨 줍니다.
  • 마우스: 대칭형 디자인으로 왼손·오른손 모두 사용 가능하며, 기본적인 옵티컬 센서를 사용합니다.
  • 장점: 배터리 수명이 길고, 가격 대비 안정성과 내구성이 좋은 편입니다.

복잡한 기능 없이 문서 작성, 웹 서핑, 메신저 사용 등 기본적인 업무에 충분하며, 예산을 크게 쓰고 싶지 않을 때 좋은 선택입니다.

로지텍 MK295 (사일런트)

MK295는 MK270을 기반으로 키보드와 마우스의 소음을 크게 줄인 모델입니다. 로지텍의 SilentTouch 기술이 적용되어, 키를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할 때 나는 소리가 확실히 적습니다.

  • 키보드: 멤브레인 방식이며, 타건감은 MK270과 비슷하지만 소리가 훨씬 부드럽습니다.
  • 마우스: 대칭형으로, 클릭 소음이 줄어든 것이 특징입니다.
  • 추천 대상: 조용한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회의실, 도서관, 야간 사용이 잦은 분에게 적합합니다.

편안함을 중시하는 인체공학 세트

조금 더 투자해서 손목과 어깨 부담을 줄이고 싶은 분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입니다.

로지텍 MK850

MK850은 편안한 사용감에 초점을 둔 무선 세트입니다. 키보드는 곡선형 배열과 넓은 손목 받침대를 갖추고 있고, 마우스는 손에 감기는 인체공학 디자인으로 설계되었습니다.

  • 키보드: 손목을 올려두고 사용할 수 있는 패드가 있어 손목 부담을 줄여 줍니다. 키 배열이 약간 휘어져 있어 자연스러운 타이핑 자세를 유도합니다.
  • 마우스: 엄지 받침대가 있어 손 전체를 편하게 올려 둘 수 있고, 스크롤 휠은 빠른 스크롤과 정밀 스크롤을 오가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 멀티 디바이스: 여러 기기를 번갈아 연결하는 기능(Easy-Switch)을 지원하는 모델이 많아, PC와 노트북, 태블릿을 함께 쓰는 분들에게 특히 유리합니다.

오래 앉아서 작업하는 직장인에게 적합하며, 단순한 저가형 세트에서 한 단계 올라가고 싶을 때 고려할 만합니다.

로지텍 MX Keys Mini + MX Master 3S

이 조합은 로지텍의 프리미엄 라인업에 해당합니다. 공식적으로 ‘세트’로만 묶여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함께 사용하면서 사실상 대표적인 고급 사무용 조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 키보드(MX Keys Mini): 펜타그래프 방식으로, 노트북과 비슷한 얇은 키를 사용합니다. 각 키에 홈이 살짝 파여 있어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며, 자동으로 밝기가 조절되는 백라이트 기능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타이핑이 편합니다.
  • 마우스(MX Master 3S): 인체공학적 곡선 디자인으로, 엄지손가락을 올려두기 편한 형태입니다. 레이저 기반 센서를 사용해 유리 위를 포함한 다양한 표면에서 잘 작동하며, 가로 스크롤을 위한 엄지 휠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 공통 기능: 최대 3대의 기기를 등록해 버튼 하나로 전환할 수 있고, 일부 기능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타이핑 경험과 마우스 조작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 디자인과 내구성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분에게 잘 맞는 조합입니다.

기계식 키감과 추가 기능을 원하는 경우

사무용이라도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타건감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게이밍 브랜드의 저소음 기계식 키보드와 게이밍 마우스를 조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스틸시리즈, 레이저, 커세어 등은 원래 게임용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무 작업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화려한 RGB 조명이 기본값인 제품은 사무실 분위기에 따라 시선이 집중될 수 있어, 조명 밝기를 줄이거나 단색으로 바꾸는 설정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키보드: Cherry MX Silent Red 같은 저소음 스위치가 적용된 모델을 선택하면, 기계식 특유의 손맛은 유지하면서도 소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키 수명이 길고, 키마다 LED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야간 작업에도 좋습니다.
  • 마우스: 고성능 센서와 DPI(마우스 감도) 조절 기능, 측면 버튼 등을 제공하는 게이밍 마우스는 단순히 게임용을 넘어,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서핑에서 뒤로/앞으로 이동, 복사·붙여넣기 같은 기능을 단축키로 설정해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조합은 약간 눈에 띄는 디자인이 많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고, 타건감과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중시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세트를 고를지 결정하는 질문들

여러 제품을 둘러보다 보면 오히려 더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 보시면 선택을 조금 더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요? 단순 세트 기준 5만 원 전후인지, 10만 원 이상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 소음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칸막이가 낮은 오픈 오피스라면 사일런트 제품이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사용할 예정인가요? 그렇다면 블루투스 지원과 가벼운 무게, 휴대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손목과 어깨에 통증이 느껴진 적이 있나요? 있다면 인체공학 키보드나, 손에 맞는 곡선형·버티컬 마우스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 키감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나요? 딸각거리는 느낌이 좋다면 기계식, 부드럽고 조용한 느낌이 좋다면 멤브레인이나 펜타그래프가 어울립니다.
  • 추가 기능이 필요한가요? 멀티 디바이스 전환, 프로그래밍 가능한 버튼, 고급 스크롤 기능 등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구입 전 확인하면 좋은 팁

가능하다면 직접 타이핑과 마우스 이동을 해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손 크기와 타이핑 습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평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본인에게도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대형 전자제품 매장이나 체험존이 있는 곳에서는 일부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습니다. 로지텍 MX 시리즈처럼 인기 있는 제품들은 체험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둔 곳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계획이라면, 쇼핑몰의 사용자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사무실에서 사용 중”, “조용하다/시끄럽다”, “손목이 편하다/불편하다” 같은 표현을 잘 살펴보면 실제 사용감을 더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참고용으로 로지텍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사이트 링크를 하나 남깁니다: https://www.logitech.com

또한, 사무용 제품은 하루 이틀 쓰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거의 매일 사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처음에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내구성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로지텍, 앱코,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의 사무용 라인은 대체로 안정적인 품질을 보여주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따로따로 고르는 방법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세트 제품이 편리하긴 하지만, 키보드는 조용한 펜타그래프, 마우스는 손에 잘 맞는 인체공학 제품처럼 조합을 다르게 가져가면 본인에게 더 잘 맞는 작업 환경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