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조용한 카페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노트북으로 엄청 빠르게 타이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키보드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책상 건너편 친구의 기계식 키보드는 “딱딱딱” 소리가 크게 나는데, 이 사람 키보드는 속도는 빠른데 소리는 속삭이듯 작았습니다. 궁금해서 어떤 키보드인지 찾아보니, 바로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얇고 조용한 키보드에 관심이 생겼고, 여러 제품을 직접 써 보면서 차이를 비교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펜타그래프 키보드가 무엇인지,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그리고 고를 때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보겠습니다.
펜타그래프 키보드란 무엇인가요?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키보드 내부에 가위처럼 생긴 구조(가위식 스위치, scissor-switch)를 사용한 얇은 키보드입니다. 노트북에 많이 들어가는 키보드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처럼 키가 높게 튀어나와 있지 않고, 키를 누르는 깊이도 짧습니다.
이 방식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키보드 두께가 얇아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습니다.
- 키를 눌렀을 때 소리가 비교적 작습니다.
- 키 높이가 낮아 손목이 많이 꺾이지 않아 부담이 적습니다.
- 빠르게 치기 좋지만, 기계식처럼 또렷한 “클릭” 느낌은 약한 편입니다.
참고로, 정확한 용어로는 내부 구조가 가위식 스위치이고, 이런 방식이 얇게 설계된 제품들을 흔히 펜타그래프 키보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구조와 이름이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비슷한 의미로 쓰입니다.
로지텍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특징
로지텍(Logitech)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잘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특히 얇고 조용한 키보드 라인업이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합니다.
추천 모델
대표적으로 많이 거론되는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 MX Keys / MX Keys Mini
- ERGO K860
MX Keys는 숫자 키패드까지 있는 풀배열이고, MX Keys Mini는 숫자 키패드를 뺀 컴팩트한 배열입니다. ERGO K860은 가운데가 살짝 갈라진 인체공학 키보드라, 손목과 어깨 부담을 줄이는 데에 신경 쓴 제품입니다.
타건감(키감) 특징
로지텍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전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 매우 부드럽고 조용한 키감: 키를 눌렀을 때 튀는 느낌이 적고, 소리도 꽤 작은 편입니다. 도서관이나 조용한 카페에서 사용하기 좋습니다.
- 낮은 키캡과 짧은 스트로크: 키가 낮고 눌리는 깊이가 짧아서, 손가락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빠르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 균일한 키감: 키보드 전체에서 비슷한 힘으로 눌리는 느낌이라, 타이핑할 때 리듬이 일정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 Perfect Stroke 디자인: 로지텍은 자사 키 스위치를 “Perfect Stroke”라고 부르며, 키캡 중앙이 살짝 오목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덕분에 손가락이 키의 가운데로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먹먹한 느낌의 호불호: 소음이 적은 대신, 기계식 키보드처럼 “톡” 하고 튀는 반발력이나 또렷한 클릭감은 약한 편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편안하고 좋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부드럽고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께 잘 맞습니다
로지텍 MX Keys 시리즈나 ERGO K860은 다음과 같은 분들께 잘 맞습니다.
- 밤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작업해야 해서, 타건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싶은 경우
- 하루에 글을 많이 타이핑하고, 손목 부담을 줄이고 싶은 경우
- 기계식의 쨍한 소리보다, 부드럽고 고요한 느낌을 선호하는 경우
애플 매직 키보드의 특징
애플(Apple)의 Magic Keyboard는 맥북, 아이맥, 아이패드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키보드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위식 스위치를 쓰는 얇은 키보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추천 모델
- Magic Keyboard (MacBook Pro, MacBook Air 기본 키보드 및 별도 판매 모델)
- iPad용 Magic Keyboard (트랙패드 포함 모델)
맥북, 아이맥과 함께 쓰는 Magic Keyboard는 데스크톱 형태이고, 아이패드용 Magic Keyboard는 케이스와 트랙패드가 함께 들어있는 형태라 태블릿을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타건감 특징
애플 매직 키보드의 느낌은 로지텍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 단단하고 경쾌한 키감: 로지텍보다 약간 더 또렷한 반발력이 있습니다. 키를 누를 때 “딱” 하고 멈추는 지점이 비교적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 낮은 키캡과 짧은 스트로크: 역시 노트북 키보드와 비슷하게 낮고 짧아서 빠른 타이핑에 유리합니다.
- 정숙하지만 손맛이 있는 편: 소리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로지텍처럼 너무 부드럽기만 하지는 않아 손끝에 오는 감각을 중요하게 느끼는 사람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 견고한 마감: 알루미늄 바디 등 전체적인 만듦새가 단단하다고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습니다.
- 가위식 스위치: 애플은 얇은 구조에서도 안정적인 키감을 만들기 위해 가위식 스위치를 사용합니다. 예전 맥북에서 논란이 되었던 버터플라이 스위치와는 다른 방식이고, 현재는 가위식으로 다시 돌아온 상태입니다.
이런 분께 잘 맞습니다
애플 Magic Keyboard는 다음과 같은 분께 어울립니다.
- 이미 아이맥, 맥북,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를 사용 중인 경우
- 너무 부드럽기보다는, 살짝 단단하고 또렷한 키감을 선호하는 경우
-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고, 디자인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
제품에 대한 공식 정보는 애플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Magic Keyboard 소개 페이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apple.com/kr/keyboard/
기타 브랜드의 펜타그래프 키보드
로지텍과 애플 외에도 펜타그래프 방식 또는 그와 비슷한 얇은 키보드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마이크로소프트의 Surface Keyboard, Surface Pro 키보드 커버 등은 얇고 조용한 키감으로 유명합니다.
- 부드럽고 조용한 편이라, 로지텍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 윈도우 PC와의 호환성이 좋고, 디자인도 Surface 시리즈와 잘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이밍 브랜드의 슬림 키보드
제닉스(Xenics), 커세어(Corsair) 같은 게이밍 브랜드에서도 일부 슬림형 키보드를 출시합니다. 다만 이 회사들은 보통 기계식 키보드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펜타그래프 제품은 상대적으로 종류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 일반 사무용 펜타그래프보다 조금 더 경쾌한 느낌으로 튜닝된 경우가 있습니다.
- LED 조명, 매크로 기능 등 게이밍 기능이 추가된 제품도 있지만, 기계식만큼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고를 때 살펴볼 점
비슷해 보이는 얇은 키보드라도, 실제로 써보면 느낌이 꽤 다를 수 있습니다. 선택할 때 도움이 되는 기준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소음(정숙성)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 최대한 조용해야 한다면: 로지텍 MX Keys처럼 부드럽고 먹먹한 쪽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 조용하면서도 손맛이 조금은 필요하다면: 애플 Magic Keyboard처럼 살짝 단단한 키감을 가진 제품이 어울릴 수 있습니다.
2. 휴대성
노트북과 함께 들고 다니거나, 태블릿과 연결해 사용하려는 경우에는 무게와 크기가 중요합니다.
- 가방에 넣고 자주 이동한다면: 텐키리스(숫자 키패드 없는) 또는 미니 배열 키보드를 선택하는 편이 편합니다.
- 집이나 한 자리에서만 쓴다면: 숫자 키패드가 있는 풀배열이 계산 작업에 더 편리할 수 있습니다.
3. 손목 편안함과 자세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키 높이가 낮아 손목을 덜 꺾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손목 받침대나 인체공학적인 구조를 가진 제품도 있습니다.
- 오랫동안 타이핑한다면: 손목 받침대가 있는 제품이나, ERGO K860처럼 인체공학 디자인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책상 높이가 맞지 않는다면: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키보드 각도도 함께 조절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4. 키감 취향
키감은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쳐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부드럽고 무난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로지텍 MX Keys처럼 먹먹하지만 조용한 키감이 어울릴 수 있습니다.
- 또렷하고 단단한 반응을 좋아한다면: 애플 Magic Keyboard처럼 조금 더 탄탄한 키감을 선택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5. 기능과 연결 방식
요즘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단순히 얇고 조용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부가 기능을 제공합니다.
- 백라이트(키보드 불빛): 어두운 곳에서 사용한다면 백라이트가 큰 도움이 됩니다.
- 멀티 디바이스 연결: 블루투스를 통해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여러 장치를 번갈아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 배터리 방식: 건전지를 쓰는지, USB-C로 충전하는지, 한 번 충전에 얼마나 오래 쓰는지도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 운영체제 호환성: 윈도우, 맥, 태블릿 등 어떤 기기에서 주로 사용할지에 따라 키 배열과 단축키 호환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브랜드별 키감 차이를 정리해 보면
전반적인 인상을 간단히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로지텍: 매우 부드럽고 조용한 편, 먹먹하지만 안정적인 키감, 오랜 타이핑에 부담이 덜한 느낌입니다.
- 애플: 부드럽지만 로지텍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경쾌한 느낌, 소리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손끝의 반응이 선명합니다.
- 마이크로소프트 및 기타 브랜드: 전반적으로 로지텍과 비슷하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편이나, 제품마다 차이가 커서 가능하면 직접 타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어떤 키보드가 더 좋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어떤 환경에서 사용할지, 어떤 느낌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가능하다면 주변 매장이나 학교, 학원, 친구 집에서 여러 키보드를 직접 쳐 보고 비교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손가락으로 실제 타건감을 느껴 보면, 스펙만 보고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