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 등록금과 전세 보증금을 한꺼번에 마련해 주고 싶어 가족회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도와준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더군요. 얼마까지는 세금 없이 줄 수 있는지, 예전에 줬던 용돈이나 적금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니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그때 정리해 둔 내용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증여할 때 꼭 알아두면 좋은 기본 원칙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자녀 증여 비과세 한도의 기본 구조
자녀에게 증여할 때의 비과세 한도는 증여하는 부모가 아니라, 증여를 받는 자녀 한 사람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그리고 이 한도는 한 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받은 금액을 모두 합산하여 판단합니다.
자녀의 연령에 따라 비과세 한도는 다음과 같이 달라집니다.
-
성인 자녀(만 19세 이상) : 10년간 5,000만원
-
미성년 자녀(만 19세 미만) : 10년간 2,000만원
예를 들어, 미성년일 때 2,000만원을 이미 증여받았다면, 같은 사람 기준으로 10년 내에 추가 증여 시에는 전부 과세 대상이 됩니다. 성인이 된 이후 새로운 10년이 시작되었다고 자동으로 리셋되는 것이 아니라,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10년 안의 모든 증여를 합산해 보는 방식입니다.
10년 누적 계산, 이렇게 이해하면 편합니다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10년 누적”입니다. 기준은 언제나 현재 증여일로부터 과거 10년입니다. 그 기간 안에 같은 자녀가 받은 증여금이 있으면 모두 더한 뒤, 위에서 설명한 한도(5,000만원 또는 2,000만원)와 비교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3년 전, 고등학생인 자녀에게 1,000만원을 증여
-
올해, 같은 자녀에게 1,500만원을 추가 증여
두 번 모두 미성년 상태라면, 10년 이내에 받은 금액은 총 2,500만원이 됩니다. 미성년 비과세 한도 2,000만원을 초과하는 500만원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이처럼 한 번 증여할 때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10년을 되짚어 보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자녀 1인 기준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총 얼마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느냐”가 궁금하지만, 세법상 기준은 자녀 한 명 한 명입니다. 자녀가 둘이라면 자녀마다 별도의 비과세 한도가 적용됩니다.
-
성인 자녀 A에게 5,000만원 증여
-
성인 자녀 B에게 5,000만원 증여
위와 같이 각 자녀가 5,000만원씩 증여를 받는다면, 두 자녀 모두 각각 자신의 비과세 한도 내이므로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때 부모가 한 명인지 두 명인지는 “비과세 한도”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 계산에서는 부모 각각이 증여한 금액을 합산해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부적인 설계는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현금만이 아니라 모든 재산이 포함됩니다
증여라고 하면 현금을 떠올리기 쉽지만, 세법에서는 거의 모든 재산을 증여 재산으로 봅니다. 따라서 비과세 한도를 계산할 때도 각각의 가액을 모두 합산해야 합니다.
-
현금, 예금, 적금
-
아파트, 토지, 상가 등 부동산
-
주식, 펀드, 비상장주식 등 금융·유가증권
-
그 밖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
가끔 “이건 집 문서에 이름만 올려준 거라 세금과 관계없다”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상 소유권을 넘겼다면 증여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름만 빌려준 것인지, 실제 소유를 이전한 것인지에 따라 세무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과세 한도 이내라도 신고는 원칙적으로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어차피 비과세인데 굳이 신고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비과세 한도 내 금액이라도 증여세 신고를 해야 나중에 가산세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자녀에게 추가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과거 신고 내역이 명확해야 전체 증여 내역을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에도, 이미 성실하게 신고한 기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대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증여세 계산 흐름
실제 계산은 세율표, 공제, 감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큰 흐름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성인 자녀에게 1억원을 증여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1단계 – 비과세 한도 차감
성인 자녀의 비과세 한도 5,000만원을 먼저 뺍니다.
1억원 – 5,000만원 = 5,000만원이 과세 대상 증여재산이 됩니다. -
2단계 – 증여세율 적용
과세표준 5,000만원에 해당하는 증여세율을 적용해 산출세액을 계산합니다. 세율과 누진공제액은 구간별로 다르므로, 해당 연도의 증여세율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3단계 – 세액공제·감면 적용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일정 비율의 세액공제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는 산출세액의 10%를 공제하는 규정이 있으며, 해마다 제도가 바뀔 수 있어 최신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납부해야 할 증여세가 결정됩니다. 실제 금액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국세청 홈택스의 모의계산 프로그램이나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주주 주식 증여 시 할증과세 유의
자녀에게 가업 승계나 회사 지분 이전을 계획할 때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최대주주 할증과세입니다. 자녀가 특정 법인의 최대주주(또는 그와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지위를 갖게 되는 상황에서 주식을 증여받는다면, 단순히 시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을 더해 과세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할증률은 20% 또는 30% 수준에서 적용된 사례가 많았고, 제도 개편으로 일부 완화된 부분도 있으나, 여전히 상당한 세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회사 지분 승계는 금액도 크고 요건도 복잡하기 때문에, 미리 여러 해에 나눠 증여하는 방법, 가업상속공제와의 조합 등을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여세 신고 기한과 실무적인 팁
증여세 신고는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고기한을 넘기면, 나중에 세금을 내더라도 가산세가 붙어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
신고기한 :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
예를 들어, 5월 10일에 증여를 받았다면 5월 31일을 기준으로 3개월 이내, 즉 8월 말일까지 신고해야 합니다. 서류 준비나 평가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증여 시점에서부터 일정에 여유를 두고 준비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법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최신 정보 확인이 필수입니다
증여세와 관련된 규정은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에 따라 자주 개정됩니다. 비과세 한도, 세율, 감면 규정, 최대주주 할증 여부 등 핵심 요소들이 몇 년 간격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들은 정보를 그대로 믿고 진행하다가 예상보다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경우도 실제로 자주 있습니다.
고액의 증여나 부동산·법인 지분 이전처럼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사전에 세무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세금 문제로 불편한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칙만큼은 미리 알고 시작하시면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