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달달한 게 먹고 싶은데 집에 별다른 간식이 없어서 부엌을 뒤적이다가 꿀과 계피 가루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호기심에 그 둘을 그냥 섞어 먹어 봤는데, 생각보다 향도 좋고 맛도 괜찮아서 “이걸 제대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비율을 조금씩 바꿔 보고, 시나몬 스틱도 써 보고, 따뜻한 물에 타서 마셔도 보고, 토스트에 발라 보면서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꿀계피 레시피를 하나씩 만들어 갔습니다. 막 복잡한 요리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설거지도 거의 나오지 않는데, 향긋하고 달콤한 한 컵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꿀과 계피를 섞은 꿀계피는 이름 그대로 꿀의 부드러운 단맛과 계피의 향긋하고 약간 매콤한 향이 어우러진 간단한 조합입니다.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고,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바로 만들 수 있어서 부담이 없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기본 원칙과 주의해야 할 점만 알고 있으면, 취향에 맞는 꿀계피를 얼마든지 응용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기본 꿀계피 만들기 (가열하지 않는 방법)
가열하지 않고 만드는 방법은 꿀과 계피가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을 최대한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방식입니다. 특히 꿀은 높은 온도에서 가열하면 향이 약해지고 일부 유효 성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약한 온도에서 다루는 편이 좋습니다.
재료는 단순합니다.
첫째, 꿀입니다. 아카시아꿀처럼 맛이 비교적 부드러운 것도 좋고, 잡화꿀처럼 향이 조금 진한 것도 좋습니다. 너무 가열하지만 않았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꿀 대부분은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둘째, 계피 가루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보통 집에서 쓰는 계피는 ‘실론 계피’와 ‘카시아(중국산, 인도네시아산 등)’ 두 종류가 많이 쓰이는데, 카시아 계피에는 쿠마린이라는 성분이 비교적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통해 조금씩 먹는 정도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계피를 매우 자주, 많이 먹을 계획이라면 하루 섭취량을 과하게 늘리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능하다면 신선한 실론 계피 가루를 골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제 만드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우선 깨끗한 유리병이나 밀폐 용기를 준비합니다. 물기가 남아 있지 않게 잘 말려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꿀 자체는 수분이 적어서 잘 상하지 않지만, 물기가 많이 섞이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2. 준비한 용기에 계피 가루를 넣습니다. 양은 나중에 꿀을 붓는 양과 비율을 따져 정하면 됩니다만, 처음에는 계피 가루 1에 꿀 2~3 정도 비율이 무난합니다. 예를 들어 계피 가루 한 큰 숟가락에 꿀 두 큰 숟가락이나 세 큰 숟가락을 섞는 식입니다.
3. 계피 가루 위에 꿀을 부은 뒤, 깨끗한 숟가락이나 주걱으로 충분히 섞어 줍니다. 처음에는 계피 가루가 한데 뭉치고 꿀과 잘 섞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조금만 더 천천히 저어 주면 점점 부드럽게 섞이기 시작합니다. 옆면에 묻은 가루까지 긁어가며 골고루 섞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4. 다 섞은 뒤에는 바로 먹어도 됩니다. 다만 하루나 이틀 정도 밀폐해서 서늘한 곳에 두면 꿀 속에 계피 향이 더 깊이 배어서 맛이 한층 부드럽고 균일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특별히 “숙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관할 때에는 공기가 많이 드나들지 않게 뚜껑을 잘 닫고, 너무 뜨겁거나 햇빛이 바로 닿는 곳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꿀은 냉장 보관이 꼭 필요하지 않지만, 주방이 지나치게 더운 환경이라면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시나몬 스틱으로 향 더하기 (약하게 가열하는 방법)
계피 가루 대신 시나몬 스틱을 활용하면 향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스틱 상태의 계피는 가루보다 향이 천천히 우러나기 때문에, 꿀 속에 보다 은은하고 깊은 향이 스며드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에서는 꿀을 끓이지 않는 선에서 아주 약하게 데워서 시나몬 향을 우려냅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꿀, 시나몬 스틱, 그리고 필요하다면 아주 소량의 물입니다. 물은 반드시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꿀이 너무 되직해서 섞기 불편할 때 농도를 약간 조절하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1. 작은 냄비나 열에 안전한 용기를 준비하고, 여기에 꿀을 적당량 붓습니다. 그 안에 시나몬 스틱을 1~2개 정도 넣습니다. 시나몬 스틱의 크기에 따라 개수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에 올려 아주 약한 불로 천천히 데워 줍니다. 이때 꿀이 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팔팔 끓는 정도까지 가열하면 꿀의 향이 줄어들고, 일부 성분이 변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냄비를 만질 수는 없지만, 위에서 봤을 때 기포가 세게 올라오지 않는 정도, 살짝 따뜻해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면 충분합니다.
3. 꿀이 전체적으로 따뜻해지면 불을 끄고, 시나몬 스틱을 그대로 담가 둔 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두어 향을 우려냅니다. 이 과정에서는 따로 저어 줄 필요는 없지만, 중간에 한두 번 정도 가볍게 흔들어 주면 향이 골고루 퍼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시간이 지나 충분히 향이 우러났다고 느껴지면 시나몬 스틱을 꺼내고, 꿀을 깨끗한 용기에 옮겨 담습니다. 혹시 시나몬 조각이 떨어져 나왔거나, 기포나 불순물이 눈에 띈다면 체에 한 번 걸러 주어도 좋습니다.
5. 꿀이 너무 되직해서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느껴진다면 소량의 물을 섞어 줄 수 있습니다. 이때도 물을 많이 넣으면 보관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가능한 한 최소한만 넣고 다시 한 번 약한 불에서 가볍게 섞어 준 뒤 식혀서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꿀계피, 이렇게 활용해 보기
완성된 꿀계피는 그대로 한 숟가락 떠서 먹어도 되지만, 여러 음식이나 음료에 더해 먹으면 활용 범위가 훨씬 넓어집니다.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따뜻한 물이나 우유에 섞어 마시는 방법입니다. 따뜻한 물 한 컵에 꿀계피를 한두 작은 숟가락 정도 풀어 마시면, 달콤하면서도 계피 향이 퍼지면서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물은 너무 뜨겁게 끓인 상태보다는 살짝 식힌 따뜻한 정도가 좋습니다.
둘째, 차에 넣어 마시는 방식입니다. 홍차, 루이보스차, 카모마일차 같은 허브차에 꿀계피를 곁들이면 기존에 마시던 차에 새로운 향이 더해져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설탕 대신 꿀계피를 단맛으로 활용하는 셈입니다.
셋째, 간단한 간식이나 디저트에 곁들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플레인 요거트에 꿀계피를 한 숟가락 올리고, 바나나나 사과 조각을 곁들이면 간단한 간식이 됩니다. 바삭하게 구운 식빵이나 토스트에 버터를 얇게 바른 뒤 꿀계피를 살짝 뿌려도 풍미가 살아납니다. 팬케이크나 와플,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처럼 올려 먹는 것도 잘 어울립니다.
넷째, 생강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생강을 깨끗이 씻어 껍질을 얇게 벗기고 얇게 썬 후, 꿀과 계피를 함께 섞어 담아 두면 생강, 꿀, 계피의 향이 어우러집니다. 이때도 너무 오래 방치하지 말고, 깨끗한 도구를 사용해 덜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꿀과 계피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정보
꿀계피를 이야기할 때 종종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들 중에는 과장되거나,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은 채 떠도는 정보도 있어서, 조금은 차분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꿀에는 여러 종류의 당분과 함께 다양한 미량 성분, 향을 내는 물질, 항산화 물질 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양을 섭취하면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일부 항산화 작용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꿀 역시 설탕과 마찬가지로 당분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칼로리가 높아지고 혈당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특히 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양을 조심해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피 역시 항산화 물질과 향을 내는 여러 성분을 포함하고 있고, 소화를 돕거나 몸을 따뜻하게 느끼게 해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계피가 혈당 조절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있지만, 이 결과들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약처럼 확실하게 쓰이기에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계피에 들어 있는 쿠마린이라는 성분입니다. 특히 카시아 계피에는 쿠마린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어, 오래 동안 과량을 섭취하면 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음식에 향을 더하는 정도로 조금씩 사용하는 것은 보통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건강을 위해 일부러 계피를 많이 먹는 경우에는 양을 신중하게 조절하는 편이 좋습니다.
꿀계피가 여러 가지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식습관을 크게 바꾸기 전에 의사나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임산부나 수유 중인 분들, 어린아이에게 먹이려고 할 때에는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참고로 만 1세 미만의 아이에게는 꿀 자체를 먹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되고 있습니다.
결국 꿀계피는 “몸에 좋으니까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맛있는 조합”이라고 보는 편이 더 어울립니다. 차를 마실 때 설탕 대신 넣어 보거나, 평범한 간식에 살짝 얹어서 향을 더해 주는 정도로, 일상 속에서 기분 좋게 즐기는 방식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집에 있는 꿀과 계피로 처음 만들어 볼 때에는 너무 큰 양보다는 소량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피 향을 얼마나 진하게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의 달콤함이 입맛에 맞는지 천천히 조절해 가면서 자신만의 비율을 찾아 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재미가 됩니다. 익숙해지면 시나몬 스틱, 생강, 다른 허브 등을 더해 보면서 나만의 꿀계피 버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부엌 한쪽에 작은 병 하나를 두고, 필요할 때마다 한 숟가락씩 꺼내어 따뜻한 물이나 차에 타 마시는 그 순간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