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고기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져 냉장고를 열었는데, 딱딱하게 얼어 있는 고기밖에 없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이걸 그냥 녹일까, 아니면 그대로 구워볼까?’ 잠깐 고민하다가 실험 삼아 얼어 있는 상태로 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게 완성되어 놀랐습니다. 그 이후로는 일부러 스테이크를 냉동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바로 꺼내 구워 먹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순서와 온도만 지키면, 냉동 스테이크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되어줍니다.
많은 분들이 ‘고기는 반드시 완전히 해동한 다음에 구워야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두께가 어느 정도 있는 스테이크라면 차라리 잘 얼려 두었다가 바로 굽는 방법도 충분히 좋습니다. 특히 팬에서 겉면을 먼저 강하게 구운 뒤, 오븐에서 천천히 속까지 익히는 방식은 실수할 가능성을 많이 줄여줍니다. 여기서는 냉동 상태의 소고기 스테이크를 집에서 따라 하기 좋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냉동 스테이크를 바로 구울 때의 장점
얼린 고기를 그대로 구우면 좋지 않을 것 같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겉면이 탈 정도로 과하게 익기 전에 속이 천천히 올라와, 일정한 익힘 상태를 만들기 쉽습니다. 둘째, 적절히 구우면 속이 너무 퍼석퍼석해지지 않고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기 좋습니다. 다만 속까지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시간 조절과 온도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이제 실제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순서로 구우면 되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필요한 준비물과 기본 개념
냉동 스테이크를 잘 굽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구가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준비해두면 훨씬 실패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기본적으로 있으면 좋은 것들입니다.
- 냉동 소고기 스테이크 (두께 2cm 이상이면 더 좋습니다)
- 무쇠 팬 또는 바닥이 두꺼운 프라이팬
- 오븐
- 고기용 온도계
- 소금과 후추
-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아보카도 오일 등)
- 버터, 마늘, 로즈마리나 타임 같은 허브 (있으면 풍미가 훨씬 좋아집니다)
- 집게, 접시, 알루미늄 호일
여기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도구는 고기용 온도계입니다. 고기 내부 온도를 직접 확인하면, 겉만 보고 익힘 정도를 추측할 필요가 없어지고, 원하는 정도에 훨씬 가깝게 맞출 수 있습니다.
냉동 스테이크 굽기의 핵심 원리
냉동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 핵심은 다음 두 가지 과정의 조합입니다.
- 아주 뜨거운 팬에서 겉면을 빠르게 구워 바삭한 갈색 크러스트를 만드는 것
- 오븐에서 비교적 낮은 온도로 천천히 속까지 익혀, 전체 온도를 골고루 맞추는 것
이 과정을 잘 지키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냉동 상태에서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보통 실온 고기를 구울 때보다 전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1단계: 냉동 스테이크 준비하기
먼저 냉동된 스테이크를 포장지에서 꺼내 접시나 도마 위에 올립니다. 이때 완전히 해동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바깥쪽이 살짝 말랑해질 정도로만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도 괜찮고, 완전히 딱딱한 상태여도 조리가 가능합니다.
표면에 얼음 결정이나 하얗게 얼어붙은 부분이 있다면, 키친타월로 꼼꼼히 눌러 닦아줍니다. 이 물기 제거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팬에서 구울 때 고기가 익기보다는 물이 튀기면서 끓는 것처럼 되어 버려, 바삭한 겉면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고기의 양면과 옆면에 소금을 골고루 뿌려줍니다. 소금을 너무 아끼지 말고 넉넉하게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후추는 입자가 굵은 통후추를 바로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 향이 더 좋습니다. 후추는 굽는 중간에 태울 수도 있으니, 팬에서 겉면을 어느 정도 시어링(강한 불에 굽기)한 뒤에 뿌려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양면에 소금과 후추를 고르게 묻혀두면 충분합니다.
2단계: 뜨거운 팬에서 겉면 굽기
무쇠 팬이나 바닥이 두꺼운 프라이팬을 사용하면, 열이 오래 유지되고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스테이크를 굽기에 적합합니다.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위에 팬을 올려, 센 불로 5분에서 7분 정도 충분히 달굽니다. 팬이 충분히 뜨거워지면, 기름을 조금 떨어뜨렸을 때 바로 지글지글 튀고, 기름 표면에서 살짝 연기가 피어오를 정도가 됩니다.
팬이 달궈지면 기름을 둘러줍니다. 팬 바닥이 얇게 코팅될 정도면 충분하지만, 너무 아끼면 고기가 팬에 달라붙을 수 있어서 적당량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 바로 냉동 스테이크를 팬에 올립니다. 이때 ‘치익’ 하는 소리가 강하게 나야 합니다. 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팬 온도가 낮은 것이니, 잠시 고기를 다시 빼두고 팬을 더 예열한 후 구워야 합니다.
각 면을 2분 30초에서 3분 정도 강한 불에서 구워줍니다. 목표는 겉면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바삭한 크러스트가 생기는 것입니다. 한쪽 면이 충분히 색이 날 때까지 건드리지 말고 두었다가, 뒤집어서 반대쪽도 같은 시간 동안 구워줍니다.
옆면에도 지방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게로 고기를 세워 옆면도 30초에서 1분 정도씩 돌려가며 구워줍니다. 이렇게 해야 전체적으로 골고루 구워진 느낌이 납니다.
3단계: 오븐에서 속까지 천천히 익히기
팬에서 겉면을 충분히 시어링했다면, 이제 속까지 원하는 만큼 익히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때 오븐을 사용하면 한결 수월합니다. 시어링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오븐을 180도로 예열해 두면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됩니다.
예열된 오븐에 팬째로 넣을 수 있다면 그대로 옮기고, 손잡이가 오븐 사용이 어려운 재질이라면 스테이크만 오븐용 팬이나 그릴 팬 위로 조심스럽게 옮깁니다. 그런 다음 고기용 온도계를 스테이크의 가장 두꺼운 부분 중앙에 꽂습니다.
원하는 익힘 정도에 따른 대략적인 내부 온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레어: 약 52도에서 54도
- 미디움 레어: 약 54도에서 57도
- 미디움: 약 57도에서 63도
냉동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실온 고기를 굽는 것보다 오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고기 두께와 오븐 성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분에서 30분 정도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 이때 시간만 믿지 말고, 내부 온도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또 하나 기억해 둘 점은, 오븐에서 꺼내 레스팅(휴지)시키는 동안에도 내부 온도는 2도에서 3도 정도 더 올라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완성하고 싶은 온도보다 약 2도에서 3도 정도 낮을 때 오븐에서 꺼내는 편이 좋습니다.
풍미를 더하고 싶다면, 오븐에 넣기 전에 팬에 버터 한 조각과 으깬 마늘, 로즈마리나 타임 같은 허브를 넣어 녹이면서 고기 위에 수저로 끼얹어주는 방법도 좋습니다. 이 과정을 아로제라고 부르는데, 고기 표면에 버터와 향신료 향이 배어 훨씬 진한 맛이 납니다.
4단계: 레스팅으로 육즙 지키기
스테이크가 목표로 한 온도에 도달했다면, 오븐에서 꺼내서 접시 위에 올립니다. 이때 바로 썰지 않고, 알루미늄 호일을 느슨하게 덮어 5분에서 10분 정도 쉬게 해줍니다. 이 과정을 레스팅이라고 부릅니다.
레스팅을 하는 이유는, 고기를 굽는 동안 중심 쪽으로 몰려 있던 육즙이 천천히 고기 전체로 다시 퍼져 나가도록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레스팅 없이 바로 자르면, 단면에서 육즙이 흘러나와 접시에 고여 버리고, 정작 고기 안쪽은 퍽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스팅은 생략하기 아까운 단계입니다.
5단계: 썰기와 곁들이기
충분히 휴지시킨 스테이크는 결 방향을 잘 보고 썰어야 합니다. 고기는 섬유질이 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이 결 방향과 직각이 되도록 썰면 씹을 때 부드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먹고 싶다면 적당한 두께로 썰어 접시에 담고, 취향에 맞게 소금 조금을 추가로 뿌리거나 후추를 곁들여도 좋습니다. 곁들이는 음식으로는 구운 채소, 으깬 감자, 샐러드 등 여러 가지가 잘 어울립니다. 별도의 스테이크 소스를 사용해도 되지만, 잘 구워진 스테이크라면 소금과 후추만으로도 충분히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븐이 없을 때: 팬만 사용하는 방법
집에 오븐이 없거나, 스테이크 두께가 1.5cm 이하로 얇은 경우에는 팬만으로 조리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방식은 비슷하지만, 속까지 익히는 과정을 팬에서 불 조절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먼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냉동 스테이크의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과 후추로 양면을 간해 둡니다. 그런 다음 팬을 세게 달궈 기름을 두르고, 각 면을 2분에서 3분 정도 강한 불에서 시어링해 겉면에 갈색 크러스트를 만들어 줍니다. 옆면도 빠르게 구워줍니다.
이후에는 불을 중약불로 줄입니다. 버터와 마늘, 허브를 함께 넣어 녹이면서 주기적으로 고기 위에 끼얹어 주면, 고기의 온도가 부드럽게 올라가고 풍미도 좋아집니다. 이때 1분에서 2분 간격으로 고기를 자주 뒤집어 주면, 한쪽만 과하게 익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팬만 사용하는 방법에서는 오븐처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고기용 온도계를 사용해 내부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팬에서 꺼내 접시로 옮기고, 역시 5분에서 10분 정도 레스팅 후 썰어 먹으면 됩니다.
실패를 줄여주는 추가 팁
냉동 스테이크를 여러 번 구워보면서 느낀, 알아두면 좋은 점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고기용 온도계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겉만 보고 익힘 정도를 가늠하는 것은 특히 냉동 고기에서는 더 어렵습니다.
- 냉동 상태라도 표면의 물기는 꼭 제거해야 합니다. 물기가 많으면 고기가 팬에 닿는 순간 수분이 먼저 끓어오르면서 질 좋은 크러스트가 생기지 않습니다.
- 팬을 충분히 달구지 않고 고기를 올리면, 표면이 제대로 익기 전에 속만 익어버려 맛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강한 열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 두꺼운 고기는 팬만으로 속까지 고르게 익히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팬에서 겉을 굽고 오븐에서 마무리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 조리 중 연기가 많이 날 수 있으므로,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켜고 충분히 환기를 해두면 좋습니다.
냉동 스테이크라고 해서 대충 구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팬을 뜨겁게 달구고, 물기를 잘 닦아내고, 오븐에서 내부 온도만 정확하게 맞춰 주면, 두툼한 레스토랑 스타일의 스테이크도 집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냉동실에 잠자고 있는 소고기를 떠올려 보면서, 다음에는 번거롭게 해동만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꺼내 제대로 구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