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시계만 자꾸 보게 되는 날이 있었습니다. 집에 혼자 두고 온 아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학원에만 계속 보내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매번 조퇴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동네에 새로 생긴 돌봄센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가 끝난 뒤 아이들이 모여 숙제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학원 비슷한 곳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알게 된 곳이 바로 다함께 돌봄센터였습니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말 그대로 동네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고, 기본적인 생활 습관과 학습, 놀이까지 함께 챙겨 줍니다. 부모가 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혼자 두는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는 사회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함께 돌봄센터가 어떤 곳인지
다함께 돌봄센터는 방과 후에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돌봄 시설입니다. 주로 시·군·구에서 설치하고 사회복지법인, 비영리단체, 사회적협동조합, 지방자치단체 출자기관 등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동네 안에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쉼터를 만드는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단순히 아이를 “맡아 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방과 후 또는 방학 기간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제공
- 부모의 양육 부담과 돌봄 공백 완화
- 학업·정서·놀이 활동이 균형을 이루는 생활 지원
-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드는 아동 친화적인 마을 문화 형성
각 센터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분위기는 운영 주체와 지역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쓰더라도, 어떤 곳은 독서 활동에 조금 더 힘을 주고, 어떤 곳은 체육·예술 활동을 더 다양하게 운영하기도 합니다.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
가장 기본이 되는 이용 대상은 초등학생입니다. 다만, 단순히 “초등학생이면 누구나”라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인지, 지역과 정원 상황은 어떤지 등에 따라 이용 여부가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아동이 주요 이용 대상이 됩니다.
- 방과 후 집에 혼자 있거나, 돌봐 줄 사람이 부족한 초등학생
- 학원 위주의 생활에서 벗어나 보다 편안한 생활형 돌봄 공간이 필요한 아동
그중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맞벌이 가정의 아동: 부모 모두 직장·사업 등으로 낮 시간에 집을 비우는 경우
-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조부모가 주 양육자인 가정)의 아동
- 다문화 가정의 아동
-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동, 장애 부모가 있는 가정, 장애아동, 자녀 수가 많은 가정의 아동
- 질병, 출산, 입원, 장기 출장, 자영업 등의 이유로 일정 기간 돌봄 공백이 생긴 가정의 아동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준은 “지역”입니다. 대부분의 다함께 돌봄센터는 센터가 위치한 동·읍·면에 거주하는 아동을 우선적으로 받습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이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거주지와 센터 위치가 일치할수록 이용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년과 관련해서는 보통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저학년(1~3학년)을 우선하거나, 특정 학년 위주로 모집하는 등 센터별로 조금씩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처음 문의할 때, 현재 학년이 이용 가능 대상인지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득 기준과 관련해서는, 많은 센터가 ‘소득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한 형태로 운영됩니다. 다만 정원보다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 우선순위를 정할 때 소득 수준(예를 들어 기준 중위소득 몇 퍼센트 이하인지 등)을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즉, 소득이 높다고 무조건 이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돌봄 필요성이 더 큰 가정이 먼저 배정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신청하는지
다함께 돌봄센터를 이용하려면 보통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지역에 따라 신청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해당 센터와 지자체 안내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센터 찾기와 기본 정보 확인
먼저 거주지 주변에 어떤 다함께 돌봄센터가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시·군·구청 아동·청소년 관련 부서나 읍·면·동 주민센터에 문의하면 근처 센터 위치, 연락처, 운영 시간 등 기본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이용 중인 이웃이나 학교 담임교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센터를 하나 정했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먼저 확인하면 좋습니다.
- 운영 시간과 학기·방학 중 운영 방식
- 정원과 현재 이용 아동 수, 대기 인원 여부
- 이용 대상 학년과 지역 제한 여부
- 이용료와 간식비, 특별활동비 등 추가 부담 비용
- 어떤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하는지
이 단계에서 기본 정보를 자세히 알아두면, 괜히 여러 곳을 반복해서 신청했다가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방문 상담과 신청 의사 전달
이용을 희망하는 센터를 정했다면, 직접 방문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에서는 아이의 성격, 건강 상태, 가정 상황, 필요한 돌봄 시간대 등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서류를 받는 절차가 아니라, 아이가 해당 센터 분위기에 잘 맞을지, 센터가 어떤 점을 도와줄 수 있을지 함께 조율해 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상담 후에는 센터에서 제공하는 입소(이용) 신청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신청서는 보통 아이 기본 정보, 보호자 정보, 긴급 연락처, 아이의 건강 상태와 특이사항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요 서류 준비와 제출
센터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모두 같지는 않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서류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입소 신청서: 센터에서 제공하는 양식 사용
- 주민등록등본: 거주지와 가족 구성 확인용
- 가족관계증명서: 가족 관계 확인이 필요한 경우
- 재직증명서, 사업자등록증명원 등: 맞벌이, 한부모, 자영업 등의 상황을 확인할 때
- 소득 관련 서류: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소득금액증명원 등(해당 시)
- 한부모가정 증명서, 다문화가정 증명서, 장애인등록증 사본, 다자녀 관련 증명서 등: 우선순위 판단을 위한 증빙 서류
- 건강보험증 사본 등: 센터 요청 시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는 센터와 지자체의 운영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서류를 여러 번 떼어오지 않도록, 반드시 미리 목록을 확인한 뒤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사와 대기, 그리고 최종 선정
서류를 제출하면, 센터에서는 제출된 자료와 상담 내용을 토대로 이용 대상을 선정합니다. 이때 고려되는 요소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가정의 돌봄 공백 정도
- 맞벌이·한부모·조손가정 여부
- 경제적 상황과 취약계층 여부
- 센터 소재지와의 거주지 일치 여부
- 아이의 필요와 센터의 수용 가능 여부
정원보다 신청 인원이 많으면, 우선순위에 따라 이용 아동을 선정하고, 나머지는 대기자로 등록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대기자로 등록되었다가, 중간에 다른 아동이 전학·이사 등으로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순서에 따라 이용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최종 선정 결과는 전화 연락, 문자, 안내문 등으로 통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내를 받으면 입소 날짜, 준비물, 적응 기간 운영 방식 등을 함께 설명해 줍니다.
이용 계약과 첫 등원 준비
선정이 확정되면 보호자와 센터가 이용 계약을 체결합니다. 계약이라고 해서 어려운 내용이 적힌 문서라기보다, 서로의 약속을 정리해 놓은 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됩니다.
- 이용 요일과 시간, 방학 중 이용 여부
- 비용 납부 방법과 납부일
- 아이의 등·하원 방식(직접 데리러 오는지, 혼자 귀가하는지 등)
- 긴급 상황 발생 시 연락·조치 방법
- 센터 이용 규칙과 안전 수칙
이 단계에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작은 부분이라도 미리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야근이 생겨 하원 시간이 늦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어떻게 알리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 보면 필요한 질문이 더 쉽게 떠오릅니다.
운영 시간과 비용, 실제 생활 모습
다함께 돌봄센터의 운영 시간은 지역과 센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틀이 많이 사용됩니다.
- 학기 중: 방과 후부터 저녁 시간까지(예: 오후 1시경부터 오후 7시 전후)
- 방학 중: 오전부터 저녁까지 전일제 운영(예: 오전 9시경부터 오후 7시 전후)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반드시 해당 센터에 확인해야 합니다.
이용료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전액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한 수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간식비나 특별활동비, 체험학습비 등은 별도로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하는지는 센터별로 차이가 있으니, 상담 단계에서 정확히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센터에서 아이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하루 일과를 보내게 됩니다.
- 등원 후 출석 확인과 간단한 인사, 건강 상태 확인
- 간식 시간
- 숙제 또는 개별 학습 시간(필요 시 지도)
- 독서, 보드게임, 만들기, 미술·음악·체육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
- 기본 생활습관 지도와 정리 정돈
또한 안전 교육, 인성 교육, 생태·과학 체험, 지역 문화시설 방문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고, 스스로를 돌보는 힘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구성됩니다.
알아두면 좋은 점들
다함께 돌봄센터를 생각하고 있다면, 몇 가지를 함께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 센터마다 운영 주체와 예산, 공간, 인력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용과 분위기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 돌봄이 꼭 필요한 가정에 먼저 기회를 주기 위해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용 중에도 아이의 적응 상태, 가족의 상황 변화 등에 따라 이용 시간이나 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지 수시로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가장 정확한 정보는 거주지 시·군·구청의 관련 부서(아동·청소년, 여성·가족, 복지 담당 부서 등)나 직접 이용을 희망하는 다함께 돌봄센터에 문의하는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가정이 다함께 돌봄센터를 통해 방과 후 시간을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과 학교, 학원만을 오가던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동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지낼 수 있는 셋째 공간이 생긴 셈입니다. 누군가의 집에 아이를 계속 맡기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매번 사교육에 의존하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역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방식이라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