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트래블로그 카드를 만들었던 건 일본 자유여행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현금으로 두꺼운 지갑을 들고 다니기 싫어서 카드 위주로 쓰고 싶었는데, 문제는 환전 수수료와 해외 결제 수수료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괜찮다고 소문난 카드도 막상 계산해 보니 여기저기서 빠져나가는 비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신한 ‘트래블로그’ 시리즈였고, 실제로 몇 번 여행과 해외 직구에 사용해 보니 어떤 사람에게 어떤 카드가 잘 맞는지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신한 트래블로그 카드, 기본 개념부터 정리

신한 트래블로그 카드는 해외 결제·인출 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를 줄이고, 여러 통화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해외 특화 카드입니다. 시리즈 전체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여러 외화를 미리 환전해 두고 결제·인출 가능
  • 해외 결제 수수료와 해외 ATM 인출 수수료를 대폭 줄이거나 면제
  • 신한 SOL페이 또는 신한은행 앱을 통해 환전·충전·잔액 관리 가능

트래블로그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선불카드(트래블로그), 신용카드(트래블로그 글로벌), 체크카드(트래블로그 체크)로 구분되며, 핵심 수수료 혜택은 비슷하지만 결제 방식과 부가 서비스가 다릅니다.

트래블로그 선불카드: 예산 딱 맞춰 쓰고 싶을 때

여행 경비를 미리 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카드가 선불형 트래블로그 카드입니다. 보통 “트래블로그 카드”라고 부르면 이 선불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종류: Visa, Mastercard 중 선택 발급
  • 결제 방식: 충전해 둔 외화(또는 원화) 한도 내에서만 사용
  • 연회비: 없음

가장 큰 장점은 수수료 구조입니다. 다만, 실제 조건은 시기별, 이벤트별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아래 내용은 기본 방향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 해외 결제 수수료 절감: 일반 신용·체크카드에서 붙는 국제 브랜드 수수료와 해외 이용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 해외 ATM 인출 수수료 절감: 일정 금액(예: 건당 미화 500달러 미만, 월 누적 한도 등)까지 인출 시 수수료를 우대해 주는 구조입니다. 다만 현지 ATM 자체에서 부과하는 ‘로컬 수수료’는 별도입니다.
  • 환전 수수료 우대: 미리 외화를 충전하면 주요 통화를 높은 우대율(사실상 환전 수수료 0원에 가까운 수준)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실제 환율 우대 통화와 우대율은 공지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발급 전 반드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가장 편한 점은 환율이 좋을 때 조금씩 나눠 충전해 둘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이 한 달 남았을 때, 일주일 남았을 때 환율을 보면서 나눠 충전해 두면, 여행 기간에 갑자기 환율이 치솟아도 어느 정도 방어가 됩니다.

다만 한 번 충전해 둔 돈은 카드 안에서만 쓰기 때문에, 여행이 끝난 뒤 남은 잔액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충전 금액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으면 여행 중간에 잔액이 부족해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카드는 특히 아래와 같은 분들께 잘 맞습니다.

  • 여행 예산을 명확히 나누고, 그 안에서만 쓰고 싶으신 분
  • 해외 직구나 구독 결제 등 외화 결제가 잦은데, 수수료를 줄이고 싶은 분
  • 신용카드는 부담스럽고, 과소비를 확실히 막고 싶은 분

트래블로그 신용카드: 수수료 혜택에 ‘여유’를 더하고 싶을 때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예산을 아무리 잘 짜도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호텔 보증금, 갑자기 바뀐 일정, 응급 상황 등은 선불카드만으로 감당하기엔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트래블로그 신용카드(글로벌 신용)입니다.

  • 종류: Visa, Mastercard 중 선택
  • 결제 방식: 신용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
  • 연회비: 있음(국내 전용/해외 겸용, 서비스 구성에 따라 금액 상이)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는 선불형이 가진 해외 수수료 장점을 기본적으로 따라가면서, 여기에 신용카드 특유의 부가 혜택이 더해집니다.

  • 해외 결제·인출 수수료 우대: 국제 브랜드 수수료 및 해외 이용 수수료를 줄이거나 면제하는 구조이며, 세부 조건은 카드 등급과 발급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 여행 관련 혜택: 공항 라운지, 공항 이용 편의 서비스, 항공권·호텔·면세점 할인, 여행자 보험 등 신용카드형에서만 제공되는 서비스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포인트·캐시백: 해외 사용 금액에 대해 국내 사용보다 조금 더 높은 적립률을 제공하거나, 특정 여행 업종에서 추가 적립을 제공하는 식의 혜택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선불카드를 주 결제 수단으로 두고 이 신용카드를 ‘보험’처럼 들고 다니는 조합이 꽤 안정적입니다. 숙소 예약 보증이나 렌터카 보증금, 예산을 훌쩍 넘는 지출이 생겼을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일상적인 식비·교통비·쇼핑에는 선불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대신 연회비가 있다는 점, 발급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입니다. 또 신용 한도가 넉넉하다고 해서 무심코 사용하다 보면, 여행 후 카드 명세서를 보고 놀랄 수 있으니 스스로 지출 관리는 꼭 필요합니다.

이 카드는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어울립니다.

  • 해외에서도 신용카드의 여유로운 결제 수단이 꼭 필요하신 분
  • 공항 라운지, 여행자 보험 등 부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 있는 분
  • 해외 출장이 잦아 수수료와 편의성을 함께 챙기고 싶은 분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계좌 기반으로 간단하게 사용하고 싶을 때

선불 충전도 번거롭고, 신용카드는 부담스럽다면 계좌와 직접 연결되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가 대안이 됩니다. 평소 체크카드만 쓰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형태입니다.

  • 종류: 보통 Visa 브랜드로 발급
  • 결제 방식: 연결된 신한은행 계좌에서 즉시 출금
  • 연회비: 없음

해외 결제 수수료와 ATM 인출 수수료 우대 구조는 기본적으로 선불카드와 비슷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주요 해외 통화에 대한 환전 수수료 우대도 제공되며, 전월 실적에 따라 국내·해외 가맹점 할인이나 캐시백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 할인 가맹점과 조건은 카드 출시 시점, 개편 시기에 따라 자주 바뀌기 때문에, 발급 전에는 반드시 최신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사용 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외화 잔액과 원화 결제 방식입니다.

  • 계좌에 해당 통화의 외화 잔액이 있을 경우: 그 잔액에서 바로 출금되어, 미리 환전해 둔 환율로 결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 외화 잔액이 없을 경우: 실시간 환율로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결제하는 방식이 적용됩니다. 선불카드처럼 “환율이 좋을 때 미리 충전해 두는” 전략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평소 쓰던 체크카드 그대로 해외에서 사용한다는 느낌이라, 따로 예산을 쪼개 충전하기 귀찮을 때는 상당히 편합니다. 다만 계좌 잔고를 자주 확인하지 않으면, 여행 중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잔액이 줄어들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이 카드는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 별도 충전 과정 없이 계좌 잔액만 관리하고 싶은 분
  •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고집하는 소비 습관을 가진 분
  • 해외 결제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수수료는 어느 정도 아끼고 싶은 분

세 카드,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세 카드를 비교해 보면, 결국 본인의 소비 습관과 안전 장치를 어디에 두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이 갈리게 됩니다.

  • 여행 예산을 확실히 통제하고 싶다면: 선불형 트래블로그 카드로 한도를 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쓰는 전략이 잘 맞습니다.
  • 예산 통제도 중요하지만, 비상 상황에서 결제 여유가 필요하다면: 선불형을 기본으로 두고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를 보조로 가져가는 조합이 안정적입니다.
  • 충전 과정이 번거롭고, 평소처럼 체크카드만 쓰고 싶다면: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로 계좌 기반 결제를 선택하는 편이 편합니다.

실제로는 선불카드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신용카드(트래블로그 신용 또는 다른 해외 결제용 카드)를 한 장 정도 비상용으로 챙기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여행지 특성, 본인의 소비 패턴, 환율에 대한 민감도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