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문구점 지하에 있던 작은 오락실이 문을 닫던 날, 불 꺼진 기계들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머니에 남은 동전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내일이면 더 이상 이 소리와 화면을 볼 수 없다는 게 이상하게 서운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가끔 그때 생각이 날 때면, 집에서 예전 오락실 게임들을 켜 두고 그 시절 감각을 조용히 떠올려 보곤 합니다.
추억 속 오락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게임들
오락실 이야기를 하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게임이 조금씩 다르지만, 세대 불문하고 공통으로 언급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장르별로 핵심적인 게임들만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
오락실 매장 한쪽을 거의 전부 차지하던 장르입니다. 누군가 콤보를 멋지게 성공시키면, 뒤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조용히 감탄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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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파이터 2 (Street Fighter II)
대전 격투 게임의 기준을 완전히 바꿔 놓은 작품입니다. 류·켄의 장풍 싸움, 장기에프 잡기 한 번에 체력이 쭉 빠지던 공포, 가일과 춘리의 소닉 붐·스피닝 버드 킥까지, 기술 이름만 들어도 당시 오락실 풍경이 떠오릅니다. -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The King of Fighters)
SNK 특유의 묵직한 손맛과 3대3 팀 배틀 시스템이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KOF ’98 같은 버전은 여전히 대전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
사무라이 스피리츠 / 사무라이 쇼다운 (Samurai Shodown)
공격 한 방의 비중이 큰, 무기 사용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무작정 버튼을 많이 누르기보다 간격과 타이밍을 재야 해서, 긴장감 있는 승부가 많이 나왔습니다. -
철권 (Tekken)
3D 격투 게임의 대표 주자입니다. 방향과 버튼 조합으로 기술을 뽑아내는 시스템 덕분에,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손에 감각이 쌓이는 재미가 컸습니다. 철권 3, 태그 토너먼트는 특히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횡스크롤 액션 / 벨트스크롤 게임
친구와 나란히 서서 동전을 넣고, 화면을 가득 채운 적들을 같이 쓸어버리던 그 손맛이 이 장르의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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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슬러그 (Metal Slug)
정교한 도트 그래픽과 유머러스한 연출로 유명한 런앤건 액션 게임입니다. 포로를 구출할 때마다 들리던 목소리, 탱크를 타고 돌진하던 쾌감이 상당히 중독적입니다. -
파이널 파이트 (Final Fight)
코디, 가이, 해거 같은 캐릭터는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적을 한쪽 구석에 몰아넣고 연타로 이어가던 손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캐딜락 앤 다이노서 (Cadillacs and Dinosaurs)
공룡과 현대 무기가 함께 등장하는 독특한 세계관 덕분에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줬습니다. 4인 동시 플레이가 가능해서 친구들끼리 몰려가서 하기에 좋았습니다. -
더블 드래곤 (Double Dragon)
초기 횡스크롤 액션의 상징 같은 작품입니다. 공격, 점프, 잡기 등 지금 기준으로는 단순하지만, 당시에는 둘이서 협력해서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게임이었습니다. -
닌자 거북이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했던 캐릭터들을 직접 조작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어서 즐기면, 화면과 현실이 모두 북적이던 기억이 납니다.
슈팅 게임
한 번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음악과 총알, 손가락 움직임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던 장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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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 / 1943
세로 스크롤 방식의 고전 슈팅 게임입니다. 단순한 조작으로도 충분히 긴장감 있는 전투를 경험할 수 있어, 지금도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
라이덴 (Raiden)
선명한 폭발 이펙트와 시원한 파워업이 특징입니다. 빨간 레이저, 파란 샷 등 무기 선택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
그라디우스 (Gradius)
파워업 캡슐을 모아 옵션, 미사일, 레이저 등을 선택하는 독특한 시스템이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죽으면 파워업을 잃어버려 한 번 실수했을 때의 좌절감도 강했지만, 그만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도 컸습니다. -
갤러그 (Galaga)
간단한 규칙이지만, 적들의 패턴과 속도를 익히는 과정이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자신의 비행기를 두 대로 합체시키는 요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퍼즐 및 기타 게임
시끄러운 격투기 구역을 피해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즐기기 좋았던 장르입니다. 생각보다 승부욕을 자극해, 한 번 잡으면 자리에서 잘 안 일어나게 만들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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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보블 (Puzzle Bobble / Bust-a-Move)
위쪽에 쌓인 방울과 같은 색을 맞춰 터뜨리는 퍼즐 게임입니다. 단순해 보여도, 각도 계산과 다음 색을 읽는 센스가 중요해서 실력 차이가 꽤 드러납니다. -
테트리스 (Tetris)
블록을 쌓아 줄을 완성시키는, 가장 유명한 퍼즐 게임 중 하나입니다. 오락실뿐 아니라 가정용, 휴대용 기기 등 다양한 기종으로 출시되어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았습니다. -
팩맨 (Pac-Man)
미로 안을 돌아다니며 점을 먹고, 유령을 피해 다니는 구조의 게임입니다. 특정 아이템을 먹으면 유령을 오히려 잡을 수 있게 되는 역전의 순간이 짜릿했습니다. -
버블보블 (Bubble Bobble)
거품을 쏴서 적을 가둔 뒤 터뜨리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간단한 조작 속에 협력 플레이의 재미가 살아 있어, 둘이서 웃고 떠들며 즐기기 좋은 제목이었습니다. -
동키콩 (Donkey Kong)
점프로 장애물을 피하며 위로 올라가는 방식의 액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통해 마리오가 처음 알려졌다는 점에서 게임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집에서 고전 오락실 게임을 즐기는 기본적인 방법
요즘은 오락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대신 집에서 옛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다만, 저작권과 보안 문제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MAME 에뮬레이터로 즐기기
MAME(Multiple Arcade Machine Emulator)는 다양한 아케이드 기판을 PC 등에서 재현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제대로 설정해 두면 실제 오락실 기판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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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개념
MAME는 기계 자체를 흉내 내는 프로그램이고, 실제 게임 데이터는 ROM 파일이라는 형태로 따로 필요합니다. 에뮬레이터만 설치해도 ROM이 없으면 게임은 실행되지 않습니다. -
활용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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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 맞는 버전의 MAME를 내려받아 설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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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의 ROM 파일을 준비합니다. 이때, 저작권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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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E 설치 폴더 안에 있는
roms폴더에 ROM 파일을 압축 상태(ZIP)로 넣습니다. -
MAME를 실행한 뒤, 목록에서 게임을 선택해 실행하고 조작키를 취향에 맞게 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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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 파일은 대부분 상업용 게임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저작권이 살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식으로 구입한 게임의 백업 용도로만 사용하는 등, 각자의 환경에서 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즐기는 웹 기반 에뮬레이터
프로그램 설치가 번거롭다면, 웹 브라우저 안에서 바로 실행되는 에뮬레이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전 오락실 게임을 모아 둔 사이트들이 있어, 접속만으로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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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설치 없이 접근이 쉽고, 가볍게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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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작감이나 반응 속도가 PC용 에뮬레이터보다는 떨어질 수 있고, 사이트에 따라 광고가 많거나 접속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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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다양한 고전 게임 웹사이트가 있으므로, 검색을 통해 접근하되, 과도한 팝업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 다운로드를 요구하는 곳은 피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모바일 앱과 정식 리마스터 활용
스마트폰이나 콘솔, PC 플랫폼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고전 게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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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스토어에서 레트로 아케이드, 클래식 아케이드 등으로 검색하면, 예전 오락실 감성을 살린 게임이나 합법적인 에뮬레이터 앱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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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m, 콘솔 스토어 등에서는 고전 게임을 모아 둔 컬렉션, 리마스터, 이식 버전이 종종 할인되거나 무료 체험판으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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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앱이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개인정보 수집, 악성코드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평판이 확인된 개발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작권과 보안,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고전 게임이라도, 상업적으로 팔렸던 작품이라면 대부분 여전히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ROM 파일을 무심코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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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유의
특별히 무료 배포를 선언했거나, 저작권이 소멸한 경우를 제외하면, ROM을 임의로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정식으로 제공되는 컬렉션, 리마스터, 공식 에뮬레이션 서비스를 활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보안 위험
에뮬레이터와 ROM 파일을 제공하는 사이트 중에는, 광고를 위장한 악성코드나 불필요한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는 곳이 섞여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이용하고, 백신 프로그램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게임이라도, 막상 다시 화면을 켜 보면 손이 먼저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나란히 서서 버튼을 두드리던 감각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순간, 잠깐이지만 그 시절의 공기와 소리까지 함께 떠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