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젤리처럼 탱탱한 버섯을 처음 봤을 때, 이걸 정말 먹을 수 있는 건지 한참을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물에 불리기 전에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딱딱하고 볼품없어 보이는데, 물이 닿는 순간 눈처럼 하얗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꽤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 버섯이 어떤 음식에 어울리고, 몸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하나씩 알아보게 됐습니다.

이 버섯의 이름은 설원버섯입니다. 영어로는 스노 머시룸(Snow Mushroom), 학명은 Tremella fuciformis라고 부릅니다. 중국권에서는 은이버섯, 백목이버섯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동아시아에서 오래 전부터 먹어 온 식용·약용 버섯이고, 특히 중국 요리와 디저트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겉모습은 투명하거나 유백색에 가깝고, 말랑말랑한 젤라틴 같은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강한 향은 없어서 단맛, 짠맛, 담백한 맛 어느 쪽 요리에도 잘 섞여 들어갑니다. 이 덕분에 수프, 죽, 샐러드, 음료, 디저트 등 활용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설원버섯의 칼로리와 기본 특징

설원버섯은 열량이 아주 낮은 편에 속합니다. 다만 건조 상태와 물에 불린 상태의 칼로리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건조 설원버섯은 수분이 거의 빠져 있기 때문에 100g만 봤을 때 약 300kcal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 번에 100g의 마른 설원버섯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에 오래 불리면 대부분 무게가 수분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로 접시에 담아 먹는 형태는 거의 다 수분 덩어리에 가깝습니다.

물에 충분히 불려서 익힌 설원버섯은 100g당 대략 20~30kcal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무게의 밥이나 빵, 심지어 일부 과일과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그래서 양은 넉넉하게 먹으면서도 칼로리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 식재료로 활용되곤 합니다.

설원버섯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

열량은 낮지만, 설원버섯에는 몸에 도움이 되는 여러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버섯을 이야기할 때는 특히 수분, 식이섬유, 다당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첫째, 물에 불린 설원버섯의 대부분은 수분입니다. 보통 90% 이상이 물로 채워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씹을 때 탱글탱글하면서도 가볍고, 먹고 난 뒤에도 속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둘째,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특히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을 머금어 부풀어 오르면서 포만감을 주고, 동시에 장 속을 부드럽게 지나가도록 도와줍니다. 덕분에 배변 활동이 원활해지고, 장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설원버섯의 대표적인 성분은 다당류입니다. 이 다당류에는 베타글루칸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 때문에 면역 기능과 관련된 연구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설원버섯에서 추출한 다당류는 화장품 원료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수분을 끌어당기고 유지하는 힘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넷째, 단백질은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들어 있습니다. 고기처럼 뚜렷한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채소나 다른 버섯류와 함께 먹을 때 전체 식단의 균형을 맞춰 주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다섯째, 칼륨, 칼슘, 마그네슘, 인, 철분과 같은 무기질이 소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다양한 미네랄이 조금씩 들어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식재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섯째, 비타민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버섯류는 대체로 비타민 B군이 어느 정도 들어 있으며, 설원버섯도 B2, B5, 엽산 등이 소량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일부 버섯은 햇빛에 노출될 경우 비타민 D로 전환되는 성분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설원버섯 역시 건조 과정이나 햇빛 노출 방식에 따라 비타민 D 함량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이유

설원버섯이 다이어트 식단에서 종종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히 “칼로리가 낮다”는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실제로는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첫째, 양에 비해 칼로리가 적습니다.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그릇에 담았을 때 부피가 크고, 씹는 느낌도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충분히 먹었다”라는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열량은 낮기 때문에 전체 칼로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수용성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서 소화와 흡수를 늦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더라도 포만감이 더 오래 이어지는 편입니다. 이로 인해 간식이나 군것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장 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변비가 심하면 몸이 전반적으로 무겁고, 배가 자주 더부룩해지는데, 식이섬유는 장 속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평소 장이 예민한 사람은 갑자기 많은 양을 먹기보다 천천히 늘리는 편이 좋습니다.

넷째, 수용성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줍니다.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돕고, 이 과정에서 인슐린 분비가 과도하게 치솟는 것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지방이 과하게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피부와 관련된 이야기

설원버섯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피부입니다. 특히 일부에서는 “자연에서 온 히알루론산”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실제 히알루론산과 완전히 같은 물질은 아니지만, 물을 끌어당기고 붙잡아 두는 능력이 뛰어난 다당류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설원버섯에서 추출한 다당류는 자신의 무게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특징 때문에 화장품 원료로 사용될 때는 피부 보습, 탄력 유지, 건조함 완화와 관련된 기능을 기대하고 첨가되곤 합니다.

먹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피부 변화는 개인차가 크고, 식습관 전체와 수면, 스트레스, 햇빛 노출 정도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설원버섯 하나만으로 모든 피부 고민이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기름진 음식이나 당분 위주의 간식을 줄이고, 이런 버섯을 포함한 식단으로 바꾼다면 전반적인 몸 상태와 피부 컨디션이 함께 좋아질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면역과 항산화와 관련된 부분

설원버섯의 다당류는 면역 기능과 관계된 연구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베타글루칸과 비슷한 구조의 성분들이 몸속 면역 세포의 활동을 조절해 주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작용은 우리 몸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어, 꾸준히 섭취했을 때 전반적인 면역력 관리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설원버섯에는 항산화 작용과 관련된 성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산화 작용이란 몸속에서 지나치게 활성화된 산소나 유해한 물질이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막아 주는 활동을 뜻합니다. 이 과정은 노화, 만성 질환과도 연결되어 있어, 항산화 능력이 좋은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설원버섯을 몇 번 먹는다고 해서 눈에 띄게 면역이 갑자기 강해진다거나, 모든 질환을 막아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잠,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할 때 버섯의 장점도 제대로 발휘된다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혈관과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

수용성 식이섬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장 속에서 콜레스테롤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면서, 일부 나쁜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양을 줄여 주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설원버섯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도 이런 역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또한 설원버섯의 다당류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주는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이 직접 소화하지 못하지만, 장 속에 사는 좋은 균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성분을 말합니다. 유익균이 늘어나면 유해균이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워지고, 이 과정에서 장 환경이 좀 더 건강한 쪽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설원버섯은 장 건강 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꽤 매력적인 식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평소 장이 아주 예민한 사람은 처음부터 너무 많은 양을 먹기보다, 소량씩 시도하면서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설원버섯을 즐기는 방법

설원버섯은 생으로보다는 대부분 건조된 상태로 유통됩니다. 투명하거나 살짝 노란빛을 띠는 덩어리 모양으로 말려 있는데, 조리하기 전에는 반드시 깨끗한 물에 충분히 불려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풀어 오르면서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식감으로 변합니다.

요리 방법은 다양합니다.

  • 달콤한 디저트나 후식: 과일, 대추, 연꽃씨, 찹쌀 등과 함께 설탕이나 과일 시럽을 넣고 끓여서 따뜻한 디저트 수프로 먹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피부와 건강을 챙기는 달콤한 탕으로 자주 끓여 먹어 왔습니다.
  • 수프와 죽: 닭고기, 해산물, 다른 버섯과 함께 넣어 담백한 국물 요리로 만들면 탱글탱글한 식감이 잘 살아납니다. 쌀죽이나 잡곡죽에 잘게 썰어서 넣으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 샐러드: 데쳐서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뒤 채소와 함께 무치거나 드레싱을 곁들여 샐러드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별다른 향이 강하지 않아 다양한 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 음료: 곱게 간 설원버섯과 과일, 우유나 두유를 함께 갈아 마시는 레시피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포만감이 조금 더 오래 유지되는 편입니다.

조리할 때 주의할 점은 너무 오래 끓이면 식감이 지나치게 물러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탱글한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어느 정도 부드러워졌을 때 불을 줄이거나 마무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섭취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

설원버섯은 비교적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몇 가지 기본적인 점은 참고하는 편이 좋습니다.

첫째, 어떤 음식이든 과하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더부룩함이나 가스가 차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식이섬유 섭취가 적었다면 양을 서서히 늘리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 가공된 설원버섯 제품은 성분표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저트용, 음료용으로 나온 제품 중에는 설탕이나 시럽이 많이 들어간 것도 있기 때문에, 이런 제품을 자주 먹으면 오히려 당 섭취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고려한다면 가능한 한 첨가물이 적은 형태를 선택하거나, 직접 조리하면서 단맛을 조절하는 편이 낫습니다.

셋째, 특정 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새로운 식재료를 많이 늘리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약을 먹는 사람은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을 갑자기 과하게 늘리기보다 상태를 보면서 조절하는 편이 좋습니다.

설원버섯은 눈처럼 하얗고 투명한 모습과 독특한 식감 덕분에 한 번쯤은 궁금해지기 쉬운 식재료입니다. 알고 보면 단순히 특이한 모양의 버섯이 아니라, 수분과 식이섬유, 다당류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몸을 보살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료입니다. 일상적인 밥상에 조금씩 올려 보면서, 자신의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천천히 느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