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멀티페어링 키보드와 마우스를 접했을 때, 여러 대의 컴퓨터와 태블릿, 스마트폰을 번갈아 쓰느라 책상 위가 항상 어지러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장치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따로 두다 보니 공간도 부족했고, 케이블도 얽혀서 자꾸 손이 걸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멀티페어링 기능이 되는 키보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버튼 하나만 눌러도 다른 기기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한 일인지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멀티페어링 키보드와 마우스를 처음 사용하는 분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설명해 보겠습니다.

멀티페어링 키보드와 마우스 이해하기

일반적인 키보드와 마우스는 보통 한 번에 하나의 장치에만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데스크톱에 연결해 두면, 다른 노트북에 쓰고 싶을 때마다 선을 뽑거나 블루투스 연결을 끊고 다시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멀티페어링 기능이 있는 키보드와 마우스는 여러 개의 장치와 연결 정보를 기억해 두고, 버튼으로 채널을 바꾸면 바로 다른 장치로 입력을 보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연결합니다.

  • 블루투스(Bluetooth):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입니다. 보통 BT1, BT2, BT3처럼 번호가 표시된 채널에 서로 다른 장치를 등록합니다. 예를 들어 BT1은 데스크톱, BT2는 노트북, BT3는 태블릿처럼 정해 두는 식입니다.
  • USB 동글(USB 리시버): 일부 제품은 작은 USB 수신기를 제공합니다. 이 동글을 PC나 노트북에 꽂으면 별도의 블루투스 설정 없이 바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제품은 여러 개의 동글을 지원해 장치마다 하나씩 꽂아두고 쓰기도 하고, 하나의 동글로만 연결하는 모델도 있으니 제품 설명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멀티페어링이라고 해서 동시에 여러 장치에 입력이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장치와 미리 연결해두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이해해두시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멀티페어링 키보드 설정 방법

제품마다 버튼 위치나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합니다. 설명서를 옆에 두고 아래 단계를 같이 보시면 훨씬 수월하게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1. 키보드 페어링 모드로 들어가기

먼저 키보드를 원하는 채널에 연결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키보드에 적혀 있는 BT1, BT2, BT3 같은 버튼 또는 숫자 키(1, 2, 3)에 기능 키(Fn)와 함께 쓰이는 채널 전환 표시를 찾습니다.
  • 연결하려는 채널 버튼을 길게 누르거나, Fn 키와 함께 길게 누릅니다. (예: Fn + 1을 3초 이상 누르기)
  • 해당 채널 옆의 작은 LED가 빠르게 깜빡이면 페어링 모드로 들어간 것입니다.

제품에 따라 LED가 다른 색으로 바뀌거나, 깜빡이는 속도가 다를 수 있으니 구체적인 의미는 제품 설명서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2.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기

페어링 모드로 들어갔다면 이제 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같은 장치에서 연결을 진행합니다.

블루투스 장치에서의 기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PC나 노트북의 설정 메뉴에서 블루투스 항목을 엽니다. (Windows의 경우 ‘설정 > 장치 > Bluetooth 및 기타 장치’, macOS는 ‘시스템 설정 > Bluetooth’ 등)
  • ‘새 장치 추가’ 또는 이와 비슷한 이름의 버튼을 눌러 검색을 시작합니다.
  • 검색 결과 목록에서 키보드 이름(예: “Logi Keyboard K380” 같은 모델명)을 선택합니다.
  • 키보드는 종종 화면에 숫자 PIN 코드가 뜨고, 그 숫자를 키보드로 입력한 뒤 Enter를 누르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때 코드를 정확히 입력하지 않으면 연결이 실패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 연결이 완료되면 PC 화면에 ‘연결됨’이라는 표시가 뜨고, 키보드의 LED가 천천히 깜빡이거나 계속 켜지는 등 안정된 상태를 나타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기본 흐름은 비슷합니다. 다만 일부 오래된 기기나 운영체제에서는 외부 키보드나 마우스 연결을 완전히 지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 사용하는 기기가 블루투스 입력 장치를 지원하는지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3. USB 동글로 연결하는 경우

USB 동글을 사용하는 제품은 조금 더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 사용할 PC나 노트북의 USB 포트에 동글을 꽂습니다.
  • 운영체제에서 자동으로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몇 초 후에 바로 키보드 입력이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래도 동작하지 않는다면, 키보드에 ‘2.4G’ 또는 동글 모양으로 표시된 버튼을 눌러 동글 모드로 전환해 주어야 할 수 있습니다.
  • 일부 제품은 동글과 키보드를 다시 연결(리페어링)하는 버튼이 따로 있는 경우가 있으니, 동글을 잃어버렸거나 중고로 구한 경우에는 설명서를 참고해서 재설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USB 동글은 보통 블루투스보다 지연 시간(입력하고 화면에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이 짧고, 간섭도 덜 받는 편이라 게임을 할 때나 빠른 입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선호되기도 합니다.

멀티페어링 마우스 설정 방법

마우스도 키보드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설정합니다. 다만 PIN 코드를 입력하는 과정이 없고, 연결만 되면 바로 포인터가 움직입니다.

1. 마우스 페어링 모드로 진입하기

먼저 마우스의 전원을 켠 뒤, 바닥을 살펴보면 작은 버튼이 하나 더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버튼이 채널 전환 또는 페어링 버튼입니다.

  • 마우스 바닥에 있는 BT1, BT2, BT3 또는 채널 표시 버튼을 길게 누르면 LED가 빠르게 깜빡이며 페어링 모드가 됩니다.
  • 일부 제품은 스크롤 휠 근처의 작은 버튼이나 측면 버튼으로 채널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때는 길게 누르면 페어링, 짧게 누르면 채널 전환인 식으로 기능이 나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장치와 연결하기

이제 PC나 노트북 등에서 블루투스 설정으로 들어가 새 장치를 검색합니다. 목록에서 마우스 이름을 선택하면 별도의 PIN 입력 없이 바로 연결됩니다. USB 동글을 사용할 경우에는 동글을 꽂기만 해도 자동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연결 후에도 포인터가 움직이지 않거나 끊기는 느낌이 난다면, 다른 블루투스 기기와 간섭이 있는지, 배터리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 너무 먼 거리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채널 전환과 활용 요령

멀티페어링의 핵심은 한 번 연결한 장치를 나중에 다시 편하게 오가는 데 있습니다. 채널을 잘 정리해 두면 헷갈리지 않고 쓸 수 있습니다.

채널 전환 기본 방법

  • 키보드에서 BT1, BT2, BT3 버튼 중 원하는 것을 짧게 눌러 채널을 바꿉니다. Fn과 함께 숫자 키를 짧게 누르는 방식인 모델도 있습니다.
  • 마우스 역시 바닥이나 상단의 채널 버튼을 짧게 눌러 다른 채널로 전환합니다.
  • 전환 시 LED가 한 번 깜빡이거나 다른 색으로 잠깐 바뀌는 식으로 현재 채널을 알려 줍니다.

중요한 점은, 한 번 페어링해 둔 채널은 보통 다시 연결할 필요 없이 버튼만 눌러도 바로 전환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기기를 초기화했거나, 블루투스 목록에서 실수로 해당 장치를 ‘삭제’한 경우에는 다시 페어링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멀티페어링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 환경 예시

멀티페어링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면 책상 위가 훨씬 깔끔해지고, 작업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1. 데스크톱과 노트북 함께 쓰기

집에 데스크톱 PC와 노트북을 둘 다 쓰는 경우, 예전에는 키보드를 옮겨 꽂거나 자리를 옮겨 앉아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멀티페어링을 활용하면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습니다.

  • BT1: 데스크톱 PC에 연결 (USB 동글 또는 블루투스)
  • BT2: 노트북에 연결 (주로 블루투스)

이렇게 설정해두면, 데스크톱에서 문서를 작성하다가 노트북으로 메신저를 확인하고 싶을 때는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BT2 버튼만 눌러 주면 됩니다. 다시 데스크톱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BT1을 누르면 바로 전환되어, 별도의 자리 이동 없이 두 대의 컴퓨터를 거의 한 기기처럼 다룰 수 있습니다.

2.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함께 활용하기

PC로 작업을 하다 보면 스마트폰으로 메시지가 오거나, 태블릿에서 참고할 자료를 찾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일일이 작은 화면에 손가락으로 입력하면 번거롭습니다.

  • BT1: 메인 PC에 연결
  • BT2: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에 연결

알림이 울렸을 때 BT2로 채널을 바꾸고, 키보드로 바로 답장을 입력하거나 검색을 하면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시 PC 작업으로 돌아갈 때는 BT1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단,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블루투스 키보드/마우스 입력을 지원해야 하며, 안드로이드와 iOS, iPadOS마다 지원 범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3. 여러 장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경우

영상 편집을 하면서 옆에서는 스트리밍 장비를 제어하거나, 다른 컴퓨터에서 테스트를 돌려야 하는 등 여러 장치를 한 번에 다뤄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채널을 세 개까지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쓰면 편리합니다.

  • BT1: 메인 작업용 PC
  • BT2: 테스트용 노트북 또는 개발 서버
  • BT3: 태블릿(보조 모니터용, 참고 자료 확인용 등)

각 채널에 어떤 장치를 연결해 두었는지 메모해 두거나, 해당 번호를 붙여 표시해 두면 나중에 헷갈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준비해 두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옮겨 잡을 필요 없이 버튼만 눌러가며 여러 장치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4. 이동 중 노트북과 태블릿 사용하기

카페나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작업할 때 노트북과 태블릿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멀티페어링 키보드는 이런 상황에서도 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BT1: 노트북
  • BT2: 태블릿

이렇게 설정해 두면 가방 속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한 세트만 넣어도 되고, 현장에서 채널만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필기 앱을 사용하는 태블릿과 문서 작업용 노트북을 번갈아 다뤄야 할 때 유용합니다.

USB 동글을 활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

USB 동글을 지원하는 멀티페어링 제품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연결 안정성: 블루투스보다 끊김이 적고, 주변 기기 간섭에 덜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설정 간편함: 별도의 블루투스 설정 화면을 열지 않아도, 동글만 꽂으면 바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처음 사용하는 분들도 편합니다.
  • 호환성: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데스크톱 PC에서도 USB 포트만 있으면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동글을 잃어버리면 다시 구하기 어렵거나, 특정 모델 전용 동글이 아닌 경우 보안 때문에 다른 동글과 자유롭게 호환되지 않도록 설계된 제품도 있으니, 구매 전에 제품 설명을 꼼꼼히 읽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배터리와 절전 기능 활용하기

멀티페어링 키보드와 마우스는 여러 장치와 연결 정보를 유지해야 하므로, 일반 제품보다 전력이 조금 더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제품들은 대부분 절전 기능이 잘 갖춰져 있어서, 적절히 관리하면 배터리가 크게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절전 모드로 들어가며, 이때 LED가 꺼지거나 매우 약하게 유지됩니다.
  • 절전 상태에서는 아무 키나 한 번 눌러 깨운 뒤, 두 번째 입력부터 정상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입력이 반응이 없다고 고장으로 오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건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알카라인 배터리와 충전지의 사용 시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사용 패턴에 맞게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충전식 제품은 주기적으로 완전히 방전시키기보다는, 여유 있을 때 조금씩 자주 충전하는 편이 배터리 수명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선택 시 미리 살펴볼 점

멀티페어링 기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제품은 아닙니다. 처음 구매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확인해 보시면 나중에 더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지원 채널 수: 2개만 지원하는 제품도 있고, 3개 이상 지원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본인이 자주 쓰는 장치가 몇 개인지 먼저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연결 방식: 블루투스만 지원하는지, 블루투스와 USB 동글을 모두 지원하는지 확인합니다. 둘 다 지원되는 제품은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 채널 전환의 편리함: 채널 버튼이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있는지, 전환할 때 LED 표시가 직관적인지, 몇 초 정도 걸리는지 등을 따져보면 실제 사용에서 편리함이 달라집니다.
  • 키감과 그립감: 오래 사용할수록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장에 직접 가서 눌러 보고, 손에 쥐었을 때 편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추가 기능: 키보드 백라이트, 조용한 스위치(저소음), 인체공학적 디자인, 프로그래머블 키(단축키 설정), DPI 조절 버튼이 있는 마우스 등, 본인에게 필요한 기능을 미리 정해두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 호환성 정보: Windows, macOS, 안드로이드, iOS, iPadOS 등 어떤 운영체제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지원 목록을 자세히 소개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로지텍 공식 페이지(https://www.logitech.com)에서 제품별 지원 OS와 기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멀티페어링 기능을 처음 쓸 때는 채널과 연결 상태가 헷갈릴 수 있으니, 기기 옆에 작은 메모를 붙여두거나, 채널별로 어떤 장치인지 노트에 적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작은 습관이 쌓이면, 한 번 연결해 둔 키보드와 마우스를 오래도록 편리하게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