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오래된 TV로 OTT를 보려고 할 때마다 리모컨으로 앱을 찾아 들어가고, 또 다른 콘텐츠를 보려면 다시 나와서 다른 앱을 여는 과정이 은근히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동글 하나만 연결하면 TV가 새로 산 스마트 TV처럼 변한다는 이야기에 반신반의하며 크롬캐스트 4(Chromecast with Google TV)를 사용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생활 패턴이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Google TV 인터페이스의 장점
크롬캐스트 4는 이전 세대처럼 단순히 휴대폰 화면을 TV로 보내는 기기라기보다, TV 자체에 새로운 운영체제를 얹어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 안에 탑재된 Google TV 인터페이스가 핵심입니다.
가장 편한 부분은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 번에 묶어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 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 서로 다른 앱의 콘텐츠를 일일이 열어보지 않아도, Google TV 홈 화면에서 통합된 추천과 검색 결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시청하는 장르나 배우, 시청 시간대에 따라 홈 화면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며칠만 사용해도 “요즘 이 스타일 좋아하지?” 하고 눈치채듯 영화와 시리즈를 추천해 주는데, 광고성 추천보다는 실제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골라주는 느낌이라 거부감이 덜합니다.
영화, TV 프로그램 탭으로 나뉘어 있어 보고 싶은 종류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나중에 볼 콘텐츠는 보관함에 담아 두면 따로 기억해두지 않아도 TV를 켰을 때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모컨으로 완성되는 사용성
이전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이 사실상 리모컨 역할을 했지만, 크롬캐스트 4에는 전용 리모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리모컨 하나로 TV 전원과 볼륨까지 제어하는 설정이 가능해, 실제 사용에서는 TV 리모컨을 아예 안 쓰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리모컨 상단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면 Google Assistant가 실행되어 음성 검색을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때 “좀비 나오는 한국 드라마 틀어줘”처럼 대충 떠오르는 키워드만 이야기해도 관련 작품을 제법 잘 찾아줍니다.
또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전용 버튼이 있어, 퇴근 후 TV를 켜자마자 넷플릭스 버튼만 눌러 바로 이어보기로 들어가는 식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모델이나 지역에 따라 버튼 구성은 다를 수 있지만, 최소 한두 개의 대표 서비스는 기본으로 배치되어 있는 편입니다.
4K HDR와 사운드 지원
크롬캐스트 4는 최대 4K 해상도와 HDR(High Dynamic Range)을 지원합니다. 지원 TV와 콘텐츠가 갖춰져 있을 경우 Dolby Vision, HDR10, HDR10+까지 사용할 수 있어, 화면 밝기와 색감이 기존 풀HD SDR보다 훨씬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야간 장면이 많은 드라마나 SF 영화에서 어두운 부분이 뭉개지지 않고 디테일이 살아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다만 이 효과를 온전히 느끼려면 TV 자체가 해당 포맷을 지원해야 하며, 일부 저가형 TV에서는 HDR을 켜면 오히려 화면이 너무 어둡게 느껴질 수 있어 TV 설정을 함께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과 함께 음향도 중요합니다. 크롬캐스트 4는 Dolby Atmos와 같은 입체 음향 포맷도 지원하는데, 이 역시 사운드바나 AV리시버 등 연결된 기기가 해당 포맷을 지원해야 제 성능을 발휘합니다. 일반 TV 내장 스피커만 사용하더라도 기본적인 음질은 무난한 편입니다.
Google Assistant와 스마트 홈 연동
TV 앞에 앉아 “오늘 날씨 어때?”, “내일 아침 8시에 알람 맞춰 줘” 정도의 간단한 명령은 리모컨만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캘린더 일정 확인, 뉴스 브리핑 요청 같은 기능도 스마트폰 없이 TV 화면에서 해결할 수 있어, 아침 준비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집에 Google Assistant를 지원하는 조명이나 스피커, 카메라 등이 있다면, 크롬캐스트 4를 통해 이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기 전 “거실 조명 어둡게 해줘”라고 말하면 조명 밝기가 바로 조정되고, 현관 카메라를 연결해 놓으면 TV 화면으로 실시간 모습을 확인하는 식의 활용도 가능합니다.
네트워크와 스트리밍 안정성
크롬캐스트 4는 기본적으로 Wi-Fi를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되며, 일부 리비전과 별도 어댑터를 사용하면 유선 이더넷 연결도 가능합니다. 공식 사양에서 Wi-Fi 6 지원이 강조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듀얼 밴드 802.11ac(일반적으로 Wi-Fi 5로 부르는 규격)를 기반으로 한 모델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무선 규격은 구입 전 제품 상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집에 기기가 많거나, 방마다 신호가 약한 환경이라면 공유기 위치 조정, 5GHz 대역 사용, 혹은 메쉬 와이파이 도입 등을 함께 고려해 볼 만합니다. 4K 스트리밍은 특히 네트워크 품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끊김이 자주 발생한다면 우선 인터넷 환경 점검이 필요합니다.
연결과 미러링, 그리고 호환성
설치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TV의 HDMI 포트에 크롬캐스트 4를 연결하고 전원을 꽂은 뒤, 화면 안내에 따라 Google 계정과 Wi-Fi를 설정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HDMI 포트만 있다면 대부분의 TV에서 동작하며, 오래된 모델도 크게 문제 없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을 그대로 TV로 보내는 ‘캐스팅’ 기능도 여전히 지원합니다. 유튜브 앱에서 재생 버튼 옆에 있는 캐스트 아이콘을 눌러 TV를 선택하거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전체 화면을 띄우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일부 앱이나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화면 공유를 제한하기도 하므로, 모든 화면이 1:1로 미러링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공식적으로 캐스트를 지원하는 앱 중심으로 활용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공간을 덜 차지하는 디자인
크롬캐스트 4 본체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TV 뒤쪽에 매달리듯 연결해두면 정면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TV 받침대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거나, 벽걸이 TV를 사용 중인 경우에도 케이블 몇 가닥만 잘 정리해 두면 외관이 깔끔하게 유지됩니다.
색상도 여러 가지가 있어 TV 주변 분위기에 맞춰 선택할 수 있고, 무광 재질이라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튀지 않습니다. 작은 크기 덕분에 다른 장소로 옮겨 다니며 사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여행지 숙소나 다른 방 TV에 임시로 연결해 쓰는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