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 본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거창한 공연은 아니고,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갔다가 괜히 분위기 탄 적 정도입니다. 마이크를 잡고 불을 살짝 낮추면, 갑자기 조명이 나만照(조)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때 괜히 욕심이 나서 무리하게 고음을 지르다가, 뒷부분에서 목이 잠겨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 이후로는 “잘 부르는 노래”보다 “내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목소리가 낮은 편이라면, 저음을 살릴 수 있는 곡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목소리가 비교적 낮은 남자분들이 노래방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잡을 수 있는 노래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내곡과 해외곡을 나누고, 장르별로 왜 잘 어울리는지, 어떤 느낌으로 부르면 좋은지도 함께 적어 보았습니다.

국내 발라드: 조용히 시작해서 마음을 끌어오는 곡들

발라드는 무조건 고음으로만 승부하는 장르가 아닙니다. 오히려 낮은 음에서 차분히 감정을 쌓아 올리는 부분이 훨씬 중요합니다. 목소리가 낮은 편이라면, 다음 곡들을 한 번 연습해 보셔도 좋습니다.

임창정 – 소주 한 잔

이 곡은 초반이 특히 낮은 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감정을 실어 부르기 좋습니다. 후반부에 고음이 나오긴 하지만, 원곡처럼 완전히 똑같이 따라가려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편한 높이로 조를 조절해서 부르면 훨씬 안정적으로 들립니다. 중요한 것은 “울컥하는 느낌”이지, 얼마나 높이 올리느냐가 아닙니다.

김범수 – 보고 싶다

이 곡은 넓은 음역대를 쓰는 편이라 고음 파트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가사 하나하나를 눌러 담듯이 부르는 중간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이 전달됩니다. 무리하게 후반부 고음을 따라 하기보다는, 앞부분을 집중해서 부르고, 뒷부분은 살짝 힘을 빼서 자신에게 맞게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시경 – 내게 오는 길

성시경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이 곡은 크게 힘주지 않고 낮은 톤으로 불러도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끼는 곡입니다. 쓸데없이 고음을 지르기보다는 말하듯이, 하지만 조금 더 노래하듯이 이어가는 느낌을 살려 보시면 좋습니다.

박효신 – 눈의 꽃

원래 키가 높은 편이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이 곡 또한 시작 부분은 차분한 저음이 중심입니다. 음 하나하나를 길게 끌어 주고, 가사에 맞춰 숨을 고르는 느낌을 잘 살리면, 후반부를 힘들게 따라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동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나얼 – 같은 시간 속의 너

나얼 특유의 소울 느낌 때문에 막연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노래 구조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저음을 사용하는 구간에서 목을 누르지 말고 편하게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하듯이 낮게 시작해서, 후반부에 살짝 볼륨만 키우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이승철 – 말리꽃

묵직한 저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이 곡의 핵심은 고음보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간절함입니다. 강하게만 밀어붙이기보다는, 중간중간 힘을 빼고 속삭이듯이 부르는 부분을 섞어 주면 더 입체적으로 들립니다.

MC몽 – 너에게 쓰는 편지

랩과 보컬이 잘 섞여 있는 곡입니다. 랩 부분은 박자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보컬은 많이 높지 않아서 비교적 부담 없이 부르기 좋습니다. 랩을 너무 세게만 하기보다는, 가사를 또박또박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부르는 편이 오히려 더 멋있게 들립니다.

SG워너비 – 죄와 벌, 내 사람

SG워너비 곡들은 대부분 고음이 강한 편이지만, 저음이 받쳐 주지 않으면 매력이 살지 않습니다. 자신이 모든 파트를 다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낮은 음역이 중심인 부분을 위주로 자신만의 버전으로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곡 전체 분위기만 살려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이현 – 365일

잔잔하게 시작해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커지는 스타일입니다. 처음에는 가능한 한 힘을 빼고, 나직하게 말하듯이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야 후반부에 조금만 힘을 더해도 감정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국내 락·힙합: 시원하고 에너지 있게 부르는 곡들

락이나 힙합이라고 해서 전부 고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게감 있는 저음이 곡의 뼈대를 잡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YB – 나는 나비

처음에는 비교적 낮게 진행되고, 후반부에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반복됩니다. 완벽한 고음보다는 박자에 맞춰 시원스럽게 내지르는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에, 음이 조금 틀리더라도 에너지 있게 부르는 편이 분위기를 살리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부활 – 비와 당신

락 발라드의 정석 같은 곡입니다.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면 아주 잘 어울립니다. 한 구절을 끝까지 끌어줄 때 숨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문장 끝에서 숨을 잘 나누어 쉬는 연습을 해두면 좋습니다.

김경호 – 아버지

김경호의 곡들은 대체로 고음이 높지만, 이 곡은 가사와 감정이 핵심이라 저음 부분만 잘 살려도 충분한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고음 성대처럼 소리 지르기보다는, 낮은 음에서 울림을 만드는 연습을 해두면 좋습니다.

크라잉넛 – 밤이 깊었네

이 곡은 음정이 조금 틀려도 크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정확한 음정보다는 신나게, 리듬에 맞춰 크게 부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저음을 너무 눌러서 내지 말고, 약간 허스키하게 웃으면서 부르는 느낌이 잘 어울립니다.

슈퍼주니어 – U, Sorry, Sorry

아이돌 곡들도 의외로 저음 파트가 많습니다. 후렴은 모두가 아는 멜로디라 같이 부르기 좋고, 벌스 부분은 낮은 톤에서 리듬을 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춤을 다 출 필요는 없지만, 몸을 살짝살짝 리듬에 맞춰 움직여 주면 분위기가 훨씬 살아납니다.

빅뱅 – 뱅뱅뱅, Fantastic Baby

이 곡들은 가사와 랩의 강한 리듬이 포인트입니다. 톤이 낮은 사람이라도 박자를 정확하게 맞추고, 약간 공격적으로 끊어 주는 식으로 랩을 하면 충분히 멋있게 들립니다. 가사를 다 외우기 어렵다면, 후렴 파트 위주로 준비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해외 락: 기타와 함께 저음을 쭉 깔 수 있는 곡들

해외 락 음악들은 곡 구조가 단순한 편이라, 한 번 익숙해지면 편하게 따라 부르기 좋습니다.

Bon Jovi – Livin’ on a Prayer, It’s My Life

두 곡 모두 후렴은 다 같이 따라 부르기 좋고, 벌스 부분은 비교적 낮은 음에서 진행됩니다. 원곡만큼 고음을 올리기 어렵다면, 노래방에서 조를 1~2키 정도 내리고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사를 힘 있게 밀어붙이는 느낌입니다.

Queen – Bohemian Rhapsody

이 곡은 구조가 복잡해서 완벽하게 소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초반의 낮은 톤으로 시작하는 발라드 구간만 제대로 소화해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중간의 빠른 합창 부분과 고음은 약간 가볍게 넘기고, 처음과 끝 부분의 진지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집중해 보셔도 좋습니다.

Guns N’ Roses – Sweet Child O’ Mine

인트로 기타 리프가 유명한 곡입니다. 보컬도 생각보다 낮은 음에서 시작해서, 부분적으로만 고음이 나옵니다. 고음 부분에서 힘들다면, 목을 세게 쓰기보다는 약간 얇게 소리를 빼서 흉내만 내는 느낌으로 처리하면 목이 상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AC/DC – Highway to Hell

구조가 단순하고, 반복되는 멜로디가 많습니다. 목소리가 낮은 사람도 약간 긁는 소리를 연습해 두면 잘 어울립니다. 다만 인위적으로 목을 세게 긁으면 쉽게 상하니, 노래방에서 잠깐 따라 해보는 정도로만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 팝·R&B: 차분하고 매끄러운 저음을 살리는 곡들

팝이나 R&B는 화려한 고음보다, 낮고 부드러운 톤이 큰 매력입니다. 목소리가 낮은 사람에게 특히 어울리는 곡들이 많습니다.

Ed Sheeran – Thinking Out Loud, Perfect

두 곡 모두 멜로디가 부드럽고 일정해서 따라 부르기 좋습니다. 음이 아주 낮은 편은 아니지만, 상체에 힘을 빼고 편하게 부르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영어 발음에 너무 신경 쓰기보다는, 노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어 준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John Legend – All of Me

피아노와 보컬만으로도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화려한 기교보다 진짜로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낮은 음에서 가사를 또박또박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Leonard Cohen – Hallelujah

레너드 코헨의 목소리 자체가 아주 낮고 깊은 편입니다. 원곡 버전처럼 깊은 저음이 나지 않더라도, 말하듯이 차분하게 부르면 이 곡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습니다. 한 음 한 음을 길게 끌어 주면서,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Ray Charles – Georgia On My Mind

재즈와 소울이 섞여 있는 곡으로, 저음에서 시작해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는 구조입니다. 리듬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로 살짝 끌어 당기듯이 여유롭게 부르는 느낌을 살리면 더 자연스럽습니다.

Marvin Gaye – Let’s Get It On

이 곡은 과한 힘을 주기보다는,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사용해야 어울립니다. 저음을 너무 눌러서 내지 말고, 숨과 함께 흘려보낸다는 느낌으로 불러 보시면 좋습니다. 박자에 몸을 살짝 맡기면서 리듬을 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Frank Sinatra – My Way

중후한 분위기를 내기 좋은 명곡입니다. 이 곡은 고음도 나오지만, 전체적으로는 중저음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듯이, 가사를 천천히 씹어가며 부르면 어울립니다. 음정이 조금 흔들리더라도, 태도와 분위기가 잘 잡혀 있으면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빠져듭니다.

저음을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노래 연습 팁

목소리가 낮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연습을 하지 않으면 매번 비슷한 부분에서 목이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몇 가지 간단한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자신의 음역대를 대략이라도 파악하기

노래방에서 자주 쓰는 곡 한두 개를 기준으로, 조를 한 단계씩 올리거나 내리면서 가장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높이를 찾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힘이 덜 들어가고, 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간이 자신의 기본 음역에 가깝습니다.

2. 저음을 “눌러서” 내지 않기

목소리를 일부러 더 낮게 들리게 하려고 목을 아래로 누르는 습관이 생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성대에 부담만 커집니다. 말할 때와 비슷한 톤에서, 살짝만 낮춘다는 느낌으로 연습하는 편이 건강합니다.

3. 가사를 이해하고 감정을 먼저 잡기

특히 저음은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기 때문에,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쉽게 지루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노래방에 가기 전에 가사를 한 번 정도 읽어 보고, 어떤 상황인지, 어떤 마음인지 떠올린 뒤에 부르면 같은 음이라도 훨씬 깊게 들립니다.

4. 리듬을 타는 연습하기

특히 힙합, R&B, 댄스곡은 음정보다 리듬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원곡을 들으면서 발을 살짝살짝 구르거나,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해두면, 노래방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5.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 갖기

노래방은 공연장이 아니라, 같이 웃고 떠들며 노는 공간입니다. 음정이 조금 틀리거나 가사를 실수해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완벽하게 부르려고 긴장하면 표정도 굳고, 목도 더 빨리 지칩니다. 편안한 표정과 여유 있는 태도가 결국 노래 실력보다 더 큰 분위기를 만듭니다.

목소리가 낮다고 해서 노래방에서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저음에는 고음에서 느낄 수 없는 안정감과 깊이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곡을 고르고, 부담 없이 한 곡씩 익혀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이크를 잡았을 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집중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