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마이크를 처음 잡았을 때, 막상 부를 노래가 떠오르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주문하듯이 곡 번호를 눌러대는데, 머릿속은 하얘지고 손에는 마이크만 덩그러니 들려 있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누가 차분한 발라드 한 곡을 불러줬는데, 분위기가 부드럽게 바뀌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사람들 앞에서 무리해서 고음만 지르는 것보다, 감정을 담아 부를 수 있는 발라드가 훨씬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은 발라드라고 하면 보통 여자 가수가 부른 곡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나 부르기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여기서는 특히 여성 보컬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곡들을 중심으로, 남자 가수 노래라도 분위기만 잘 살리면 충분히 멋지게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함께 묶어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감성 발라드

노래방에서 갑자기 고음부터 내지르기 부담스럽다면, 조용히 시작해서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는 발라드가 좋습니다. 이런 곡들은 박자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가창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분위기를 잘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유 – 밤편지

아이유의 대표적인 감성 발라드 중 하나입니다. 피아노와 현악기 소리가 잔잔하게 깔려 있고, 노래 전체가 크게 높지 않아서 무리하지 않고 부를 수 있습니다. 대신 작은 목소리로도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가사를 미리 몇 번 읽어 보고, 편지를 읽듯이 말하듯이 부르면 더 좋습니다.

태연 – 사계

사계절이 지나가듯 사랑이 변해 가는 모습을 담은 곡입니다. 후렴 부분의 고음이 살짝 높기는 하지만, 소리를 너무 세게 내지 않고 살짝 힘을 빼고 부르면 한결 수월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끌고 가야 해서, 가사를 이해하고 부르는 게 특히 중요한 곡입니다.

폴킴 – 모든 날, 모든 순간

결혼식 축가로도 많이 불리는 곡입니다. 남자 가수 노래이지만 음역이 아주 높지 않아 여성도 충분히 부를 수 있습니다. 선호에 따라 키를 한두 단계 올려서 부르면 더 편하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가사가 따뜻하고 단순해서, 상대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부르면 듣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됩니다.

임영웅 – 사랑은 늘 도망가

드라마 OST로 잘 알려진 곡입니다. 트로트 느낌이 살짝 섞인 발라드지만, 과하게 꺾기를 넣지 않고 부드럽게 부르면 발라드 분위기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곡 자체가 크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지하게 부르면 의외로 박수를 많이 받게 되는 노래입니다.

애절함이 살아 있는 명품 발라드

마음을 확실히 울리고 싶을 때, 또 한 번쯤은 노래방에서 진지하게 감정을 폭발시켜 보고 싶을 때 어울리는 곡들입니다.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 연습을 조금 해두면 훨씬 좋습니다.

이선희 – J에게

세대를 뛰어넘어 꾸준히 사랑받는 명곡입니다. 고음도 중요하지만, 이 곡의 핵심은 말하듯이 시작해 점점 감정을 끌어올리는 흐름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힘을 주기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감정을 더 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박정현 – P.S. I Love You

박정현 특유의 폭발적인 고음이 돋보이는 곡이라 난이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음역에 맞춰 힘을 나눠 부르면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고음 부분이 부담스럽다면, 원키보다 낮은 키로 설정해서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범수 – 보고 싶다

남자 가수의 발라드 중에서도 특히 많이 불리는 곡입니다. 후렴 고음이 꽤 높기 때문에, 무리해서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자신의 한계 내에서 감정을 우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정을 완벽하게 맞추지 못해도, 가사에 집중해서 부르면 듣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나얼 – 바람기억

감성적인 멜로디와 고음 라인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원곡처럼 완벽하게 따라 부르기는 쉽지 않지만, 후렴 부분에서 자신의 최고 음역선만 지키며 부르기만 해도 충분히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무리해서 따라 하지 말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부른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훨씬 부르기 편합니다.

정승환 – 너였다면

요란하지 않은 곡인데도, 복잡한 감정이 잘 드러나는 노래입니다. 노래 실력을 과시하기보다는 감정 연기에 가까운 표현이 중요한 곡이라, 표정과 목소리 톤을 차분하게 유지하면 좋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연습해 보면서, 어떤 단어에서 감정을 더 실어야 할지 고민해 보면 도움이 됩니다.

요즘 노래방에서 자주 들리는 발라드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사랑받은 곡들은 노래방에서도 함께 따라 부르기 좋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어 분위기가 한층 더 편안해집니다.

AKMU(악동뮤지션)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제목처럼 이별의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곡입니다. 박자가 크게 어렵지 않고, 어느 부분부터 불러도 느낌을 살리기 쉬운 편이라 노래방에서 자주 선택되는 곡입니다. 둘이서 파트를 나눠 듀엣으로 불러도 재미있습니다.

아이유 – Celebrity

밝은 분위기와 따뜻한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는 곡입니다. 완전히 슬픈 발라드라기보다는, 위로와 응원이 담긴 팝 발라드에 가깝습니다. 리듬이 약간 빠른 편이라 가사를 또박또박 말하듯이 부르면 훨씬 안정적으로 들립니다.

장범준 –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고음이 부담스럽지 않고, 기타 반주와 함께 편안하게 흘러가는 곡입니다. 발라드이면서도 살짝 산뜻한 분위기가 있어서, 노래방 분위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들고 싶을 때 적당합니다. 감정선이 과하게 폭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살짝 상큼한 분위기의 발라드

너무 무거운 곡만 부르다 보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볍게 웃으면서 부를 수 있는 상큼한 발라드가 도움이 됩니다.

볼빨간사춘기 – 좋다고 말해

고백하는 마음을 귀엽게 담아낸 곡입니다. 발라드이면서도 상큼한 느낌이 강해, 듣는 사람도 편해지고 부르는 사람도 긴장이 덜 됩니다. 음역대가 중간 정도라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부를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트와이스 – CHEER UP (발라드 느낌으로 편곡해 부르기)

원곡은 댄스곡이지만, 반주 설정이나 속도를 조절해서 차분하게 부르면 의외로 감성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빠르게 부르기 어렵다면, 박자를 조금 넉넉하게 잡고 가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감정이 중요한 애절한 발라드

목소리 톤이나 음색에 자신이 있다면, 애절한 감정을 듬뿍 담을 수 있는 곡들을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음정이 조금 흔들려도, 감정이 진심으로 느껴지면 듣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공감하게 됩니다.

박효신 – 눈의 꽃 (원곡: 나카시마 미카)

겨울 시즌에 특히 많이 찾는 발라드입니다. 남자 키로는 상당히 높고 힘든 곡이지만, 여성 보컬이 부를 때는 키를 조절해서 본인에게 맞게 부르면 좋습니다. 후반부의 고음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해도, 중간까지의 흐름을 묵직하게 가져가면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곡입니다.

임창정 – 소주 한잔

이별 후의 후회를 솔직하게 표현한 노래입니다. 남자 가수 노래지만, 감정 표현 위주의 곡이라 여성 보컬이 부르더라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가사를 또박또박 내뱉듯이 부르고, 후렴에서만 살짝 힘을 주면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습니다.

화사 – LMM

화사의 깊은 음색이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초반에는 거의 말하듯이 부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터지는 흐름이라 집중해서 부르면 몰입감이 상당히 높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잘 어울립니다. 다만 고음이 꽤 높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키를 조절해서 부르는 편이 좋습니다.

노래방에서 곡을 고를 때 기억하면 좋은 점

아무리 명곡이라도, 자기 목소리와 맞지 않으면 막상 부를 때 힘들어집니다. 몇 가지 기준만 기억해 두면 훨씬 편하게 곡을 고를 수 있습니다.

1. 자신의 음역대에 맞는 곡을 고르기

노래방 기계마다 키 조절 기능이 있으니,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한두 키 정도 올리거나 내려서 본인에게 편한 음역을 먼저 찾는 것이 좋습니다. 고음이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면 욕심내지 말고 과감하게 키를 낮추는 편이 오히려 더 멋있게 들립니다.

2. 가사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곡 선택하기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가사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 곡은 자연스럽게 감정이 실립니다. 노래방에 가기 전에 한두 곡 정도는 가사를 미리 읽어 보고, 어떤 장면을 떠올리며 부를지 생각해 두면 훨씬 몰입해서 부를 수 있습니다.

3.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로 시작하기

첫 곡부터 너무 어려운 노래를 부르면 긴장감이 커집니다. 평소 자주 듣고 따라 부르던 가수의 노래로 목을 푸는 느낌으로 시작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 가수의 발음을 따라 해 보거나, 노래 스타일을 가볍게 흉내 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4. 분위기를 고려해서 선곡하기

혼자 노래를 연습하는 자리라면 상관없지만, 여럿이 함께 있는 자리라면 계속해서 무거운 곡만 부르면 다소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서너 곡에 한 번 정도는 상큼한 곡이나 밝은 곡을 섞어 주면 전체 분위기가 훨씬 편안해집니다.

5. 실력보다 ‘즐거움’을 먼저 생각하기

노래방은 공연장이 아니라, 함께 노는 공간입니다. 음정이 조금 틀려도 괜찮고, 가사를 한두 줄 정도 틀려도 웃고 넘어가면 됩니다. 잘 부르려고만 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르는 시간이 되어야 주변 사람들도 함께 즐거워집니다.

위에 소개한 곡들은 발라드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분위기와 난이도가 모두 다릅니다. 자신의 목소리와 성격에 어울리는 곡을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언젠가 노래방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번호부터 누르게 되는 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마음에 드는 곡이 있다면 한 번 정도는 집에서 가만히 따라 불러 보면서, 나만의 노래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