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매번 배달 앱을 켜놓고 메뉴를 고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오후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중해식 식단 이야기를 듣고, 가볍지만 든든한 도시락을 한 번만 제대로 싸보자는 마음으로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재료도 단순하고, 미리 준비해 두면 아침에 허둥대지 않아도 되는 구성이 많아서 계속 실천하기에 괜찮았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도시락들은 실제로 먹어보면서 손에 익은 조합들로, 지중해식 식단의 기본 원칙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는 메뉴들입니다.
지중해식 도시락의 기본 구성
지중해식 식단은 특정 “다이어트 방식”이라기보다, 식재료 선택과 조합에 초점을 둔 생활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핵심은 다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
- 올리브 오일과 같은 건강한 지방을 주된 지방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것
- 붉은 고기 대신 생선, 콩류, 가금류(닭, 칠면조 등)를 주 단백질원으로 삼는 것
- 과하게 가공된 식품과 설탕이 많은 음식은 자연스럽게 줄이는 것
도시락으로 준비할 때는 “통곡물 + 채소 듬뿍 + 단백질 + 좋은 지방”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구성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지중해식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식 퀴노아 샐러드 도시락
점심에 너무 무거운 음식을 먹으면 업무가 손에 잘 안 잡힙니다. 그럴 때 퀴노아 샐러드는 속은 든든하지만 배가 과하게 부르지 않아 오후 시간까지 컨디션이 안정적입니다. 퀴노아를 미리 삶아두면 아침에는 채소만 썰어서 섞어 주면 되기 때문에 준비 시간도 짧은 편입니다.
아래 재료 양은 1인 기준입니다.
- 퀴노아 1/2컵 (익히면 약 1.5컵 정도)
- 오이 1/2개 (깍둑썰기)
- 방울토마토 10개 (반으로 자르기)
- 적양파 1/4개 (얇게 채 썰거나 잘게 다지기)
- 블랙 올리브 5~7개 (슬라이스 또는 통으로)
- 페타 치즈 약 30g (잘게 부셔서 준비)
- 잘게 다진 파슬리 또는 딜 약간
드레싱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큰술, 레몬즙 1큰술, 말린 오레가노 1/2작은술, 소금과 후추 약간을 섞어 만듭니다. 퀴노아는 포장지에 적힌 시간대로 삶은 뒤 완전히 식혀 두어야 샐러드가 물러지지 않습니다. 도시락 용기에는 샐러드 재료만 미리 섞어 담고, 드레싱은 작은 용기에 따로 담아 점심시간 직전에 뿌려 먹으면 채소가 더 아삭하고 향도 살아 있습니다.
지중해식 치킨과 구운 채소 도시락
주말 저녁에 오븐 한 번 돌려 두면 평일 점심 도시락이 사흘은 편해집니다. 닭고기와 여러 채소를 한 판에 같이 구워 놓고, 아침마다 필요한 만큼만 덜어 통곡물 빵이나 현미와 함께 도시락에 담으면 됩니다. 기름을 많이 쓰지 않아도 허브와 레몬 향 덕분에 맛이 풍부해 지겹지 않습니다.
1인 기준 재료는 다음과 같이 준비하면 부담 없이 먹기 좋습니다.
- 닭가슴살 또는 닭 허벅지살 100~120g (한입 크기로 썰기)
- 파프리카(빨강, 노랑) 각 1/2개
- 가지 1/2개
- 주키니 1/2개
- 양파 1/4개
- (선택) 통곡물 빵 1~2조각 또는 현미밥 1/2공기
양념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큰술, 레몬즙 1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오레가노·타임·로즈마리 등 말린 허브 1작은술, 소금과 후추 약간을 준비합니다. 닭고기는 올리브 오일 1큰술과 다진 마늘, 허브, 소금, 후추로 먼저 재워 두고, 채소는 나머지 올리브 오일과 소금, 후추로 가볍게 버무립니다.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약 20~25분 정도 구우면 닭고기는 속까지 익고 채소는 살짝 구워진 향이 납니다.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할 때도 비슷한 온도와 시간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완전히 식힌 뒤 도시락 용기에 담아야 물이 생기지 않습니다. 먹기 직전에 레몬즙을 조금 더 뿌려 주면 소스 없이도 상큼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병아리콩 허머스와 통밀 피타 도시락
회의가 많아 끼니를 길게 챙기기 어려운 날에는 허머스 도시락이 유용합니다. 한 번 갈아 두면 며칠은 두고 먹을 수 있고, 피타 빵이나 채소 스틱을 곁들이면 간단한 식사로도 충분합니다. 동물성 재료를 줄이고 싶을 때, 또는 채식 위주로 먹고 싶은 날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허머스의 기본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삶은 병아리콩 1컵 (캔 사용 시 물기를 빼고 한 번 헹구기)
- 타히니(참깨 페이스트) 1.5큰술
- 레몬즙 2큰술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큰술
- 다진 마늘 1/2작은술
- 차가운 물 2~3큰술 (농도 조절용)
- 소금, 후추 약간
- (선택) 훈제 파프리카 가루 약간
푸드 프로세서에 병아리콩, 타히니, 레몬즙, 올리브 오일, 마늘, 소금, 후추를 넣고 충분히 곱게 갈아 줍니다. 너무 되직하면 차가운 물을 조금씩 넣으며 원하는 농도로 맞춥니다. 도시락 용기에 허머스를 담고, 위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둘러 주고 훈제 파프리카를 가볍게 뿌리면 향도 좋아지고 색감도 예뻐집니다.
함께 넣을 곁들임 재료는 다음 조합이 부담 없이 잘 어울립니다.
- 통밀 피타 빵 1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
- 오이, 당근, 셀러리 스틱
- 방울토마토 몇 개
허머스를 미리 만들어 두고, 아침에는 피타와 채소만 썰어 넣으면 되기 때문에 바쁜 날에 특히 활용도가 높습니다.
지중해식 도시락을 오래 유지하는 작은 팁
지중해식 도시락을 며칠 실천하다 보면,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 않다는 점과 함께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실제로 준비를 지속해 보면서 도움이 되었던 팁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말에 퀴노아, 현미, 병아리콩 등을 넉넉히 삶아 두고 소분해서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기
- 샐러드에 넣을 채소는 되도록 먹기 전날 혹은 당일 아침에 썰고, 드레싱은 꼭 따로 챙기기
- 색이 다른 채소를 일부러 섞어 담아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을 골고루 섭취하기
- 간식이 필요하면 과자 대신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를 적당량 챙기기
- 탄수화물은 흰쌀이나 흰빵보다 현미, 통밀빵, 통밀 파스타, 귀리 등으로 천천히 바꿔 보기
- 일주일에 두세 번은 생선이나 콩류를 메인 단백질로 사용해 붉은 고기 섭취 줄이기
- 도시락과 함께 물이나 무가당 허브차를 항상 챙겨서 충분히 수분 섭취하기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지키려고 하면 금방 지치기 쉽습니다. 우선은 점심 한 끼라도 “채소와 통곡물, 좋은 지방이 들어간 한 상”으로 채워 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그렇게 며칠만 지나면, 오후의 나른함이 줄고 포만감이 오래 가는 느낌이 조금씩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도시락을 준비할 힘이 따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