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코스트코에서 산 위스키 한 병을 처음 개봉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마트에서 대충 집어 온 과자와 견과류를 늘어놓고 한 잔 따라 마셨는데, 이상하게도 위스키 맛은 좋은데 안주가 그 맛을 따라오지 못하더군요. 그 이후로 코스트코를 갈 때마다 ‘위스키랑 같이 먹으면 괜찮겠다’ 싶은 것들을 하나씩 사서 직접 먹어보며 조합을 찾아봤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런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위스키와 잘 어울리면서도 준비가 크게 어렵지 않은 코스트코 안주 추천입니다.
치즈와 크래커, 가장 기본이지만 실패가 적은 조합
위스키 안주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치즈입니다. 코스트코에는 이미 잘 구성된 치즈 묶음 상품이나 대용량 치즈 블록이 많아서, 한 번 사두면 여러 번 나눠 먹기 좋습니다.
브리나 까망베르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한 치즈는 알코올의 자극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체다나 고다처럼 조금 더 풍미가 강한 치즈는 숙성된 위스키와 잘 어울립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단단하고 짭짤한 치즈는 한 조각씩 조금씩 씹어 먹으면서 위스키를 곁들이기 좋습니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크래커류와 함께 내면 손님 상차림으로도 충분히 보기 좋습니다. 크래커 위에 치즈를 올리고, 집에 있다면 꿀을 한 방울 떨어뜨리거나 호두,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살짝 얹어 주면 맛이 훨씬 풍성해집니다.
견과류 믹스, 위스키 맛을 방해하지 않는 기본 안주
위스키를 편하게 마시고 싶을 때 가장 자주 꺼내게 되는 건 견과류 믹스입니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있으면서도 향이 과하지 않아 위스키 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코스트코의 자체 브랜드 견과류 믹스는 아몬드, 캐슈넛, 피칸, 호두 등이 골고루 들어 있어 식감도 다양하고, 양도 넉넉해서 위스키를 자주 마신다면 가성비가 좋습니다. 집에서 한 번 정도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볶아 소금을 아주 약하게 추가해 주면 고소한 향이 더 살아나 위스키와의 궁합이 좋아집니다.
단, 너무 강한 양념이 된 제품이나 설탕 코팅이 두꺼운 제품은 위스키의 섬세한 향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가능한 한 소금만 살짝 들어간 제품을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다크 초콜릿과 건과일, 달콤 쌉싸름한 페어링
위스키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실 때는 다크 초콜릿과 건과일 조합이 꽤 좋은 선택이 됩니다. 특히 버번이나, 바닐라와 카라멜 향이 도드라지는 위스키와 잘 어울립니다.
코스트코에는 카카오 함량이 70% 내외인 다크 초콜릿 제품이 여러 가지 있는데, 너무 달지 않은 제품을 고르면 위스키 특유의 오크, 카라멜, 견과 향이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천천히 녹인 다음, 입안에 초콜릿 향이 살짝 남아 있을 때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면 맛이 겹겹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포도, 말린 무화과, 크랜베리 같은 건과일은 과일 향이 나는 위스키와 잘 어울립니다. 당도가 너무 높은 제품은 위스키 맛을 둔하게 만들 수 있으니, 설탕이 과하게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프로슈토와 살라미, 짭짤한 육류 안주의 매력
어느 날은 치즈만으로는 조금 심심해서 코스트코에서 프로슈토와 살라미가 함께 들어 있는 콜드컷 세트를 사 본 적이 있습니다. 위스키와 함께 먹어보니 치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얇게 썰린 프로슈토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지방 맛이 있어, 도수가 높은 위스키와 함께 마시면 알코올의 날카로운 느낌을 부드럽게 잡아줍니다. 살라미는 향신료와 육향이 잘 살아 있어, 스모키하거나 피트 향이 강한 위스키와도 어울립니다.
콜드컷을 그대로 내기보다는 작은 접시에 담고, 옆에 올리브나 피클을 곁들이면 느끼함이 덜하고 한 잔 한 잔 마실 때 부담이 줄어듭니다. 바게트나 간단한 빵이 있다면 한 입 크기로 잘라 함께 내도 좋습니다.
훈제 연어, 스모키한 위스키와 의외의 찰떡궁합
피트 향이 강한 위스키를 마실 때는 어떤 안주를 곁들여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코스트코 대용량 훈제 연어가 꽤 유용했습니다. 연어 자체의 기름기와 훈제향이 스모키한 위스키와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훈제 연어는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크래커나 얇게 썬 빵 위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그 위에 연어를 올리면 훨씬 먹기 편하고 맛의 균형도 좋아집니다. 냉장 진열 코너에서 파는 케이퍼나 딜, 적양파 슬라이스를 살짝 얹어 주면 집에서 간단히 만든 안주인데도 꽤 그럴듯한 한 접시가 완성됩니다.
기름진 연어는 알코올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한두 점씩 곁들여 먹으면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합니다. 다만 훈제향이 너무 강한 제품은 위스키 향과 다툴 수 있으니, 향이 과하지 않고 비교적 담백한 제품을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위스키 종류에 따른 안주 선택 팁
위스키는 종류와 스타일에 따라 어울리는 안주가 조금씩 다릅니다. 몇 가지 간단한 기준만 기억해 두면 고르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 스모키한 스카치 위스키: 훈제 연어, 살라미, 짭짤한 단단한 치즈
- 버번 위스키: 다크 초콜릿, 견과류 믹스, 약간의 달콤한 건과일
- 부드럽고 가벼운 위스키: 브리·고다 같은 부드러운 치즈, 크래커, 연한 콜드컷
결국 취향이 가장 중요하므로, 한 번에 안주를 많이 준비하기보다는 두세 가지 정도만 준비해 보고, 가장 잘 맞는 조합을 찾는 식으로 즐겨보시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