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척이 대상포진으로 입원했을 때 무엇을 사 가야 할지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입맛도 없고, 몸 여기저기가 아파서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대충 몸에 좋다”는 음식보다, 정말 부담 없이 넘어가고 회복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막상 병실에 앉아 이런저런 음식을 함께 나눠 보니, 어떤 건 속이 더 더부룩해져서 손이 안 가고, 어떤 건 부담 없이 한 숟가락씩이라도 넘어가더군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포진으로 힘들어하는 분께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음식 선물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보양죽과 국
대상포진으로 앓고 있을 때는 기운이 없고, 소화 기능도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가장 부담 없이 먹기 좋은 것이 부드러운 죽과 맑은 국물입니다. 많이 먹지 못해도 한두 숟가락씩 자주 먹다 보면 체력이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다고들 합니다.
전복죽처럼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죽은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전복이 비싸거나 부담스럽다면 닭죽, 소고기 야채죽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너무 기름지지 않게, 간은 조금 싱겁게, 식감은 부드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골곰탕이나 닭육수처럼 맑고 깊은 국물도 좋은 선택입니다. 기름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소금은 최소한으로 맞춰 주면 속이 편안합니다. 직접 끓여서 소분해 얼려 두었다가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기 좋게 챙겨 주면, 환자 입장에서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고마워합니다.
신선한 베리류와 부드러운 과일
대상포진 자체를 음식으로 치료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면역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중 베리류와 과일은 달고 상큼해서 입맛이 없을 때도 비교적 먹기 수월합니다.
블루베리, 딸기,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에는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신경을 직접적으로 치료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세포 손상을 줄이고 회복을 돕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과하게 많이 먹으면 속이 부담될 수 있으니, 한 번에 소량씩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통에 나눠 담아 선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나나와 키위 같은 부드러운 과일도 좋은 선택입니다. 바나나는 소화가 비교적 잘 되고 포만감이 있으면서, 칼륨과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키위는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껍질을 미리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잘라 용기에 담아 가져가면, 환자가 꺼내 먹기 더 편합니다.
무염 견과류와 씨앗류, 그러나 ‘양 조절’이 중요
견과류와 씨앗류에는 비타민 B군, 아연, 좋은 지방(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평소 면역과 신경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호두, 아몬드, 캐슈넛, 아마씨, 치아씨 등을 고를 때에는 반드시 무염, 무가당, 첨가물 최소 제품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견과류는 지방 함량이 높아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소화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많이 권하기보다는, 한 번에 소량씩 먹을 수 있도록 소포장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요거트 위에 한 줌 뿌려 먹거나, 간식으로 하루 한두 번 정도만 먹도록 안내해 주면 무리가 덜합니다.
무가당 요거트와 케피어 같은 발효유
면역 기능의 상당 부분이 장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나 케피어 같은 발효유는 유산균을 공급해 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에는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플레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맛이 필요하다면 신선한 과일을 조금 곁들이거나, 아주 소량의 꿀을 더하는 정도가 좋습니다. 케피어는 일반 요거트보다 다양한 종류의 유익균을 포함한 경우가 많아, 장이 잘 맞는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사람이나 유당불내증이 있는 분께는 오히려 불편감을 줄 수 있으므로, 평소 유제품을 잘 먹는지 꼭 확인한 뒤 선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트밀과 통곡물 위주의 가벼운 식사
피로감이 심할 때에는 한 번에 기름진 밥상보다, 가볍고 소화 잘되는 곡물 위주의 식사가 부담이 덜합니다. 오트밀이나 통곡물 제품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포만감이 오래 가는 편이라, 체력 회복기에 꾸준히 먹기 좋습니다.
퀵 오트밀처럼 조리가 간단한 제품은 뜨거운 물이나 우유만 부어도 금방 부드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잘게 썬 바나나, 소량의 견과류, 시나몬 등을 곁들이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간은 굳이 세게 할 필요가 없고, 설탕보다는 과일의 단맛을 활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현미 뻥튀기나 무염 통곡물 크래커도 간단한 간식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 딱딱하거나 거친 식감은 입이나 잇몸이 약해졌을 때 불편할 수 있으니, 식감이 부드러운 제품 위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선물할 때 함께 기억하면 좋은 점들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는 분께 음식을 준비할 때에는, 영양 성분만큼이나 “지금 당장 편하게 먹을 수 있는지”를 꼭 함께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병실이나 집에서 챙겨 보니, 손질이나 조리가 많이 필요한 음식은 결국 냉장고 한켠에서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평소 알레르기나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조리 과정이 거의 필요 없거나, 전자레인지로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는 형태로 준비합니다.
- 너무 맵고 짠 음식, 기름진 튀김류, 술, 탄산음료,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에너지 음료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다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말보다, 한두 숟가락씩 천천히 먹어도 괜찮다고 편하게 얘기해 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음식 선물 자체도 분명 힘이 되지만, 함께 앉아 천천히 이야기 나누며 한 숟가락씩 건네는 시간이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음식을 고를지 고민된다면, 너무 특별한 것을 찾기보다는, 부드럽고 소화 잘되고 조리와 보관이 쉬운 음식 위주로 차분히 선택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