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바다를 따라 난 좁은 길을 천천히 달리다가, 어느 순간 차를 멈춘 적이 있습니다. 파란 바다와 낮은 돌담, 그 너머로 소박한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속 화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한동안 길가에 서서 바다와 마을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화면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마치 드라마 속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걸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웰컴투 삼달리’의 촬영지는 대부분 실제 제주 동부와 서귀포 일대에 흩어져 있습니다. 드라마 속 삼달리라는 마을이 실제 한 곳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마을과 자연 풍경이 이어지며 하나의 커다란 배경을 만들어 줍니다. 드라마를 떠올리며 천천히 둘러보면,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여기서는 드라마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어질 만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실제 정보에 맞게 정리해 보고 조금 더 넓게 확장해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삼달리의 무대가 된 제주 동부 마을들

드라마 속 삼달리는 실제 행정구역 이름이 아니라, 성산읍 고성리와 오조리, 그리고 혼인지 주변 풍경을 중심으로 여러 장소를 엮어서 만든 가상의 마을입니다. 그래서 지도로 ‘삼달리’를 찾아도 나오지 않지만, 촬영지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 여기가 그 장면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옵니다.

조용필의 삼달리 기상청 – 성산읍 오조리 돌살길 일대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조용필이 근무하던 삼달리 기상청입니다. 바다를 등지고 홀로 서 있는 하얀 집, 그 앞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넓게 펼쳐진 수평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장소는 성산읍 오조리 해안도로, 특히 ‘돌살길’로 불리는 구간 주변 실제 가옥 외관을 활용해 촬영되었습니다. 내부는 세트장에서 따로 촬영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겉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건물 옆으로 낮은 돌담과 파란 바다가 이어져 있어, 카메라만 들이대도 드라마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 일대는 차로 천천히 달리면서 둘러보기에 좋습니다. 차를 잠시 세우고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보면,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그리고 고요한 마을 풍경이 어울려 드라마 속 삼달리의 공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해 줍니다. 다만 촬영에 사용된 집은 실제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인 경우가 많으니, 가까이 다가가거나 창문을 들여다보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궁금해 카페와 국수 가게가 있던 거리 – 오조리 해안도로 주변

드라마 속에서 주민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밥을 먹던 곳, 바로 궁금해 카페와 삼달리 국수 가게가 있던 거리입니다. 이곳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장소라 여러 번 등장해 익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실제로는 오조리 해안도로와 오조포구 주변 건물 외관을 활용해 촬영했습니다. 정확히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는 가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촬영 이후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카페와 식당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드라마 속 마을과 실제 마을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 가게에 들러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마을 일상 속으로 살짝 섞여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포구 근처에서는 작은 배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드라마 속에서 종종 비쳤던 어촌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삼달리의 상징 같은 공간, 혼인지

삼달리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바로 혼인지입니다. 극 중에서는 조춘심 여사가 물질을 하던 장면을 비롯해, 마을의 중요한 배경처럼 여러 번 등장합니다.

혼인지는 실제로도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제주 삼성신화에서 고·양·부 삼신인이 하늘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배필을 맞아 혼인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장소입니다. 잔잔한 연못을 둘러싼 오래된 나무들과 조용한 산책로가 어우러져, 시간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이곳을 걸을 때는 단순히 촬영지라는 생각보다, 예전 사람들의 믿음과 이야기가 스며 있는 장소라는 점을 함께 떠올려 보면 좋습니다. 특히 가을에는 나뭇잎이 붉게 물들며 연못 수면에 비치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를 골라 조용히 산책을 즐기면, 화면 너머에서 보이던 것보다 더 깊고 차분한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다와 밤, 그리고 빛 – 서귀포의 풍경들

새섬 등대와 새연교 – 서귀포시의 밤을 밝히는 장면

조용필과 조삼달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들 중 상당수가 서귀포 새섬 일대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특히 새연교의 불빛이 켜진 밤 풍경은 드라마의 감정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줍니다.

새섬은 서귀포항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섬으로, 육지와 새연교로 이어져 있습니다. 낮에는 섬 주변을 따라 산책로를 걸으며 바다와 절벽, 배들이 머무는 항구의 풍경을 즐길 수 있고, 밤이 되면 다리에 조명이 켜져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리며 다리를 건넌 뒤 섬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면, 멀리 도시 불빛과 가까운 바다가 함께 보입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 해질 무렵부터 머물렀다가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바라보면, 같은 장소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차분하게 느껴볼 수 있습니다.

겨울을 수놓는 동백꽃 –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카멜리아힐

극 중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이 한층 더 섬세하게 드러나던 장면 중 일부는 동백꽃이 가득 피어 있는 풍경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붉은 꽃잎이 초록 잎 사이사이에 소복히 박혀 있는 모습은, 눈부시면서도 어딘가 아련한 느낌을 줍니다.

제주에는 대표적인 동백 군락지가 몇 곳 있습니다. 그중 잘 알려진 곳이 남쪽 지역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과 카멜리아힐입니다. 두 곳 모두 동백나무가 넓게 심어져 있어, 겨울철이 되면 산책길 곳곳이 붉은 꽃으로 물듭니다.

동백은 일반적으로 11월 무렵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많이 피어납니다. 시기와 날씨에 따라 피는 속도와 양이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에는 어느 정도 개화했는지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공원 안에는 동백뿐 아니라 계절별로 다른 꽃과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 천천히 걸으며 계절의 흐름을 느끼기 좋습니다.

조삼달의 또 다른 얼굴이 머물렀던 공간, 조천읍 카페

드라마에서 삼달이 서울에서 활동하던 시절,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거나 일을 논의하던 세련된 카페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들 중 일부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있는 실제 카페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 카페는 넓은 창을 통해 한라산 자락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동부 마을들과는 또 다른, 조용하고 고요한 중산간의 공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실내 인테리어는 비교적 모던하고 깔끔한 편이라, 도시적인 분위기와 자연 풍경이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드라마 속 삼달이 일하던 모습이나, 서울과 제주 사이에서 갈등하던 마음을 떠올리며 잠시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 보기 좋습니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 보면, 화면 속 인물의 고민이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촬영지 주변에서 함께 들르면 좋은 제주 풍경

성산일출봉 – 화면 속에서 자주 스쳐 지나가던 배경

성산읍 일대가 삼달리의 주요 배경이다 보니, 성산일출봉은 드라마 속에서 여러 번 멀리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거대한 산이 바다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제주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성산일출봉에 직접 올라가 보면,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제주가 펼쳐집니다. 이른 새벽에 올라가 일출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낮 시간에 천천히 오르며 주변 바다와 마을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발아래로 펼쳐진 마을을 보며, 이 근처 어딘가에서 삼달리의 장면들이 찍혔겠구나 하고 상상해 보게 됩니다.

광치기 해변 – 성산일출봉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보는 곳 중 하나

광치기 해변은 성산일출봉을 옆에서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해변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물이 빠진 시간에는 넓게 드러난 검은 바위와 얕은 물 웅덩이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드라마 속에서 인물들이 멀리 바라보던 풍경을 실제로 마주해 보면, 카메라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바다를 등지고 성산일출봉을 함께 담거나, 해변에 발을 담그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례리 물영아리오름 – 조용한 오름에서 떠올리는 삼달리

제주에는 수많은 오름이 있지만, 그중 물영아리오름은 습지가 있는 독특한 지형 덕분에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드라마에 직접 비중 있게 등장한 오름은 아니지만, 삼달리의 자연 풍경을 떠올리며 걸어 보기 좋은 산책 코스로 자주 언급됩니다.

오름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흙 냄새와 바람 소리를 가까이에서 느끼게 됩니다. 정상 부근에서는 주변의 들판과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런 넓은 시야가 드라마 속의 많은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삼달리 주민들이 지냈을 법한 일상의 배경이 실제로는 이런 오름과 들판, 숲과 함께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웰컴투 삼달리’ 촬영지를 여행할 때 기억하면 좋은 점들

제주 곳곳에 흩어진 촬영지를 찾으려면 이동 거리가 꽤 길어집니다. 특히 성산읍 일대, 조천읍, 서귀포, 중산간 지역까지 포함하면 섬의 동쪽과 남쪽을 크게 한 바퀴 도는 동선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렌터카를 이용해 동부 지역과 서귀포, 중산간 지역을 구역별로 나누어 둘러보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하루는 성산읍과 오조리, 혼인지를 중심으로 삼달리의 마을 풍경을 집중해서 보고, 다른 하루는 서귀포 새섬과 동백 군락지, 조천읍 카페를 차례대로 둘러보는 식으로 계획할 수 있습니다.

촬영지를 방문할 때에는 몇 가지를 함께 기억하면 좋습니다.

  • 드라마에 나왔다고 해도, 많은 장소가 실제 주민의 생활 공간이라는 점
  • 사진 촬영 시 사유지 안으로 허락 없이 들어가지 않기
  • 상가나 카페를 방문했다면, 잠깐 머무르며 음료 한 잔이라도 즐기며 예의를 지키기
  •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자연과 시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태도 지키기

또한 계절에 따라 풍경이 크게 달라지므로, 언제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삼달리를 만나게 됩니다. 겨울에는 동백과 잔잔한 바다, 봄에는 푸른 들판과 유채꽃,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강렬한 햇빛, 가을에는 한층 차분해진 색감이 어우러집니다. 드라마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만난 계절만의 빛과 색을 담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이렇게 제주 동부의 바닷길과 서귀포의 밤, 중산간의 고요한 카페와 오름을 차례로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서 드라마 장면과 실제 풍경이 자연스럽게 섞이기 시작합니다. 화면 속 삼달리는 사라지지 않고, 제주 곳곳에서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