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트래블 카드를 썼을 때를 떠올려 보면,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앉아 남은 잔액을 보며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그냥 두자니 아깝고, 환불하자니 수수료가 걱정되고… 대체 뭐가 제일 손해가 적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막상 앱을 열어 보면 메뉴 이름도 제각각이라 어디서부터 눌러야 할지 헷갈렸습니다. 그때 하나씩 정리해 보면서 느꼈던 점은, 카드 종류와 충전된 통화에 따라 방법이 꽤 다르지만, 기본 흐름만 이해하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덜 복잡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와이즈(Wise), 레볼루트(Revolut), 트래블렉스(Travelex) 같은 해외 핀테크 카드부터, 국내 은행에서 발급하는 외화 선불카드까지, 대부분의 선불형 트래블 카드를 공통된 흐름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남은 잔액을 어떻게 환불받고, 필요한 경우 다시 환전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트래블 카드마다 환불 규칙이 다른 이유
트래블 카드는 신용카드처럼 ‘외상’이 아니라, 미리 돈을 넣어두고 사용하는 ‘선불 카드’입니다. 이 카드에 들어 있는 돈이 어떤 통화인지, 어디서 만든 카드인지에 따라 환불 방식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지고 있는 카드의 약관과 안내문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다음 네 가지를 꼭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환불 수수료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퍼센트(%)로 떼는 곳도 있고, 일정 금액을 고정으로 빼는 곳도 있습니다. 둘째, 환불할 때 어떤 환율이 적용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대부분 “매도율”이라는, 사용자가 외화를 팔 때 기준이 되는 환율이 적용되는데, 이 환율은 충전할 때 적용된 “매수율”보다 보통 불리합니다. 셋째, 최소 환불 가능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적은 금액은 아예 환불이 안 되거나, 수수료가 잔액보다 커지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넷째, 환불 받을 때 통화를 선택할 수 있는지, 자동으로 바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카드는 외화 그대로 돌려주기도 하고, 어떤 카드는 원화 계좌로만 보내 주기도 합니다.
1단계: 트래블 카드에서 잔액 환불(인출)하기
대부분의 트래블 카드는 남은 잔액을 카드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기능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다만 이름이 “환불”, “인출”, “출금”, “송금” 등으로 제각각이라 메뉴를 잘 찾아야 합니다.
카드 발급 기관의 환불 정책 먼저 확인하기
트래블 카드를 만든 회사마다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순서로 확인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첫째, 카드사 앱이나 웹사이트에 로그인해서 “잔액 환불”, “출금”, “송금” 같은 메뉴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둘째, 자주 묻는 질문(FAQ)이나 이용약관에서 “카드 해지”, “잔액 환급” 같은 항목을 찾아 절차와 수수료를 확인합니다. 셋째, 이해가 잘 안 되면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앱 안에 채팅 기능이 있는 경우도 있고, 이메일을 남기면 답변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앱·웹사이트를 이용한 일반적인 환불 방법
와이즈나 레볼루트처럼 해외 핀테크 회사에서 만든 트래블 카드는 거의 모두 앱 안에서 잔액을 빼내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대략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첫째, 앱에 로그인한 뒤 “잔액 인출”, “은행 계좌로 보내기” 같은 메뉴를 찾습니다. 둘째,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 정보를 입력합니다. 여기서 계좌의 통화(원화인지, 달러 같은 외화인지)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인출할 금액과 통화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카드에 남은 달러 그대로 달러 계좌로 옮길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원화로 바꿔서 원화 계좌로 보낼지 정할 수 있습니다. 넷째, 수수료와 적용 환율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 버튼을 누르면 신청이 완료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카드사에서 한 번 환전을 거친 뒤 계좌로 보내주는 구조인지, 아니면 외화를 그대로 옮겨 주는 구조인지 꼭 확인하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환전이 한 번 더 일어나 수수료가 이중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은행에서 발급한 외화 선불카드의 경우
국내 은행에서 발급하는 외화 선불카드는 구조가 조금 더 단순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에서 달러로 충전한 선불카드가 있다면,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잔액을 돌려받습니다.
첫째, 은행 창구를 방문해서 “외화 선불카드 잔액 환불을 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때 신분증과 카드를 함께 가져가야 하고, 본인 명의의 계좌를 알려줘야 합니다. 둘째, 직원 안내에 따라 환불 신청서를 작성하고, 잔액을 본인 계좌로 입금 받습니다. 이때 대부분 원화로 환전되어 입금됩니다. 셋째, 일부 은행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앱에서 잔액 환불 메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은행 방문 없이도 카드 잔액을 계좌로 옮길 수 있습니다.
고객센터를 통한 환불 신청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환불 메뉴를 도저히 찾기 어렵거나, 카드 유효기간이 이미 지나버린 경우에는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하는 편이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이때 보통 다음의 내용을 요청받습니다.
첫째, 본인 확인을 위해 이름, 생년월일, 카드 번호, 등록된 이메일 주소 등을 확인합니다. 둘째, 환불받을 계좌 정보(은행명, 계좌번호, 예금주)를 알려 줍니다. 셋째, 잔액이 많거나 해외에서 발급된 카드라면, 추가 서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안내받은 대로 신분증 사본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환불 처리에 걸리는 시간
환불이 승인된 뒤 실제로 돈이 계좌에 들어오는 데까지는 보통 며칠 정도가 걸립니다. 카드 종류와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영업일에서 5영업일 사이가 일반적입니다. 해외 핀테크 회사의 경우, 은행별 정산 시간이 더해져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2단계: 환불받은 돈을 다시 환전하기
트래블 카드에서 잔액을 빼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환불받은 돈이 어떤 통화로 들어왔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환전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원화로 입금된 경우
가장 단순한 경우입니다. 카드 환불 과정에서 이미 외화가 원화로 바뀐 뒤, 본인 계좌로 들어온 상태라면 따로 환전을 더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내 은행에서 발급한 외화 선불카드는 대부분 이런 방식을 사용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와 환율 차이로 인한 손실은 이미 반영된 상태입니다.
외화 계좌로 외화 그대로 입금된 경우
와이즈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달러·유로 등 여러 통화를 그대로 보관하는 계좌로 잔액을 옮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외화를 계속 들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거나, 앞으로도 자주 외화를 쓸 계획이라면 이 방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은행 앱이나 웹사이트, 또는 창구를 통해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것입니다.
외화에서 원화로 환전할 때는 은행이 고객의 외화를 사들이는 개념이기 때문에 “매도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환전 수수료가 붙습니다. 일부 은행이나 서비스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환전하거나 특정 등급 이상 고객에게 환율 우대(할인)를 제공하기도 하니, 우대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외화 현금으로 돌려받은 경우
트래블 카드 잔액을 외화 현금으로 바로 돌려주는 경우는 최근에는 드물지만, 특정 상품이나 국가에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때 손에 쥔 현금을 다시 원화로 바꾸고 싶다면, 은행 창구나 환전소, 공항 환전소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금 환전은 대부분 계좌 기반 환전보다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환율이 더 불리하거나, 수수료가 더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은 금액이 적다면, 아예 다음 여행을 위해 보관해 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환불·재환전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 이해하기
트래블 카드 잔액을 환불하고 다시 환전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손실이 거의 피할 수 없이 생깁니다. 사람이 실수해서 잃는 돈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라고 보는 편이 더 가깝습니다.
환전 스프레드와 수수료
돈을 외화로 바꿀 때는 두 가지 환율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살 때” 적용되는 매수율, 다른 하나는 “팔 때” 적용되는 매도율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 전에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는 매수율이, 여행 후 남은 달러를 다시 원화로 되돌릴 때는 매도율이 적용됩니다. 이 두 환율의 차이가 바로 환전 스프레드입니다.
트래블 카드는 보통 충전할 때 한 번, 환불하거나 재환전할 때 또 한 번, 이렇게 두 차례 환전에 관여합니다. 여기에 카드 환불 수수료, 송금 수수료, 계좌 환전 수수료 등이 더해지면 생각보다 손실이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율 변동의 영향
외화 가치는 매일 바뀝니다. 여행을 준비하던 시점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시점의 환율이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도 손익에 영향을 줍니다. 환율이 많이 올랐다면, 되팔 때 이득을 보는 경우도 이론상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수수료와 스프레드를 모두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손실 쪽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남은 잔액이 아주 적은 경우라면, 굳이 환불과 재환전을 모두 거치는 것이 이득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수료가 잔액보다 더 커져서, 정작 손에 남는 돈이 거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잔액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
모든 돈을 무조건 환불하는 것이 항상 가장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활용법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해외여행을 위해 남겨두기
앞으로 1~2년 안에 해외여행을 한 번 더 갈 계획이 있다면, 잔액을 일정 부분 남겨두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특히 달러처럼 여러 나라에서 두루 쓰이는 통화라면, 나중에 다시 충전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 방치하면 카드가 만료되거나, 장기간 미사용 수수료가 부과되는 상품도 있을 수 있으니 약관을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 직구나 구독 서비스에 사용하기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거나, 영상·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할 때도 트래블 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남은 잔액이 애매한 금액이라면, 이 기회에 그 금액에 맞는 소액 결제를 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환전 손실을 한 번 더 겪지 않고도 남은 돈을 자연스럽게 소진할 수 있습니다.
지인과의 직거래로 정리하기
주변에 곧 해외여행을 떠날 사람이나 외화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서로 합의한 환율로 잔액을 넘겨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환전보다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외화를 팔고, 상대방은 은행 환전보다 약간 유리한 환율로 외화를 사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서로 신뢰 관계가 중요하고, 송금·이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수료도 미리 따져봐야 합니다.
트래블 카드 잔액을 정리할 때 기억해 두면 좋은 흐름
트래블 카드 잔액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될 때, 다음 순서로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정리가 잘 됩니다.
첫째, 내 카드가 어떤 회사·어떤 은행에서 발급된 것인지, 어떤 통화로 충전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카드사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잔액 환불 또는 출금 메뉴를 찾아보고, 수수료와 환율 조건을 확인합니다. 셋째, 환불을 받게 될 통화가 무엇인지, 원화인지 외화인지 파악합니다. 넷째, 원화가 아닌 외화로 받게 된다면, 그 돈을 그대로 두고 쓸지, 다시 원화로 환전할지 결정합니다. 다섯째, 남은 금액과 수수료를 비교해, 환불과 재환전을 정말 하는 것이 나에게 이득인지 한 번 더 계산해 봅니다.
이 과정을 한 번만 차분히 정리해 두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훨씬 덜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트래블 카드에 남은 돈까지 그냥 흘려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구조와 규칙을 정확히 알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