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은행 창구에 앉아 “카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을 때, 직원이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은 소득이 얼마인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디에서 얼마를 벌고 있는지,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 있는지, 혹시 연체한 기록은 없는지 차근차근 확인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카드라는 것이 단순히 플라스틱 한 장이 아니라 ‘이 사람이 빌린 돈을 제대로 갚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허락되는 도구라는 점을요.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처럼 국가에서 생활을 돕는 지원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신용카드 문턱이 훨씬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왜 신용카드 발급을 받기 어려운지, 혹시 가능한 예외적인 경우는 없는지, 그리고 대신 고려해볼 만한 다른 카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차분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핵심 이유

은행이나 카드사는 신용카드를 아무에게나 발급해 주지 않습니다. 카드를 쓰면 사실상 카드사가 먼저 돈을 대신 내주고, 나중에 사용자가 갚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드사는 “이 사람이 나중에 제때 돈을 갚을 수 있을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심사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지입니다. 직장 급여나 꾸준한 사업 소득처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어야 카드사 입장에서는 안심합니다. 기초수급비는 생활을 돕기 위한 복지 지원금으로, 대부분의 카드사에서는 이를 일반적인 의미의 ‘소득’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기초수급비는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신용점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나이스(NICE), KCB 같은 신용평가사가 있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의 금융 거래 기록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돈을 잘 갚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가 되어야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데, 금융 거래가 거의 없거나 소득이 불규칙하다면 점수가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셋째, 빚을 얼마나 건전하게 관리하고 있는지입니다. 과거에 대출이나 카드값을 연체한 기록이 있거나, 이미 빚이 너무 많으면 카드사는 새로 신용카드를 내주기를 꺼립니다. 지금도 빚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는 이 세 가지 중 특히 “안정적인 소득 증빙”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수급비는 복지 제도에 따른 지원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카드사가 일반적인 급여처럼 보지 않고, 추가로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근로 소득이 있더라도 금액이 적거나 기간이 짧으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예외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경우들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이 갖춰진다면 카드사에서 심사를 검토해 줄 여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먼저, 추가적인 근로소득이 꾸준히 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마트, 공장, 배달 등에서 일을 해서 일정 금액 이상의 급여를 6개월 이상 연속으로 받고 있다면,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이를 소득으로 인정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소득 규모, 근무 형태, 재직기간, 신용점수 등을 함께 보기 때문에 “무조건 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카드사는 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만 심사 대상에 올리기도 하고, 소득은 되지만 과거 연체 이력이 많아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가족카드입니다. 가족 중에 안정적인 소득과 신용을 가진 사람이 이미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카드에 가족카드를 추가로 발급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가족카드 명의는 기초수급자에게로 나오지만, 실제 대금 납부 책임은 기본카드 소유자에게 있습니다. 즉, 가족이 대신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이 방법은 본인 명의로 독립적인 신용카드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실생활에서 카드가 꼭 필요할 때 어느 정도 대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가족 관계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예금 등을 담보로 한 신용카드도 이론적으로는 존재합니다. 일정 금액을 예금으로 묶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신용카드를 쓰게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상당한 금액의 예금이 필요하고, 은행마다 취급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초수급자가 활용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신용카드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카드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다고 해서 카드 사용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돈을 빌리지 않고도 카드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여러 도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카드들은 빚을 내지 않으면서도 소비를 관리하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체크카드

체크카드는 통장에 들어 있는 돈만 쓸 수 있는 카드입니다. 계산대에서 카드를 긁는 순간, 연결된 계좌에서 바로 돈이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미래의 돈을 당겨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돈만 쓰는 것”이 됩니다. 이 구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도 위험이 적어서, 보통 통장만 있으면 발급을 해줍니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통장에 있는 돈 이상으로 쓸 수 없어서 빚을 질 걱정이 없습니다.
  • 일부 체크카드는 포인트 적립, 할인, 교통카드 기능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보다 더 높은 비율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 하더라도 통장을 가지고 있다면, 대부분 은행에서 체크카드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비 습관을 정리하고 지출을 관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선불카드

선불카드는 말 그대로 “먼저 돈을 충전해 두고, 그 한도 내에서만 사용하는 카드”입니다. 교통카드처럼 일정 금액을 넣어두고 쓰다 보면 줄어드는 방식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충전을 할 때만 돈이 계좌에서 나가기 때문에, 사용 중에는 추가로 계좌에서 빠져나갈 일이 없습니다.

선불카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통장이 없어도, 신용점수가 낮아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 편의점,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일반 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교통카드 기능을 함께 가진 선불형 카드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선불카드는 “충전한 만큼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소비를 스스로 제한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돈을 쓰는 감각을 익히거나, 월별 예산을 정해 관리하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습니다.

하이브리드 카드

하이브리드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중간쯤 되는 성격을 가집니다. 기본적으로는 체크카드처럼 통장에 있는 돈을 먼저 쓰지만, 계좌 잔액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서 정해진 소액 한도 안에서는 신용으로 결제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 카드의 신용 한도가 2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통장에 3만 원밖에 없는데 5만 원짜리 물건을 결제하면, 3만 원은 바로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부족한 2만 원은 다음 달에 갚아야 할 신용 결제로 처리되는 식입니다.

이 카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일반 신용카드보다 심사 기준이 완화된 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 갑자기 소액이 더 필요할 때 잠깐 외상처럼 쓸 수 있어 편리합니다.
  • 하지만 소액이라도 빚이 생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체가 쌓이면 신용점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하이브리드 카드 발급도 여전히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전형적인 신용카드보다 문턱이 조금 낮은 편이어서, 소득이 일정 수준 있고 과거 연체 기록이 많지 않다면 은행에서 가능 여부를 확인해볼 만합니다.

현실적인 선택과 금융 생활에 대한 생각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이유는 제도적인 차별 때문이라기보다는,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지”를 기준으로 심사를 하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안타깝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리해서 빚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로 작용하는 면도 있습니다.

생활비가 빠듯한 상황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잠깐의 편리함 때문에 미래의 소득까지 당겨 쓰게 되기 쉽습니다. 그렇게 빚이 쌓이면 연체가 발생하고, 연체가 반복되면 신용점수가 떨어져 나중에 꼭 필요한 순간에 대출이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단계에서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체크카드, 선불카드, 필요하다면 조건을 잘 따져본 하이브리드 카드 같은 수단들은, 빚을 크게 내지 않으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결제 수단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카드냐”보다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통장 잔액을 자주 확인하고, 이번 달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스스로 정해서 지키려는 습관을 들이면, 굳이 신용카드를 갖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