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오랜만에 PC 게임을 하다가, 예전에 쓰던 게임 패드가 자꾸 왼쪽으로만 캐릭터를 움직이는 바람에 제대로 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방향 스틱이 한쪽으로 쏠리는, 이른바 ‘드리프트’ 현상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아, 그냥 싼 거 아무거나 사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가격만 보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손에 잡았을 때 느낌은 어떤지 하나씩 따져 보면서 게임 패드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게임 패드는 단순히 버튼이 많은 조이스틱이 아니라, 손에 오래 쥐고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비슷한 가격이라도 훨씬 오래,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점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PC 게임 패드를 고를 때 꼭 알아야 할 기본 개념

먼저, 컴퓨터와 게임 패드가 서로 어떻게 “대화”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를 입력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XInput입니다.

XInput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방식으로, 최신 윈도우 PC 게임 대부분이 이 방식을 기준으로 만들어집니다. Xbox 컨트롤러가 대표적인 XInput 패드이며, XInput을 지원하는 패드는 별다른 설정 없이도 게임에서 바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안에서 버튼 표시도 보통 정확하게 나옵니다.

반대로 DirectInput이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예전부터 쓰이던 오래된 방식이라, 오래된 게임이나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잘 동작하지만, 최신 게임에서는 버튼 인식이 꼬이거나, 자동 설정이 되지 않아 수동으로 맵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XInput을 기본으로 지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유선과 무선, 어떤 연결 방식이 더 좋을까

게임 패드를 PC에 연결하는 방법은 크게 유선과 무선으로 나뉩니다. 각각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유선 패드는 USB 케이블로 PC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구조가 단순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습니다. 입력 지연도 거의 없어서 빠른 반응이 중요한 액션 게임이나 경쟁 게임에서 유리한 편입니다. 케이블만 조심해서 사용하면 고장도 적은 편입니다. 다만, 선이 거슬리거나, TV에 연결한 PC에서 소파에 앉아 멀리서 플레이할 때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무선 패드는 움직임이 자유롭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책상에 선이 덜 엉키고, 방 안 어디서든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터리나 충전이 필요하고, 신호가 끊기거나 간혹 지연이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일반적인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는 거의 느끼기 어렵지만, 아주 민감한 사람이나, e스포츠 수준의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환경이라면 신경이 쓰일 수 있습니다.

무선 패드 안에서도 다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블루투스입니다. 노트북이나 최근 PC에는 블루투스가 기본으로 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닌텐도 스위치와도 연결할 수 있어 범용성이 좋습니다. 다만, PC의 블루투스 모듈이나 동글 품질에 따라 끊김이나 지연이 생길 수 있고, 여러 무선 기기가 한꺼번에 쓰일 때 간섭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전용 2.4GHz 동글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동글을 USB 포트에 꽂으면, 패드와 1:1로 연결되어 비교적 안정적인 무선 환경을 제공합니다. 신호가 비교적 강하고, 입력 지연도 적은 편입니다. 대신 USB 포트 하나를 항상 차지하고, 동글을 잃어버리면 새로 구하기 어렵거나, 아예 패드를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립감과 버튼 배열이 중요한 이유

게임 패드를 잡았을 때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을 그립감이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손 크기도 다르고, 손 모양도 달라서 “이게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PC 사용자들이 Xbox 계열 컨트롤러의 형태를 편하게 느끼는 편입니다. 양쪽으로 적당히 퍼진 모양과 비대칭 스틱 배열이 특징입니다.

버튼 배열도 중요합니다. A, B, X, Y 버튼 위치나, 십자키(D패드)의 모양, 스틱 위치 등이 손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 누를 때 힘이 너무 많이 들지 않는지, 버튼이 너무 헐겁거나 지나치게 빡빡하지 않은지가 모두 사용감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격투 게임이나 리듬 게임을 자주 한다면 D패드 성능이 매우 중요합니다. 애매한 D패드는 대각선 입력이 잘 안 먹히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입력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내구성과 품질, 그리고 후기의 중요성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패드라도, 내부 부품의 품질과 조립 상태에 따라 내구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렴한 제품은 버튼이나 스틱 접점이 빨리 닳거나, 스틱 드리프트가 빨리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진동 모터 품질이나 케이블 내구성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실제로 한동안 써본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같은 브랜드라도 모델별로 완성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고, 특히 일부 저가 브랜드는 제품마다 편차가 커서 “뽑기 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구매 전에 여러 사람의 평가를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부가 기능들

요즘 나오는 게임 패드들은 기본적인 버튼과 스틱 외에도 여러 추가 기능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추가 기능은 진동입니다. 거의 대부분 지원하지만, 진동의 세기나 느낌은 제품마다 다릅니다. 무거운 진동 모터를 쓴 제품일수록 더 묵직하고 사실적인 진동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하나 자주 보이는 기능이 터보 버튼입니다. 특정 버튼에 터보를 설정하면, 그 버튼을 꾹 누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빠르게 연타 입력이 들어가도록 만들어 줍니다. 슈팅 게임이나 반복 입력이 많은 게임에서 편리할 수 있지만, 모든 게임에서 필요한 기능은 아닙니다.

일부 제품은 매크로 기능이나, 뒤쪽에 추가 버튼(백버튼)을 달아서 원하는 기능을 넣을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특정 조합 입력을 한 번에 실행한다든지, 자주 쓰는 버튼을 더 편한 위치에 배치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가성비 게임 패드들 살펴보기

이제 실제로 많이 언급되는 몇 가지 모델들을 종류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격대는 시기와 행사, 판매처에 따라 바뀌기 쉬우니, 여기에서 언급된 범위는 대략적인 기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Logitech F310 – 기본에 충실한 유선 패드

Logitech F310은 오래전부터 판매되어 온, 일종의 스테디셀러 유선 게임 패드입니다. XInput과 DirectInput을 스위치 하나로 바꿀 수 있어서, 비교적 오래된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유선 방식이라 입력 지연이 거의 없고, 배터리를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디자인이 최신 패드들에 비하면 다소 투박하고, 그립 모양이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2~3만원대인 점을 생각하면, 내구성과 기능 면에서 꽤 균형이 잘 맞는 편입니다. 복잡한 기능보다는 안정적인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무난한 선택입니다.

Logitech F710 – 무선으로 즐기는 F310의 형제

Logitech F710은 F310을 무선으로 만든 모델에 가깝습니다. 전용 2.4GHz 동글을 사용해서 PC와 연결하며, XInput과 DirectInput 전환 기능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F310과 비슷한 손맛을 유지하면서 선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다만, AAA 건전지를 사용하는 구조라 충전식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울 수 있습니다. 건전지 교체가 번거롭거나 비용이 신경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선 특성상 주변 환경에 따라 간혹 간섭이나 끊김이 발생했다는 후기가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브랜드의 무선 패드를 찾는 사람들에게 많이 거론되는 제품입니다.

8BitDo Pro 2 / Ultimate C – 감성과 성능을 함께 잡은 패드

8BitDo라는 브랜드는 레트로 게임 감성으로 유명하지만, 실제 성능과 마감도 좋은 편이라 평가가 좋습니다. Pro 2와 Ultimate C는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이 언급되는 모델들입니다.

Pro 2는 유선, 블루투스, 전용 2.4GHz 동글(패키지 구성에 따라 다름) 등을 지원하는 모델로, PC는 물론 닌텐도 스위치, 안드로이드 기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립감이 편안하고, 특히 D패드 성능이 좋아서 2D 액션이나 격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습니다.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버튼 매핑, 감도 조절, 매크로 설정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Ultimate C는 Pro 2의 보급형에 가까운 제품으로, 가격을 조금 낮추는 대신 커스터마이징 기능이나 일부 옵션이 줄어든 구성입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조작성과 마감은 여전히 준수한 편이라, 예산을 약간 아끼면서도 괜찮은 품질의 패드를 찾는 사람들에게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EasySMX, GameSir 등 중국 브랜드 패드 – 극한의 가성비

EasySMX ESM-9101, GameSir T3s 같은 모델들은 저렴한 가격에 많은 기능을 넣어 ‘가성비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입니다. 유선과 무선을 모두 지원하고, 블루투스나 2.4GHz 동글을 제공하기도 하며, 진동, 터보 버튼, 백버튼 등 다양한 기능을 넣은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도 Xbox 스타일을 따라가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가격대는 보통 2~4만원대에 형성되어 있어, 예산이 한정된 상태에서 무선과 진동을 모두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입니다. 다만,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품질 편차가 크고, 스틱 내구성이나 버튼 불량 등 문제가 보고되기도 합니다. A/S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제품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어느 정도는 운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PowerA 컨트롤러 – Xbox 감각을 조금 더 저렴하게

PowerA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서드파티 브랜드로, Xbox 컨트롤러와 매우 비슷한 디자인과 버튼 배열을 갖춘 제품들을 내놓습니다. 그립감과 조작감이 정품 Xbox 패드와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좀 더 낮은 편이라, “Xbox 느낌을 저렴하게”라는 방향에 잘 맞는 제품군입니다.

유선과 무선 모델이 모두 존재하며,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만큼 XInput 호환성이나 기본적인 품질은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다만, 정품 Xbox 컨트롤러와 비교했을 때 마감이나 세부적인 내구성에서 약간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유선 모델은 선이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인 경우가 있어, 케이블 손상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Xbox Wireless Controller – 기준점이 되는 정석 패드

Xbox Series X|S 버전의 무선 컨트롤러는 PC 게임 패드의 ‘기준점’처럼 여겨지는 제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만든 공식 컨트롤러라, XInput 지원은 물론이고 윈도우와 호환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대부분의 PC 게임에서 별도 설정 없이 바로 제대로 인식되며, 버튼 표기도 정확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립감과 버튼, 스틱 품질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내구성도 전체적으로 준수한 편입니다. 유선 USB 연결과 블루투스 연결을 모두 지원해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AA 건전지를 사용하는 구조라, 충전지를 쓰거나 별도의 충전 키트를 구매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성비 패드들에 비해서는 가격이 높은 편이라, 할인 기간을 노리거나 중고/리퍼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PS4 DualShock 4 – 좋은 패드지만 PC에선 준비물이 필요

PS4용 DualShock 4 컨트롤러는 진동과 그립감, 버튼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아온 제품입니다. 블루투스와 유선 USB 연결을 모두 지원하고, 터치패드나 모션 센서 같은 독특한 기능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PC에서는 XInput이 기본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많은 게임에서 바로 인식은 되지만, 버튼 매핑이 꼬이거나 일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DS4Windows 같은 별도 프로그램을 사용해 XInput 방식으로 ‘에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쓰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호환성은 크게 좋아지지만, 초기 설정이 다소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Xbox 패드 계열과는 버튼 배열과 스틱 위치가 달라서, 어느 쪽이 더 편한지는 개인 취향에 따라 갈리게 됩니다.

예산과 용도에 따라 고르는 방법

제품 이름이 많다 보니 헷갈릴 수 있지만, 몇 가지 기준만 잡아두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먼저, 예산이 아주 타이트하고 유선 패드여도 괜찮다면 Logitech F310 같은 모델이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오래 검증된 기본기와 안정적인 XInput 지원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이 너무 거슬린다, 무선이 꼭 필요하다”면서도 최대한 저렴하게 가고 싶다면 EasySMX나 GameSir 계열 제품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여러 사용자의 후기와 장단점을 먼저 확인하고, 불량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원한다면 Logitech F710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제품 쪽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향입니다.

가격과 품질, 다양한 기능을 모두 고려하고 싶다면 8BitDo Pro 2처럼 다기능에 빌드 퀄리티가 좋은 제품이 만족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트로 게임, 2D 액션, 격투 게임까지 폭넓게 즐긴다면 D패드가 좋은 패드가 특히 도움이 됩니다.

Xbox 계열의 익숙한 조작감을 선호하거나, PC 게임과의 궁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PowerA 컨트롤러나 정품 Xbox Wireless Controller가 가장 편한 선택입니다. 특히 정품 Xbox 패드는 한 번 사두면 원칙적으로는 세대가 바뀌어도 오랫동안 기준이 되는 구조라, 예산만 허락한다면 두고두고 활용하기 좋습니다.

PS4 DualShock 4는 이미 집에 가지고 있다면, PC에서 활용해 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정만 잘 해두면 충분히 좋은 게임 패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 하나를 사서 오로지 PC용으로만 쓰려는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XInput을 기본으로 지원하는 패드를 고르는 편이 보통 더 수월합니다.

어떤 패드를 고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게임을 주로 하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플레이할 예정인지, 선이 있는 것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같은 개인적인 조건입니다. 게임을 하다가 손이 아픈 경험을 여러 번 하고 나면, 가격표만 보는 것보다, 그립감과 버튼 감각, 그리고 실제 사용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